미래를 읽는다는 건

EBS 돈의 얼굴 제작진의 돈의 얼굴

by 터틀북

은행이 망하면 내 돈은 어떻게 될까, 돈이 부족하면 그냥 찍어내면 되지 않을까, 대출은 언제 받아야 유리할까. 늘 막연했던 이런 궁금증을 [돈의 얼굴]은 체계적으로 풀어주었다. 덕분에 남의 말이나 인터넷이 아닌, 나 스스로의 머리로 돈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EBS 다큐를 바탕으로 한 [돈의 얼굴]은 제목처럼 돈의 본질과 흐름을 여러모로 보여주었다. 그동안 당연하게 쓰던 원화, 달러화, 엔화 같은 화폐가 사실은 ‘신뢰’라는 토대 위에서 유지되고 있다는 사실이 가장 먼저 마음에 와닿았다. 화폐는 단순한 종이나 숫자가 아니라 국가 제도와 금융 시스템, 중앙은행, 그리고 우리 공동체 전체가 함께 지켜온 믿음이라는 점을 새삼 깨달았다.


책은 어렵게만 느껴졌던 금융 개념을 알기 쉽게 설명한다. ‘363 규칙’, 명목금리와 실질금리의 차이, 금리와 물가의 관계는 단순한 경제 뉴스 속 용어가 아니라 내 삶과 직결된 문제였다. 특히 금리 변화가 단기적인 이익과 손실을 넘어 10년, 20년 뒤까지 개인의 삶과 국가 경제를 좌우한다는 사실은 무겁게 다가왔다. 또한 “빚은 미래의 내 삶을 당겨오는 것”이라는 구절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다. 그동안 ‘미래의 내가 해결하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돈을 바라보던 내 태도가 떠올랐다. 하지만 금리는 결코 고정된 것이 아니며, 때로는 무서운 무기로 변할 수 있다는 점을 깨달았다. 최근 사회적으로 문제가 된 ‘전세사기 사건’도 결국 저금리 환경 속에서 비롯된 비극임을 이해할 수 있었다.

특히 말로만 들어 알고 있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이 책을 통해 확실히 이해할 수 있었다. 단순히 미국에서 벌어진 금융위기 사건이 아니라, 무리한 대출과 복잡한 금융상품, 그리고 신뢰가 무너진 결과가 얼마나 거대한 위기를 불러오는지를 알게 되었다. 이는 다시금 ‘돈은 곧 신뢰’라는 책의 주제를 강하게 각인시켜 주었다. 또한 책은 달러의 역사와 국제 질서의 변화를 짚어준다. 세계대전 이전까지 기축통화의 중심은 영국 파운드였지만, 전쟁을 거치며 유럽이 미국에 막대한 채무를 지게 되면서 달러가 새로운 중심으로 떠올랐다. 한때 달러는 금본위제 아래 1온스의 금이 35달러로 고정될 만큼 절대적 신뢰를 얻었으나, 베트남 전쟁으로 미국의 재정 부담이 커지면서 결국 달러 가치는 흔들리게 되었다. 이를 읽으며 나는 전쟁이 단순히 전장의 승패에 그치지 않고, 세계 경제 질서와 화폐 가치까지 뒤바꿀 힘을 가진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다. 전쟁은 곧 세계를 바꾼다.


다큐를 기반으로 한 책답게 사진과 자료가 풍부해 이해가 쉽고 지루하지 않았다. 마치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느낌으로, 경제와 금융이라는 주제를 누구나 편하게 접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었다.

책을 덮으며, 남은 생각은 단순하다. 돈은 돈을 부른다. 돈이 없으면 세상은 무섭고 살기 힘들다. 그러나 동시에 돈은 신뢰와 제도 위에 세워진 사회적 약속이기도 하다. 결국 중요한 것은 돈 자체가 아니라, 우리가 그 돈을 어떻게 이해하고 다루며, 신뢰를 어떻게 지켜나가느냐일 것이다. [돈의 얼굴]은 나에게 그 질문을 던져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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