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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목격하는지혜 Feb 07. 2021

못생긴 자본주의적 발상에 이용당하지 않기 위해

1인 미디어 시대, 진실의 단편이 아닌 진실과 마주하기



사람들은 처음부터 허무맹랑한 이야기는 믿지 않는다. 하지만 가짜에 어느 정도의 진실을 가미하거나 진실의 마디마디를 비트는 방식을 취한 후, 적잖은 소동과 소란으로 최대한 많은 이들에게 전달하면 무엇이 가짜이고 진짜인지 희미해지는 순간이 찾아오는데, 이를 맞닥뜨린 사람들에게 진실은 더 이상 중요치 않다. 그저 논란이 된 상황에만 모든 관심을 기울일 뿐이다.


디지털 기기의 발달과 스마트폰의 대중화는 오늘의 우리에게, 개인이 콘텐츠를 기획해 제작하고 유통시키는 1인 미디어의 시대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유튜브와 아프리카TV, 틱톡 등의 플랫폼을 이용하여 동영상 콘텐츠를 게재하고 수익을 얻는 1인 방송의 급성장은 상당히 놀랍다. 방송 매체라는 정규 통로를 통하지 않다 보니 좀 더 흥미로운 소재를 좀 더 자유롭고 다양한 방식으로 제작할 수 있는 까닭이다.



볼거리는 당연히 기존 방송의 것보다 풍부할 수밖에 없고, 현재 1인 방송을 시청 혹은 구독하지 않는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대중의 시선을 완벽히 사로잡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무엇이든 과열된 현상은, 게다가 그것이 개인의 이익과 연관이 있고 기본적인 규제조차 아직 미비한 상태라면, 적지 않은 문제적 상황들을 낳을 수밖에 없으니 현재 1인 방송에서 무작위로 생성되고 있는 자극적이고 유해한 콘텐츠들이 이에 해당한다.


그 중에서 얼마전부터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폭로전과 가짜뉴스 등이 일으키는 문제는 더욱 주목해보아야  것들이다. 논란을 일으켜 이슈가 되는  목적인 이들은, 사건의 진위 여부와 상관없는 플롯을 만들어 사람들을 현혹시키 과정에서 애꿎은 피해자들이 발생하는데, 콘텐츠 자체가 진실에 관심을 두지 않다 보니 입은 피해를 회복할 혹은 보상받을 도리가 없는 사정에 처하고 마는 것이다.



유일한 방법이라고는 소동이 가라앉아 감추어졌던 진실이 드러나길, 아니 사람들이 관심을 거두길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최근의 예로 개그맨 김시덕이 자신의 유튜브 채널 ‘김시덕 시덕튜브’에 ‘들어는 봤나? 동기 집합!’이라는 제목의, 과거 회식 자리에서 당한 폭력을 폭로하는 영상을 게재한 일을 들 수 있다. 구체적이고 실감나는 상황 묘사와 적절한 분노의 감정이 혼합되면서 해당 영상은 순식간에 화제가 되었다.


그런데 정작 사람들의 시선이 향한 곳은 그가 당한 부당한 폭력의 사실 여부가 아니라 상대가 누구인지에 관한 것이었다. 김시덕이 정확한 이름을 말하는 대신 대상을 추측할 수 있는 구체적 정황들만 가득 실어 놓는 바람에, 사람들의 자극적인 호기심을 잔뜩 부추긴 결과다. 이런 경우 사건의 진실은 당연히 건너뛰고 관련 인물에게만 사람들의 관심이 쏠리는 건 너무 당연한 일로, 그야말로 무차별적 비난여론이 형성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었다 하겠다.



여기서 공포스러운 맥락은, 아직 사실 규명이 되지 않은 사안을 알린 쪽은 어찌 되었든, 논란이 되면 될수록 수익을 얻지만 다른 한 쪽, 그것의 타겟이 된 이는 아직 사실 규명이 되지 않은 사안으로 인해, 게다가 규명을 할 의지조차 없는 사안으로 인해 지속적인 고통을 당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이 극명하게 두드러지는, 또 다른 종류의 1인 방송이 재야의 언론을 가장하고선 이슈가 될 법한 가짜뉴스들만 골라 생성해내는 ‘가로세로연구소’와 같은 존재들이다.


도래한 1인 방송, 1인 미디어의 시대에서는 우리의 사고와 시각에 악영향을 끼치는 콘텐츠들을 접하는 건 쉬워도, 피해가기란 쉽지 않을 터. 그렇다고 이들의 못생긴 자본주의적 발상에 손쉽게 이용당하여, 애먼 사람이 피해를 입는데 일조하고 싶진 않다. 그 애먼 사람이 우리 자신이 될지도 모를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대중은 좀 더 현명해질 필요가 있다. 비난의 손가락을 들기 전에 스스로에게 논란의 중심에 놓인 사건의 실체를 보려 하는 자각을 계속 주어야 한다.


영화 '나이브스 아웃'


“그럼 거짓말 하지 말고 진실의 단편들만 말해, 정확한 순서로” 

영화 ‘나이브스 아웃’의 대사 중 하나로, 경찰을 속여야 하나 거짓말만 하면 구토 증세가 나타나는 여자에게 내려진 조치다. 덕분에 여자는 거짓이 없는 거짓말로 경찰의 심문을 피해갈 수 있었다. 오늘의 현실에서 맞닥뜨리고 있는 허위 정보들, 현혹되기 쉬운 여러 말들이 이와 유사한 방식을 취한다. 이를 무너뜨리는 방법은 간단하다. 드러난 단편들이 일으키는 화제가 아닌 진실 그 자체와 마주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으로, 수많은 정보들이 범람하는 1인 미디어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반드시 갖추어야 할 무장(武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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