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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윤희 Jan 31. 2016

작업실과 가위눌림

22살 무렵 대구 대명동에 있는 작업실을 들어갔다

구성원은 4명의 대학생 오빠들과 여자는 나 혼자였다 모두 개성 있는 캐릭터였다

집이 가스 집을 하는 우락부락한데 귀여운 캐릭터 아기자기한 것을 좋아하는 오빠 이 오빠가 그린 뱅이와 랭이라는 캐릭터는 지금 TV에 나오는 라바와 비슷하다 노란 애벌레 빨간 애벌레가 서로 사랑하는 이야기를 옴니버스식 구성으로 그렸었다

혈풍 구취라는 이상한 만화를 그렸던 석고데생 진짜 잘하고 인체 드로잉 정말 잘하는 포르노 100편 본 오빠

그림은 안 하고 작업실과 학교가 가까워 끼여있는 오빠 이 오빠는 내가 아침에 라면 끓여 먹는데 먹을래요?라고 하니 "아침부터 라면 먹냐 됐다"라며 학교를 갔다 그리고 진짜 착하고 내 말 잘 들어주던 그림은 그냥 그랬던 컴퓨터 전공하던 오빠 이런 구성원이었다 이때 바이오 하자드와 디아블로라는 게임이 나왔었는데 게임에 문외 안이었던 나는 설거지 내기 때문에 게임을 했다 맨날 져서 설거지는 내가 했었다

은근 중독성이 있어서 바이오 하자드는 밤새우면서 했던 기억이 있다 작업실은 이층이었는데 옆 건물 지하에는 Have라는 인디락 공연장이 있었다

그 당시는 공연이라는 것을 접해 보지 못하고 라디오나 음반만 사서 들었었는데 거기서 그 문화를 처음 접했던 것 같다 하루는 밤에 그림을 그리면서 Radio head의 creep을 듣고 있는데 건너편 건물에서 누군가 기타로 똑같은 음악을 연주하는 것을 들었다 나는 작업실 밖으로 나가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노래를 듣고 있는데 같은 노래를 누군가가 그것을 연주하고 있다는 것은 정말 미묘한 느낌이었다

그날 나는 작업실 창문 밑 매트리스에서 잠을 자는데 분명히 커튼을 치고 잠이 들었는데 커튼이 열려있고 창밖으로 나무와 달이 보였다 나는 커튼을 치려고 몸을 일으키려고 노력하고 노력했지만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소리를 내려했지만 소리도 나지 않았다 간신히 손가락을 움직여 일어나자

창문 커튼은 닫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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