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toPlace - 영화에 대한 그들만의 감성 part1
한국에서 생활하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말 중 “정서”라는 말이 있다.
“정서에 맞지 않다, 정서적으로 받아들이기 힘들다.” 등등의 말들을 주변에서 많이 사용하다 보니 나 또한 정서적으로 XX 한다는 표현을 많이 하게 되었다. 하지만 정확히 한국의 정서란 무엇인지 해석하라고 하면 정확히 어떻게 어떤 방식으로 해석을 해야 할지 많이 어렵고 감이 안 잡힌다. 개인적으로 한 나라의 정서에 대한 이해는 그 나라의 사회, 역사, 사람들의 삶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한 공감의 형성으로 표현하고 싶다.
중국도 마찬가지로 중국만의 정서가 존재한다. 중국 하면 떠오르는 것들을 나열해 보면 대륙, 다민족, 인구, 경제, 사회주의, 역사 등이 우리가 주로 많이 접했거나 알고 있는 주제로 볼 수 있다. 이 모든 것을 깊이 있게 이해한다면 당연히 중국의 정서를 이해하는데 문제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기에는 너무나 많은 시간과 정력을 투자해야 가능하다. 여기서 나는 중국에 관심 있는 분들을 위해 좀 더 가까운 거리에서 바라본 중국 “정서”에 대한 가벼운 잡담을 늘어놓으려고 한다. 잡담의 주제는 중국의 대중문화, 앱과 서비스 그리고 이슈에 관한 것이 되겠다. 최대한 객관적인 자료를 통해 이야기를 해 나가겠지만 아마 글의 중간중간에 나의 주관적인 견해가 많이 들어갈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 양해를 미리 구하는 바이다. 말 그대로 그냥 가벼운 잡담으로 봐주길 바란다.
2015년 초중국의 앱 마켓을 강타한 기적 같은 앱이 등장하는데 랭킹 1000위 밖에서 순식간에 무료 앱 전체 랭킹에서 1위를 기록하면서 수백만의 사용자를 유치하게 된다. 바로 영화를 테마로 한‘FotoPlace’다. 물론 열광과 환호가 끝난 후의 현재 모습은 다소 참담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당시 FotoPlace가 사람들의 환호를 얻게 된 데에는 분명 어떠한 이유가 있었던 것만은 분명하다. 그렇다면 바로그 열광의 이유에 관해서 이번 잡담을 시작해 보기로 하자.
“在足记,每个人都是王家卫 - FotoPlace에서는 모두가 왕가위다” 90년대 홍콩영화를 대표하는 감독 왕가위의 이름을 슬로건으로 내세울 정도로 FotoPlace는 완전히 영화라는 테마에 포커싱 했다. 사진을 찍어서 혹은 라이브러리에 있는 사진을 사용해서 자신이 원하는 비율로 편집하고 필터를 입히고 영화처럼 자막을 넣어주는 것을 메인 기능으로 한 사진 편집 앱이다. 상단과 밑단에 레터박스가 있는 16:9의 영화를 연상케 하는 이미지에 필터를 넣고 중문과 영문을 병행한 자막을 삽입하여 이미지를 업로드하는 것이 보통 앱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주로 취하는 행태이다. 앱의 기능 구성은 인스타그램과 거의 흡사하다고 보면 된다.
한참 위챗의 모멘트에서 핫하게 떠오르고 있을 때 위 앱을 다운로드하여 설치하여 주변 사람들한테 요즘 중국에서 가장 핫한 앱이라고 소개를 했었다. 하지만 그들은 조금 예상 밖의 반응을 보였다. ‘재밌네, 영화처럼 만들었네…’ 정도의 반응이 전부였고 누구도 그 이상의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중국 친구들이 연발하는 감탄에 비하면 너무나도 상반되는 반응에 조금은 당황했던 당시 상황이 기억난다. 얼마 지나고 나서야 한국 친구들과 중국 친구들이 가지고 있는 영화에 대한 감성 포인트가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다. FotoPlace의 (16:9 비율+ 중영 자막)은 중국 친구들한테는 엄청난 공감과 그들의 영화에 대한 감성을 정확히 건드려준 반면 한국 친구들한테는 미미한 공감만 형성시킬 뿐 전혀 그들의 감성을 건드리지 못했다. 생각해보니 한국에서는 영화에 자막을 넣는 것이 그저 외화에 한정되어 있고 그것도 삽입된 것이라는 느낌을 주로 주지 영화와 하나가 되는 한 부분이라는 느낌은 전혀 가지고 있지 않다. 그러면 왜 중국에서는 그토록 환호하고 열광했었는가? 지금부터 그 이유에 대해 한 번 알아보기로 하자.
1905년 중국의 첫 영화《定军山》제작을 시작으로 백여 년 동안 영화는 중국인들의 삶의 한 부분으로서 세월을 같이했다. 초창기의 무성영화로부터 구상해(老上海)를 대표로 하는 1차 황금기 영화들 그리고 혁명 소재로 한 소위 말하는 혁명영화, 마지막으로 현재의 중국 영화산업을 있게 한 제5세대 영화감독들의 개혁개방 이후의 영화로 크게 나누어 볼 수 있다. 여기서 20세기 80, 90년대의 중국으로부터 오늘의 이야기를 시작하려고 한다. 아시다시피 80, 90년대는 중국의 개혁개방 정책으로 경제적으로 사회적으로 가장 활발하게 움직였던 시기이고 사건들이 가장 많았다. 이 시기에 유소년 시절을 보낸 이들이 현재 중국의 대중문화의 주축인 20, 30, 40대가 되겠다. 이후의 다른 주제에 관련된 글들에서도 아마 항상 언급되는 시기가 될 것이다. 한마디로 현재 중국의 대중문화를 이해하려고 하면 80 90년대의 중국을 배제하고는 거론하기 어렵다.
처음 중국으로 외래 영화가 유입된 정확한 시기는 정확하게 가늠하기 어렵다. 하지만 한 가지 명확한 것은 80년대부터 수많은 외래문화가 중국으로 유입되기 시작했다. 물론 대부분의 유입은 합법적인 경로가 아니다. 홍콩영화를 대표로 하는 중국 체제 외(홍콩은 1997년 중국에 반환됨)에서 제작된 수많은 영화들이 불법으로 복제되어 전 중국 대륙으로 퍼지기 시작했다. 그 당시 중국의 대중문화는 말 그대로 심한 가뭄을 겪고 있었다. 그 시기의 중국문화체제에서 제작된 영화 혹은 기타 창작물들이 더 이상 당시 사람들의 문화적 욕구를 채워줄 수가 없었고, 질적 측면에서도 평균적으로 봤을 때 외래 콘텐츠에 비교가 안될 정도로 차이가 많이 났었다. 때문에 몰래 유입된 외래문화콘텐츠들은 기존의 중국문화산업에 큰 파장을 가져다주었고 한 순간에 전 중국 대륙에 침투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시 동네마다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비디오 가게들의 양만 봐도 체감할 수 있을 정도였다. 물론 이런 가게들에서 보유하고 있었던 영화 비디오들은 거의 대부분 불법 복제판들이었다. 흥미로운 것은 이런 불법 복제된 영화에 출연했던 배우들은 본의 아니게 중국에서 엄청난 인기를 얻게 되는데 이는 나중에 이들이 중국으로 진출하는데 큰 영향과 도움을 주게 된다.
외래 영화에 이미 대중들의 눈높이는 많이 높아진 상태이고 국내 영화시장의 침체가 더 심각한 상황 에이르는 것을 피하기 위해 많은 노력들을 하게 되는데 그중 하나가 젊은 중국 영화인들이 해외 영화제에 출품하면서 소위 좋은 영화들을 만들기 시작한 것이다. 이것은 중국 내륙 영화인들도 세계에서 인정받는 영화를 만든다는 이미지를 심어 주면서 점차 국내 영화에 대한 인식을 바꿔 놓게 되었다. 물론 그 이전에도 많은 영화인들과 작품들이 해외 영화제에서 상을 받았던 적이 있었다. 하지만 전에는 영화 자체가 극장에 가는 것 이 외에는 쉽게 접할 수 있는 콘텐츠가 아녔기에 그만큼 사람들이 영화에 대한 주목도나 해석기준이 많이 제한되어 있었다고 생각된다. 생각해 보면 비디오의 보급이 중국 영화시장 자체에 가져다준 영향은 부정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나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정책적으로 규제완화를 시행하여 영화의 창작 자유도를 높여준 것으로 볼 수 있다. 이것을 계기로 신세대 감독들이 하나둘씩 해외 영화제에서 수상을 하면서 점차 중국 자체 제작 영화들이 해외로 수출되기 시작했다. 따라서 자연스럽게 수출용 영화들은 자막을 삽입하게 되었고 그중 가장 많이 사용되었던 것이 중문과 영문을 병행한 자막 형식이었던 것이다.
이러한 자막 형식은 지금까지도 계속 유지되고 있는데 사람들은 그 원인을 중국은 지역마다 방언(사투리)이 있어 영화에서 가끔 방언이 나오면 중국어임에도 불구 하고많은 사람들이 알아들을 수 없기 때문에 중국 자체 영화에도 기본으로 자막을 넣는다고 한다. 그리고 청각장애가 있는 사람들도 영화를 즐길 수 있게 의무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규정도 원인 중 하나라고 한다. 정확한 이유가 뭐가 됐던 한 가지 만은 명확하다. 중문 영문 병행한 자막을 삽입한 영화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은 작품성 있는 영화, 완성도가 있는 영화, 해적판이 아닌 정품 등 과 같은 의미로 많이 받아들이고 있다. 주변 중국인 친구들 중에서도 가끔 자막이 없는 중국 영화를 보게 되면 뭔가 허전하고 적응되지 않는다고 한다. 이미 대중 들은 자막을 삽입한 영화에 익숙해져 있었던 것이다. 영화 속 명대사가 나오는 장면들은 가끔 사람들의 마음을 흔든다. 하지만 음성과 화면, 그리고 자막이 동시에 나타났을 시 사람들한테 주는 감흥과 느낌은 배로 다가온다. 왕가위 감독의 화양연화 같은 작품들에서 보이는 장면들이 대표적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모든 자막이 삽입된 영화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몇몇 훌륭한 작품들 만으로도 사람들한테 그러한 감정을 각인시키는 데에는 충분했던 것이다. 정확히 이것을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이미 우리는 자막을 영화 자체의 고유한 한 부분으로 인식을 하고 있고 우리만의 영화에 대한 조금은 다른 감성 포인트가 형성되었다고 생각된다. 생각해 보니 중국화 하고도 비슷한 맥락으로 연결을 시킬 수 있을 것 같다. 예로부터 그림과 시가 함께 있는 시화(诗画)라는 예술형태에 대한 중국인들의 감성만 봐도 현재의 영화와 자막의 조합을 받아들이는 이들의 다른 감성이 조금은 이해가 될 것이다. 그림과 시가 하나로 어우러져 이미지의 시각적 표현과 문자의 은유적인 표현이 하나의 완성된 작품세계를 형성한다. 이러한 이유에서 봤을 때 현재 영화와 자막에 대한 중국인들의 조금은 다른 감성이 아무런 이유 없이 형성된 것은 아닐것 이라는 추측을 해본다.
현재 중국의 영화산업은 이미 엄청난 성장을 가져왔고 천문학적인 자금들이 이 시장에 투입되고 있는 상황이다. 연이어 갱신되는 관객수 기록들로만 봐도 이 시장이 계속 확대되고 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당시 FotoPlace의 인기만 봐도 영화와 자막에 대한 중국 대중들의 특유의 감성은 그대로이고 변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FotoPlace App이 바로 사람들의 이런 감성 포인트를 정확히 발견하고 잘 활용했던 것이다.
여기까지가 자막과 영화에 대한 중국인들 특유의 감성에 대한 나의 가벼운 생각들이다.
part 2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