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레에다 히로카즈, ‘괴물’
제목에 한 방 먹었고, 플롯에 한 방 먹었고 무엇보다 나 스스로의 오만함에 한 방 먹었다.
우리가 무엇을 혹은 누군가에 대해 안다고 했을 때, 제대로 알고 있는 것이 맞을까. 심지어 우리 자신에 대해서도 온전히 알고 있다고 자신할 수 있을까. 매 순간 오해와 오해를 거듭하고 진실은 자취를 감춘다.
영화를 보는 내내, 괴물을 찾아내겠다며 갖은 지성을 버무린 나의 추측들이 얼마나 꼴사납게 무너지던지. 근거 없는 추측성 이야기들을 어느새 진실이라고 믿어버리는 사람들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은근한 마음 한구석, 나만은 다르다고 생각했기에 그들보다 더 꼴사나웠다. 괴물은 여기에 존재했다.
오만한 사람은 진실에 가닿기 어렵다. 다 알 것처럼 굴지만 아무것도 알지 못함을, 아니 알지 못한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으니까. 진실은 이런 이들에게 더더욱 제 모습을 보이지 않기 마련이다. 그러니 진실 앞에 오만하게 굴지 말아야 할 테지만, 서글픈 진실은 오만할 수밖에 없는 괴물이, 바로 사람이란 거다.
그렇다면 사람은 영원히 진실에 가닿을 수 없는 것일까.
가닿을 수 없다는 생각에서 출발할 때, 즉 자신의 오만함을 쉬지 않고 인식할 때 얼핏 진실의 뒤통수라도 볼 수 있을지 모를 일이다. 어쩌면 진실을 알고자 노력하는 게, 다시 말해 진실을 알았다가 아닌, 알고자 하는 지극한 마음이 인간이 가닿을 수 있는 최선의 진실일지도.
덧붙여,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영화 ‘라쇼몽’이 떠올랐다. 하나의 사건을 바라보는 세 개의 시선을 담고 있는 작품으로, ‘괴물’ 또한 하나의 상황을, 엄마의 시선에서, 교사의 시선에서, 그리고 당사자의 시선에서 바라보고 있는 까닭에.
마지막으로 기억에 남는 대사.
“누구나 가질 수 있는 걸 행복이라 부르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