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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공사칠 Mar 08. 2024

단순 반복에 대하여

될 때까지 들어가 보기

   모세가 만난 신은 가시덤불 속에 있었다. 광야에서 40년, 매일 산을 오를 때마다 마주쳤을 가시덤불이었다. 매일 마주한 일상이 신비로 다가왔을 때 그는 어떤 기분을 느꼈을까?


 요즈음 나도 매일 마주하는 가시덤불이 있다. 그것은 바로 한 초등학교 앞 피아노 학원에 오는 아이들이다. 이들과 겪는 매일은 일상이자 동시에 신비다. 나는 매일 이들을 마주하며 기타로 오토바이 타듯 함께 호렙산에 오른다. 쉽진 않지만, 열심히 오른다.


 신은 모두에게 24시간을 나누어주었고 이를 어떻게 쓸지는 이들에게도 중요하다. 나는 이 친구들이 평소보다 조금 더 들어가 소리를 깊이 듣게 도와주는 사람이다. 그래서 레슨의 상당 시간을 안되는 부분을 깊이 파는데 투자한다. 쉽게 말해 막히는 부분을 몇십 번이고 될 때까지 연습시킨다.


 틀리는 부분을 단순 반복하다 보면 별의별 반응이 다 나온다. 가장 흔한 반응은 상황에 대한 회피다. 자신의 취약점을 보고 싶지 않아 화제를 돌리고 화를 내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마음이 아프지만 더욱 단호하게 풀리지 않는 부분을 함께 바라본다. 연습이 너무도 반복되어 내가 소리인지 소리가 나인지 헷갈릴 때쯤 학생이 이전의 자기를 넘어선다. 대나무로 정강이 단련하듯 온몸으로 음을 듣고 또 듣다 보니 높아진 실력은 덤이다.


 어제보다 오늘 좀 더 잘 듣는 사람이 된 이 친구들을 떠올리며 나를 바라본다. 모세가 매일 오르던 호렙산의 가시덤불. 매일 보고 또 보고 또 본 그곳이 어느날 불에 타지 않은 채 내 앞에 서 있다. 신이 그 속에서 질문한다. 너는 충분히 단순 반복하고 있는가? 끝까지 가고 있고 더 갈 용기가 있는가? 자기 수련은 대상과 나의 일체를 향한 신비로운 여정이다. 오늘도 이 거대한 질문 앞에서 반복의 의지를 다진다.


마크 샤갈 <모세와 불타는 가시덤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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