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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피아 언니 Jun 30. 2022

첫 24시간 금식 후 소견 - 6월 27일 22년

1일 1식이 쉬워보였지?


20대, 아니 10대 때로 돌아가보자. 밥을 누가 먹냐? 청소년기에는 살을 빼고 자시고, 귀찮아서 안 먹었다. 그것보다 티비 보는 게 좋고, 컴퓨터 하는 게 더 좋았기 때문이다.

시키지 않아도, 밥 먹어라- 소리가 들리지 않는 이상 계속 게임에 빠져지냈다. 어머니가 출장가신 동안, 최장 얼마나 길게 했냐면 자그마치 17일 정도를 물만 먹고 지낸 적도 있었다. 레이드 뛰고 사냥터 가고 밤새 몹을 잡고… 하핫 그리운 시절 (…)


2022년 올해 나는 만으로 32세인데, 90년생이다. 지금은 보이는 것만 추려봐도 먹을 것들 밖에 보이지 않는다.

눈 앞에 과자가 있고, 감자칩이 있고, 식빵, 콜라 … 

대학교 때 교회 다니면서 24시간 단식 같은 것 외에는 자그마치 10년 정도를 24시간 단식해 본적이 없었다. 그래서 당뇨 전 증상이 생긴 것일까?

학교 때 다들 그렇듯, 대학교 때는 과제하고, 알바하고, 다시 과제하고… 그러다보면 2–3일은 밥을 먹지 않고, 잠도 못 자는 채로 살았다. 그래도 정신이 또렷했지만 그것은 하나님의 인도하심 덕분이라고 생각했었다.



지금 다시 돌이켜보면, 그게 맞는 것 같다. 다시 이렇게 단식할 기회를 주심으로 나에게 건강을 되찾아주시려는 게 아닐까? 그렇게 생각하고 싶다.

원래 금식할 때 가장 기도가 잘 되고, 가장 머리가 잘 돌아가고, 말도 유창하게 (하핫) 했던 것 같다. 

엊그제 24시간 단식을 하는데, 처음에 굉장히 어지러워서 놀랐다. 내가 인슐린 저항성이 높은 이유가 이거구나! 싶었다. 포도당이 안 들어가니까, 탄수화물이 없으니까 몸이 제 구실을 안하려고 했다. 이 괘씸한 몸뚱아리가.



6월 27일 월요일, 몸이 알게모르게 단식해버렸다.

펑 박사님의 독소를 제거하는 몸을 읽으면서, 점점 더 확신이 든다. 이건 기회다. 그래서 일부러 테이블에 딱 보이는 Porto’s 네 에그롤인가 그것도 그냥 두었다. 나는 먹지 않을 거니까.

배가 고프면 몸에 물을 줄 것이다. 커피, 차, 그리고 실제로 우려낸 사골국이 좋다고 했다. 사골국에는 탄수화물이 없고 지방이 있어서 그런것 같다.

처음에 조금 어지럽다가, 차를 마시니 가라앉았다. 


저녁에는 친구가 놀러와서 맛있는 삼겹살 구이를 해먹었다. 사실 24시간 굶는 거는 굶는 것도 아니고, 1일 1식과 다를 게 없는 데도 걸신 들리듯 먹어치웠다.

그렇게 먹어봤자 1인분도 안되는 양이지만, 배 부르게 먹기도 전에 먹는 일을 그만두게 되었다. 그냥 식욕이 그렇게 왕성하게 올라오지 않았거니와, 밥을 먹자 미친듯이 머리에 피가 쏠리는 느낌? 어지러운 느낌? 같은게 들어서 메스꺼운 듯한 느낌이 있었기 때문이다.


막 밥을 먹으면 그 포도당 때문에 위에 혈액이 모여서 푸드 코마, 식곤증 같은게 온다든데 다행히 그 날은 오지 않았다. ! 처음에 그냥 어지러웠을 뿐.

 그 어지러움은 그리고 오래가지 않았기 때문에 단식을 좀 더 오래 지속하고 싶었다. 내가 사람을 만나는 날만 먹기로 결정했기 때문에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다.



6월 28일 화요일, 내 몸이 슬슬 짜증을 낸다

월요일 친구가 왔고, 화요일도 20시간 정도 금식하고 저녁을 먹었다. 그때도 조금 어지러웠지만 오히려 화요일에 금식 할 때는 머리가 깨끗한 느낌이 좋았다. 


배는 난리를 쳤다. 배는 계속 “어떻게 된 일이냐” 며 나를 원망하는 소리를 질러댔다. “꾸르륵 꾸르륵” “꼬르륵 꼬르륵” “꾸앙 꾸앙” 처음에 물을 주었더니 질색하는 것 같았다. 


24시간 단식을 두번째 경험한 화요일은 진짜 튀김이랑 치킨이 엄청 먹고 싶었다. Doordash (도어대시) 라는 배달의 민족같은 배달 앱 장바구니에 담았다가, 지우고, 담았다가 지우고 그랬었다.



6월 29일 수요일, 이번에는 몸이 어느정도 체념한 느낌이 들었다

수요일인 지금은, 아침에는 머리가 깨끗해서 좋다. 다만 뭔가 피부에 두드러기 같이 올라왔는데, 이것도 내일이면 나을거라고 생각한다. 


간지럽고 오돌토돌 올라와서;;; 이게 뭘까, 싶고… 어서 책을 읽어야 이런 것도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우리말에는 이런 독소가 빠져나가는 시기를 일컫는 말도 있던데, 그런게 아닐까? 싶기도 하고.


하여간. 나랑 단식은 잘 맞는 것 같다. 아직까지는. 오늘 수요 기도회에 갔다 오면 10시, 그리고 금요일 가정교회 까지는 아직 일정을 잡지 않았으니 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단식하는 게 1차적인 목표다. 


지금 이렇게 글도 쓰고, 매일 아침에 20분 고강도 운동, HIIT 하고, 스트레칭도 10분씩 하고도 아직 기운이 있다. 그게 정말 좋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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