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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목격하는지혜 Sep 02. 2021

떡볶이 먹고 영화 봐도 금메달 딸 수 있다는 것

‘슬기로운 의사생활’과 ‘라켓소년단’을 관통하는 키워드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연출 신원호, 극본 이우정)과 SBS ‘라켓소년단’(연출 조영광, 극본 정보훈)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공동체다. 동갑이라서 혹은 비슷한 나이또래라서 혹은 동일한 업에 종사하고 있어서, 이러한 갖가지 이유로 같은 시간과 공간을 함께 거쳐가는 이들이, 하루하루 주어지는 삶에 어떻게 응전해내는지 이야기한다.


SBS ‘라켓소년단’1(위),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1(아래)


종영한 ‘라켓소년단’부터, 청소년이 주인공인 청소년 드라마이지만 등장하는 인물 전체가 나이와 상관없이 저마다의 성장을 이루어내는 성장드라마로 그 중심에는 공동체가 있다. 주요 그룹인 윤해강(탕준상)의 가족을 중심으로 해남서중과 해남제일여중 배드민턴부, 해강의 가족이 새로이 둥지를 틀게 된 땅끝 마을 사람들 등, 두개 이상의 공동체가 서로 맞물려 존재하는 것이다.


우리가 ‘라켓소년단’에서 주목해 보아야 할 상당히 중요한 요소로, 이는 자칫 공감을 얻기 어려울 뻔한 해강의 행보를 납득시키는 효과를 발휘하기 때문이다. 서울에서 유명 야구선수를 꿈꾸던, 그것도 유망주였던 아이가 아빠의 경제적 상황이 악화되어 별안간 해남으로 가게 된 것도 억울한데 모자라 배드민턴 선수로 전향까지 해야 했다.


SBS ‘라켓소년단’2,3


여타의 드라마에서였다면 소리치고 악쓰고 별별 대립상황이 벌어졌을 텐데, 놀랍게도 ‘라켓소년단’의 해강은 툴툴댈 뿐 별다른 반항없이 조용히 수용하며 넘어간다. 어떻게 이 정도의 반응만 보일 수 있었을까.  해강이 본래 가지고 있던 정체성 자체가 배드민턴이기도 했지만, 해남서중 배드민턴부에서 만난 아이들과 몸을 부대끼고 먹고 놀고 자고 훈련을 하는 시간을 통과하며 유명 야구선수가 되겠다는 개인의 꿈을 이루는 것보다 더 값지고 소중한 것을 발견한 까닭이다.


바로 서로를 향한 진실한 마음을 바탕으로 형성되는 공동체의 힘, 해강의 선택과 반응의 중심엔 배드민턴이 아닌 배드민턴을 함께 하는 친구들이 있었다 하겠다. 치열한 경쟁은 누구나 할 수 있고 누구나와 할 수 있다. 하지만 신뢰와 우정을 쌓는 일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것도, 누구나와 할 수 있지도 않다. 순간순간의 진솔함이 오고가야 하는데 이러한 대상을 만나기란 생각보다 어렵다. 개인과 개인의 경쟁을 중요시하고 그것에서의 승리를 성공이라 여기는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겐 더더욱 그러하다.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2,3


이러한 맥락은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도 동일하다. 두번째 시즌 또한 많은 이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동갑내기 의사들과 그들이 함께 맞부딪히고 있는 세계를 담아낸다. 율제병원을 중심으로 다양한 그룹과 얽혀 살아가는 이들은 의사로서의 사명감을 감안한다 해도 놀라울 정도로 이타적이다.


누군가를 향한 경쟁의식이나 질투심도 보이지 않는, 그저 자신이 갈고닦은 실력으로 누군가의 생을 구하는 기쁨에 충실할 뿐인 인물들이다. 그렇다고 실력이 좋지 않은 것도 아니다. 율제병원의 어벤져스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출중한 의술을 자랑하는데, 이 완벽한 의사들이 이상하게 동갑내기 친구들 앞에만 서면 어디 하나 부족한, 모자란 사람이 되어 버린다.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4


덕분에 우리는 이들에게도 우리와 엇비슷한 시련과 고통의 영역이 존재함을 알게 되고 ‘슬기로운 의사생활’이 가능할 수 있는 원동력이란 개인의 특출 난 면모가 아닌, 서로를 향한 신뢰와 애정으로 끈끈하게 묶인 공동체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다.


친구와 떡볶이 먹고 영화 봐도 금메달 딸 수 있다, ‘라켓소년단’이 해강을 비롯한 주변 친구들의 선택과 행보를 통해 주장하는 바다. 굳이 모든 일상과 관계를 단절하지 않아도, 속한 공동체에서 마음과 시간을 나누고 쓰면서도 충분히 원하는 결과를 성취할 수 있다는 거다. 아니, 성취하지 못한다 해도 상관없다. 그러한 공동체를 얻었다는 것만으로 우리는 슬기로운 인생을 영위할, 거대한 힘을 보유한 거니까.


SBS ‘라켓소년단’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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