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흥사 연리근과 우연을 모아 Wish

인연의 붉은 실로 연결된 나의 운명을 위한 소망

by 쭈이날다


예성노래 중 마음이 힘들고 외로울 때마다

들었던 내가 가장 아끼는 노래가 있다.

예성 미니 3집 <Pink Magic> 앨범의

6번 트랙 '우연을 모아' 다.


2022년 <외식하는 날 버스킹> 예능에서

예성은 이 곡에 담긴 이야기를 들려준 적이 있다.

'우연을 모아'는 미래에 만날 사랑을 꿈꾸며 쓴 노래로

언젠가 마주칠 그 사람이 나의 운명은 아닐지,

그 운명은 작은 우연에서 시작되고,

그렇게 작은 우연들이 모이게 되면

결국 운명이 되어 그 사람을 만나게 되지 않을까.

그리고 어쩌면 그 사람도 지금 어디선가

자신의 음악을 듣고 있지는 않을지,

만나는 그날까지 부디 잘 지내길 바라는

진심 어린 바람이 담긴 노래라고 했다.


'우연을 모아' 노래가사를 보면

내가 대학생 때부터 친구와

수다 떨 때마다 했던 이야기가 떠오른다.

친구와 일상처럼 전화통화를 할 때면

'내 운명의 상대는 어디서 뭘 하고 있을까'

라고 하면 친구는 항상

'그 사람도 어디선가 집에서 우리가 보고 있는

<무한도전>을 보고 있을꺼야' 라고 했고

얘기할 때마다 둘이서 웃곤 했다.


'어떤 사람과 어떤 세상 어떤 삶을 살았을까

만나면 궁금한 게 너무 많아

어서 널 알고 싶어 My Love'


신기하게 노래 가사에는 타지생활할 때

고립된듯한 외로운 마음이 들 때마다

'내가 만날 사람은 지금 뭘 하고 있을까' 하고

혼자 읊조렸던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내 운명의 그 사람은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언제쯤 나와 이어져서 만나게 될까?

맑고 청아한 하늘을 보며 '우연을 모아'를

들을 때마다 항상 혼자 되뇌었다.



예성의 '우연을 모아'를 들을 때면

항상 생각나는 곳이 있다.

작년 추석 긴 연휴에 떠난 목포여행 둘째 날,

당일치기로 다녀온 해남에서

마주한 대흥사 연리근이다.


연리근은 대흥사 천불전 아래 500년 된

느티나무로 현재 보호수로 지정되어 있다.

두 그루 느티나무의 뿌리가 이어져 있어

연리근이라고 하며 인연, 만남, 약속을

의미하는 일명 '사랑 나무'이다.


서로 뿌리로 이어져 마치 한 그루의

나무처럼 보이는 연리근을 보자마자

내가 너무 애정하여 자주 들었던

예성의 '우연을 모아'가 떠올랐다.

연리근과 노래가사가 잘 어울렸다.


'실 끝 하나를 타고 가면 반대편 끝을 만나듯

엉킨 인연을 풀어 걷다 보면 우린 꼭 만날 거야

네가 있는 곳 목소리와 얼굴도 본 적 없지만

거짓말 같은 우리의 시작을 기대하고 바랄게


잘 지내길 바라 같은 하늘 아래 어딘가

서로 다른 길을 헤매도 그 길의 끝에

우린 마주치게 될 테니

세상에 허락된 내 모든 우연을 모아 스치는 날

내가 널 알아볼 테니까

만나는 그날까지 부디 안녕


어떤 사람과 어떤 세상 어떤 삶을 살았을까

만나면 궁금한 게 너무 많아

어서 널 알고 싶어 My Love


아주 먼 시간을 돌아 기적을 마주치는 날

너도 나를 알아보기를


그 언젠가 너의 이름을 알게 되는 날

입이 닳게 불러줄 거야

늦어도 좋아 나의 첫인사를 받아줄 널 꿈꾸며

그날로 마중 나갈 테니까

세상 어디에 있건 건강하길

만나는 그날까지 안녕'



연리근은 두 나무의 뿌리가

서로 이어져 하나가 되었으니,

남녀가 서로 만나 인연을 맺고

사랑을 나누며 평생을 같이 할

부부가 되어 한 몸이 되었다 하여

'사랑의 나무'라 불린다고 한다.


그리고 연리근에 대한 설명문 속에

이런 문구가 쓰여 있었다.

'너와 나를 이어준 소중한 인연

인연으로 만난 우리가 간절하게 바라는 소망

하나 되어 영원히 함께하자는 약속

뿌리 엮은 연리근 앞에

인연, 소망, 약속을 너와 함께 기도한다.


대흥사 연리근에서 소중한 인연들을 돌아보고

가꿔가는 마음의 시작을 세워보시길 발원합니다.

가족과 함께, 연인과 함께,

친구와 함께 소중한 인연과

아름다운 사랑을 기원해 보시기 바랍니다.

바라는 소망이 이루어지길 두 손 모아 합장합니다.'


연리근 앞에서 지극한 마음으로 기원하면

마음속에 품어온 사랑과 간절한 소망이

이뤄진다고 한다. 그리고 연리근은 그 소원을

들어주며 행운을 가져다주는 나무라고 한다.


연리근의 기원은 '삼국사기', '고려사' 기록에서

전해지는데, 우리 조상들은 연리근이 나타나면

희귀하고 경사스러운 길조로 여겼다고 했다.

오랜 세월 우리 조상들의 삶과 이야기를

담아 온 연리근 앞에서 많은 사람들이

기도를 하며 자신의 소망을 전하고 있었다.


진짜 내 운명의 상대가 있을까?

사실 오래전부터 운명이라는 말을 믿었다.

나는 예로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중국 당나라 설화 중

언젠가 맺어질 남녀는 보이지 않는 운명의 붉은 실로

이어져 있다는 것으로, 월하노인이 붉은 끈으로

발목을 묶은 남녀는 설사 원수의 집안이거나,

이역만리 떨어져 있거나, 빈부차가 아무리 심할지라도,

반드시 맺어진다는 붉은 실 이야기를 좋아한다.


나의 인연도 운명의 붉은 실로 연결되어 있지 않을까.

다만 지금 아직 그 사람을 만날 시기가 되지

않았기에 아직 만나지 못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좋아하는 애니메이션 중 <너의 이름은>에서

운명의 붉은 실이 무스비로 표현이 된다.

무스비는 '잇는다'라는 뜻으로

실을 잇는 것도, 사람을 잇는 것도,

시간이 흐르는 것도 모두 무스비로,

이 모든 것은 전부 신의 영역이라고 한다.


미츠하가 할머니와 만드는 매듭끈도

신의 능력과 시간의 흐름을 형상화한 것으로

한데 모여들어 형태를 만들고 꼬이고 엉키고

때로는 돌아오고 끊어지고 다시 이어지고

그것이 무스비, 그것이 시간이라고

애니메이션 속에서 설명하고 있다.


사람 몸에 들어간 것이 영혼과 이어지는 것도

무스비이며 모든 건 우연이 아니라

신께서 정해준 필연이라는 의미다.

타키와 미츠하도 서로의 이름도 잊어버리며

다시는 만날 수 없을 것 같았지만,

결국 그 끈이 이어지고 이어져

그 끝에 운명적으로 재회한다.



'실 끝 하나를 타고 가면 반대편 끝을 만나듯

엉킨 인연을 풀어 걷다 보면 우린 꼭 만날 거야'


<너의 이름은> 애니메이션을 볼 때마다

예성의 '우연을 모아' 도입부 가사가 떠올랐다.

타키와 미츠하가 무스비로 연결이 되어

꼬이고 엉켜도 다시 돌아오고 이어진 것처럼

나와 붉은 실로 연결된 사람과

만나게 될 날이 오지 않을까라고 늘 바라왔다.


사실 그동안 직장 생활과 취미를 병행하며

나름 바쁘게 지내느라 누군가를 만나고 싶다는

소망과 외로움을 잠시 잊고 있었다.

하지만 마음 깊은 곳에 숨어있던 '외로움'은

어깨 수술로 내 인생이 잠시 멈춰 선 순간

서서히 그 모습을 드러냈다.

40살이 되던 해 나도 이제는 좋은 사람을 만나

행복해지고 싶다고 소망했을 뿐인데,

1월 사고 이후 모든 평범한 일상을 잃어버렸다.

세상 모든 게 나에게서 등을 돌리는 듯했다.


그리고 작년 12월 두 번째 어깨 수술 후

몸상태가 급격히 나빠지며

결국 직장까지 그만둘 수밖에 없었고

회복을 위해 계속 집에만 있어야 했다.

매일 반복되는 어깨통증에 몸도 마음도

혼자 버티기 어려울 만큼 힘들었다.


그럴 땐 예성의 노래를 들으며

이 아픔과 괴로움이 그만 끝나고

이제는 진짜 운명의 사람을 만나

행복하게 지낼 수 있기를 기원했다.

그렇게 '우연을 모아'를 참 많이 들었다.

2026년 1월 1일, 병실에서 자정이 되자마자

들었던 새해 첫 곡도 바로 이 노래였다.


난 왜 이렇게 남들은 쉽게 만나는 듯 보이는

운명의 사람을 만나는 것조차 쉽지 않을까.

그 소망을 간절하게 기원했던 새해부터

하필 어깨 수술을 하게 되었을까.

무엇보다도 이 고통을 혼자 묵묵히

견뎌야 했던 현실이 가장 나를 힘들게 했다.


고통이 심해질 때마다 언제나 혼자였다.

주변엔 아무도 없는 암흑 속에

홀로 남겨진 것만 같았다.

왜 점점 시련이 깊어지는 걸까.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질수록

스스로 힘들었고 미치도록 괴로웠다.

쉽게 이어지는 게 아닌 되돌아가도록

무언가가 꼬여도 단단히 꼬여 있는 느낌이었다.


그렇지만 나의 소중한 운명의 인연은

'우연을 모아' 도입부 가사처럼

실 끝 하나를 타고 가면 반대편 끝을 만나듯,

서로 다른 길을 헤매도 엉킨 인연의 실을

풀어가며 걷다 보면 만나게 되지 않을까?

타키와 미츠하가 다시 만나게 된 것처럼.

지금의 시련과 기다림조차 만남을 위한

필연적인 과정일 거라 생각하고 있다.



선선하게 불어오는 두륜산의 바람과 함께

하염없이 대흥사 연리근만 바라보며

간절하게 기도했던 지난 가을날을 떠올려본다.

많은 사람의 사랑과 소원을 품어온

연리근 앞에서 나의 소망을 담아 기원하였다.


'우연을 모아' 가사 속에 표현된 것처럼

세상에 허락된 내 모든 우연을 모아

언젠가 인연의 붉은 실로 연결된

내 운명의 사람과 스치는 날

한눈에 알아볼 수 있을까.


어쩌면 앞으로 만나게 될 그 사람도

내가 좋아하는 예성의 노래를 들으며

26년 행복한 새해를 맞이했을지도 모른다.

지난 2년간 두 번의 어깨 수술로 평생 겪지 못할

힘든 고통을 혼자 견디고 이겨냈고,

대흥사 연리근 앞에서도 기원했으니,

이번만큼은 내 간절한 소망을 이뤄주지 않을까?


지금도 아침이 밝아오면 맑은 하늘을 보며

예성의 '우연을 모아'를 듣는다.

500년 세월 동안 뿌리가 이어져

한 몸이 된 대흥사의 연리근처럼

나와 운명의 붉은 실로 이어진

소중한 인연을 만나 함께할 수 있기를

온 마음을 담아 오늘도 기도하고 염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