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 평화광장에서 마주한 밝은 빛의 용기
예성 앨범 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앨범은
미니 5집 <Unfading Sense>이다.
조용하고 차분한 노래들의 분위기 속에는,
마음이 복잡하고 괴로울 때마다
나를 흐트러짐 없이 편안하게 잡아주는 힘이 있었다.
평소 출퇴근할 때나 주말에 드라이브를 하거나,
때론 연휴나 휴가 때 멀리 여행 갈 때도,
언제나 <Unfading Sense> 앨범과 함께 했다.
풍경 좋은 곳에 드라이브할 때나
여행지 도착해서 이어폰을 꽂고 걸을 때
자연스럽게 틀었던 노래가 이 앨범이었다.
특별히 꼭 들어야지 하는 생각 없이
습관처럼 찾게 되어 언제 어디서든 함께했다.
그래서 내가 너무 좋아하고 아끼는 앨범이
예성의 미니 5집 <Unfading Sense>이다.
작년 추석 목포 여행을 떠나는 그날도
차에서 운전을 시작하는 순간부터
자연스럽게 <Unfading Sense> 앨범을 재생했다.
노래를 들으며 중간코스인 순천을 거쳐
출발한 지 4시간 만에 도착지였던 목포 평화광장이
훤히 내려다 보이는 호텔에 도착하였다.
호텔방에 들어서자 벽면 가득 큰 통창으로
가슴이 탁 트이는 푸르른 목포바다와
랜드마크인 춤추는 바다분수 앞에
드넓은 평화광장이 보였다.
진짜 이름 그대로 평화광장이었다.
창가에서 바라본 바다와 함께 있는 평화광장은
가슴 탁 트이게 시원하면서 잔잔하고
조용해 보이고 마음이 편안해지는 곳이었다.
이 풍경을 보자마자 시원한 목포의 바닷바람과
밝은 광장 분위기를 당장 느끼고 싶은 마음에
이어폰만 손에 쥐고 곧바로 밖으로 나갔다.
광장으로 나서자 시원한 바닷가 가을바람이 불었다.
태양을 듬뿍 머금은 바다는 잔잔한 물결과 함께
햇빛을 따라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평화광장은 굉장히 넓고 깔끔했고
바다를 바라보며 산책을 할 수 있었다.
영산강 하굿둑까지 이어진 산책코스는
제법 넓고 길어서 많은 사람들이 여유롭게
걷거나 러닝 하며 운동을 하고 있었다.
나도 본격적으로 바람을 쐬며 걷기 위해
이어폰을 귀에 꽂고 <Unfading Sense> 앨범의
1번 트랙 'Scented Things'부터 재생하였다.
'아직도 나의 시간은
너의 향기가 배어서
주저앉은 소파처럼
편하지 않은 것 같아
Everything you left behind
The scent never goes away
And I'll remember you forever
The scented thing is you'
와 마음이 평온해지는 순간이었다.
눈앞에 펼쳐진 청량한 바다와 함께
가을바람을 타고 시원하게 불어오는
바다의 소금기 섞인 바닷바람과
드넓은 평화광장에서의 힐링까지!
여기에 내가 좋아하는 예성의 노래까지
더해지면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었다.
바다로 여행을 갈 때면 언제나
<Unfading Sense> 앨범을 찾아들었다.
예성의 목소리와 잔잔하고 차분한 노래와
바다분위기가 잘 어우러져서 너무 좋았다.
노래는 트랙 순서대로 들었기 때문에
항상 1번 트랙 Scented Things부터 재생했다.
뒤이어 'Silhouette', 'Fornever', 'Butterfly'
'Slide Away', '나 (I am)'까지 걷는 내내
앨범의 노래를 반복해서 들었다.
평소에도 출퇴근할 때나 드라이브할 때도 좋았지만
이렇게 바다에 와서 들을 땐 느낌이 달랐다.
평소 스트레스로 답답했던 마음이
바다를 보며 노래를 듣다 보면
어느새 차분히 가라앉고 편안해졌다.
마음이 불안해질 때면 항상 이 앨범을 찾았다.
이렇게 여행을 떠나와서 바다를 마주할 때면
내 안의 답답한 불안을 잠재우고
이 순간을 오롯이 느끼기 위해
예성의 앨범 중 <Unfading Sense>을
가장 많이 들었고 이번 목포여행의
평화광장에서도 늘 그랬듯 습관처럼
1번 트랙 'Scented Things'부터 재생하고 있었다.
목포의 시원한 가을 바닷바람과 함께한
예성의 노래는 불안한 내 마음을
잔잔한 저 바다처럼 고요하게 가라앉혀 주었다.
이럴 땐 노래가 내 옆에서 조용히
마음의 소리를 함께 들어주는 것만 같았다.
바다를 보며 산책로를 따라 쭉 걷다가
나무데크에 앉아서 바다만 바라보며
하염없이 <Unfading Sense> 앨범만 들었다.
잠시나마 답답한 응어리를 풀고
마음이 편해지고 싶었다.
이렇게 바다를 바라보며 마음이 편안해지는
예성의 노래를 듣는 순간이 그저 좋았다.
25년 10월 추석연휴에 이렇게 여행 올 수 있도록
오랜 시간 쉴 수 있다는 게 감사했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새 직장생활의 힘든 점은
한 해가 지날 때까지 나아지지 않았다.
나에 대한 배타적인 분위기는 여전했고
상부에서의 과중한 업무압박까지 더해져
회사에 갈 때마다 숨 막히는듯한 답답함이 계속됐다.
제발 이 현실에서 벗어나길 바랐다.
당장 갑갑한 상황을 잊을 수 있는 건 여행뿐이었다.
그래서 지난해 여름휴가 때처럼 도망치듯
추석연휴에 목포로 여행을 왔다.
바다를 보며 편안히 쉬고 싶은 마음이 컸다.
그런 내 마음을 알아주며 반겨주듯
목포에서의 날씨는 따스하고 포근했다.
사실 목포여행을 떠났던 10월 추석연휴는
12월에 있을 어깨 수술을 불과 두 달 앞둔 시기였다.
핀이 박혀있던 어깨는 무언가가 짓누르듯
갑갑하고 무거운 느낌이었고,
어깨를 움직일 때마다 핀 때문에
매끄럽지 못하게 움직이는 게 느껴졌다.
그리고 핀 자국이 피부에도 올라와서
흉터에 핀으로 인해 튀어나오듯 자국이 생겼다.
그래서 핀을 뺄 수 있을 시기가 오면
바로 수술날을 잡을 생각이었다.
여름이 되자 의사 선생님은 핀제거 수술이
가능하다고 말씀을 하셨고 수술은 더운 여름보다
겨울 연말에 하고자 날짜를 잡은 게 12월이었다.
12월 중 구체적인 수술날짜는 10월 추석연휴 끝나고
잡기로 했지만 이미 연말에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래서 사실상 여행이 끝난 이후 두 달이 지난
12월 말에 재수술이 예정되어 있었다.
수술이 잘되겠지 하면서도 걱정이 되었다.
첫 수술 후 겨우 재활을 다 끝내고
절개피부흉터도 무사히 아물어서
겨우 일상으로 돌아왔는데 또다시 그 길고 힘든
재활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게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리고 다시 한번 차가운 수술대에 누워야 한다는 게
썩 달갑지 않았지만 핀은 뽑아야 했기에
마음먹었을 때 재수술을 하기로 했다.
재수술을 앞두고 있던 이 시기에
앞으로 내 삶의 방향성도 고민 중이었다.
더 이상 이대로 무기력하게 그저 직장을
돈만 버는 수단으로만 다닐 수 없었다.
스트레스로 인한 압박이 계속되었고
이러다가는 마음의 병이 생길 것만 같았다.
주변에서 반대해도 이제는 내가 하고 싶었던
꿈을 향해 한 걸음씩 조금씩 걸어가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던 찰나에 재수술까지 겹쳤다.
당장은 어깨 재수술과 몸 회복이 먼저였다.
마음은 굳건히 먹었지만 그 시기를 어떻게
또 버티고 이겨낼 수 있을까 생각하면
막막하고 두렵기도 했다.
그리고 어깨 수술이 끝나면 고통의 시기를 이겨낸 후
직면하게 될 인생의 과제를 어떻게 풀어야 할지,
앞으로 내가 어떤 길을 걸어가야 할지에 대한
해답을 여전히 명확하게 내리지 못했다.
그래도 예전과 달리 편안하게 마음을 먹었다.
그저 두려워만 하던 예전과 달라졌다.
이직이 안되던 찰나에 거제도여행에서
'Scented Things'를 들으며
마냥 마음이 무겁지만은 않았던 그때처럼,
목포 평화광장에서도 이 노래를 듣자
무거웠던 마음이 차분해졌다.
두렵지만 무섭지만 용기를 내보기로 했다.
거제도에서 느꼈던 마냥 무겁지만은 않았던
그때의 그 공기가 목포 평화광장에서의
바닷바람과 함께 섞이며 마음에 닿는 느낌이었다.
예성의 음악은 예전에도 지금도 항상 같은 자리에서
나와 함께 해주고 있었을 뿐인데,
노래를 들을 때마다 내 안의 깊게 숨어있던 두려움은
점차 밝은 빛을 받아 용기로 바뀌고 있었다.
어깨를 다시 절개한다는 게 무섭고 걱정되지만
처음에 핀을 뽑기로 마음을 먹은 대로 해보기로 했다.
무섭다고 미루다 보면 인생을 살면서 이보다 더
어려운 일이 생겼을 때 극복 못할 것만 같았다.
수술을 무사히 마친 이후 꿈을 잃어버린 채
그저 시간이 흘러가는 대로 지냈던
지난날을 지금이라도 바로 잡고,
진짜 내 인생의 길을 찾기로 했다.
30대의 시작에 서울에서 다시 부산에 내려와
10년을 엄마 곁에서 함께 했으니
이제 내 자리를 찾아 서울로 다시 가기로 했다.
물론 다시 가기까지 준비가 많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하던 무역일을 이어서 하는 게 아닌
진짜 하고 싶은 일에 대해 도전해 보기로 했다.
나는 글을 쓰는 일을 하고 싶었다.
책을 내는 작가가 아닌 다방면에서 글을 쓰며
활용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도전해보고 싶었다.
다만 무역 이외에는 경력이 없기 때문에
어떤 일을 할 수 있을지 구체적으로 알아봐야 하고
서울에서 지낼 곳과 생활비까지 고려하면
재정적인 부분도 계획을 세워야 했다.
나의 서울행을 얘기했을 때 가족과 가까운 친구 이외
다른 주변사람들의 안 좋은 시선이 많았다.
잘 다니는 직장 그만두고 이제 와서 서울 가서 뭘 한다고?
차라리 자격증을 따서 전문직을 하지?
물가 비싼 서울 가지 말고 차라리 그냥 부산에 있어 등등.
예전의 나라면 걱정과 두려움이 앞서서
주변에서 우려 섞인 얘기를 그저 넘기지 못하고
잘 안되면 어쩌지 라는 마음이 시도조차 못했을 것이다.
사실 대학원을 포기할 때가 지금과 같은 상황이었다.
집안 사정으로 등록금 낼 형편이 안 돼서
현실적인 부분이 막히긴 했지만 그걸 다 이겨내고
당당하게 내가 등록금도 해결하고 공부도 잘해서
빨리 내 자리를 잡겠다고 말할 자신이 없었다.
지금은 그때의 나와 달라졌다.
그냥 해보기로 했다. 앞으로 나아가 보기로 했다.
그렇게 마음을 먹기까지 매번 들었던 노래 중
'Slide Away' 노래 가사가 딱 내가 처한
상황을 말해주는 것만 같았다.
'이곳에서 벗어나자고
몇 번이고 다짐했었잖아
이젠 떠나야 해
이곳에 난 아무런 의미도
찾지 못해서
무기력해질 것만 같아
So I'm waiting for you
Just tell me
all the places you wanna go
어디든 가보자
우린 행복할 거야
Oh run away
Oh run away again
이 세상에 너와
나만이 있는 듯해'
<Unfading Sense> 앨범 노래 중
'나 (I am)'를 들으며 그동안 외면해 왔던
내 사진과 마주하며 내가 나를 사랑하는 법을 알았고
'Slide Away'를 들을 때마다 계속 이렇게
무기력하게 살기보단 진짜 나만의 행복을
찾아 떠나게 될 그날만 떠올렸다.
목포여행이 끝난 후 수술날짜를 잡았고
예정대로 12월 연말에 2년 동안 오른쪽 어깨에
무겁게 박혀있던 핀을 뽑아냈다.
그 과정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첫 번째 수술보다 더 심한 부작용에 시달렸다.
진통제, 항생제, 수술부위 접합 본드 부작용,
접촉성피부염, 마취 부작용까지.
절개부위를 포함해 오른팔 전체에 걷잡을 수 없이
빨간 염증과 두드러기가 퍼져나갔고
마취 부작용으로 목이 너무 아팠다.
핀은 최선을 다해 뽑았지만 안쪽에 조금 남았다고 했고,
남은 핀은 어깨 안에 평생 안고 살아가야 한다.
각종 부작용이 겹쳐 상태가 갈수록
나빠지며 몸이 쉬이 회복되지 않았다.
입원이 길어지며 예정날짜에 퇴원조차 하지 못했고,
결국 직장을 급하게 정리할 수밖에 없었다.
퇴원 후 설연휴 전까지 집밖으로 나올 수도 없을 만큼
힘이 없어서 누워서만 지내야 했다.
그래도 수술 후 4개월째 되는 지금은
무겁게 짓누르던 고통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
절개흉터는 계속 치료하고 있지만,
예전보다 어깨가 한결 가벼워졌다.
이제는 내 길을 가기 위한 여정만이 남았다.
그 길도 어깨 재수술 과정처럼 쉽지는 않을 것이다.
염증이 나서 짓무르고 힘들고 울고 싶을 만큼
고통스러운 과정이 분명히 있을 거라 생각한다.
그래도 힘들 때마다 항상 나와 함께하며
내가 나를 찾아가는 과정에 늘 곁에 있었던
예성의 <Unfading Sense> 앨범을 들을 때면,
언제나 그랬듯 내 마음의 중심을 잘 잡을 수 있지 않을까.
나에게 예성의 음악은 그저 즐겁게 듣기만 하는
노래가 아닌 내 인생에서 가장 위태로웠던 순간
더는 무너지지 않게 나를 지탱해 준
내 삶의 버팀목이었다.
아직도 많이 부족하고 준비도 해야 하지만
내가 행복을 찾아가는 그 순간에도
언제나 예성의 노래와 함께 할 것이다.
특히 내 마음의 안정이 필요할 때 찾았던
<Unfading Sense> 앨범이 곁에서 있어줄 것이다.
항상 그래왔던 것처럼.
진짜 나만의 행복을 찾으면
그때는 기쁘게 다시 글을 쓰고 싶다.
나의 길을 찾아 떠나는 그 길이 험난하고
지독한 어둠에 무섭고 아픈 고통이 밀려와도
밝은 빛으로 그 두려움을 용기로 바꿔주었던
예성의 음악이 있다면 이겨낼 수 있지 않을까.
오늘도 <Unfading Sense> 앨범을 들으며
그날이 꼭 오기를 간절히 바라고 기원한다.
내 길을 찾고 나만의 행복을 찾을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