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결론이 뭐죠? 물론 읽지는 않았습니다.
엄마표 읽기 언어 교육이 필요한 이유
안녕하세요. 아이 둘을 키우는 워킹맘 소피아입니다. 디지털 세대인 우리 아이들을 데리고 책으로 언어 교육, 읽기 교육을 하려고 합니다. 오늘은 그에 앞서 전과 달라진 읽는 방식을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그래서 결론이 뭐죠? 물론 읽지는 않았습니다.
요즘 정말 많이 읽게 되는 문장입니다. "그래서 대체 결론이 뭐예요? 3줄 요약해주세요."라든지, "내용이 뭐죠? 너무 길어서 읽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이 점점 긴 글을 읽지 않는 것과, 그리고 글을 읽고 스스로 내용을 파악하려고 하지 않는 현상입니다.
인터넷 기사와 커뮤니티에서 글을 읽다 보면, 저도 긴 문단은 그냥 주욱- 스크롤해서 내리게 됩니다. 그리고 그냥 덧글로, 간략히 내용을 파악하고 싶어 져요. 이게 정말 좋은 현상일까요?
어릴 때 책을 더 보고 싶고, 이미 완결이 난 책을 읽고도 더 읽고 싶어 안달 냈던 제가 생각나네요. 우리 아이들이 그 경험을 하지 못하고 자란다면 그게 커서 어떤 영향을 줄지도, 어떤 면에선 조금 겁이 납니다.
그런데 이런 일이 비단 우리나라 웹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는 점, 알고 계셨나요? 제가 가는 쇼핑몰의 경우 최근 "TL;DR"이라는 메뉴를 신설해서 제품 소개를 요약해두었습니다. 다들 이미 아시겠지만 TL;DR, 의미는 "Too long; Didn't read". '너무 길어서 읽지 않았습니다.'라는 뜻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와... 이제 쇼핑몰도 이렇게 해야 하나? 제품 소개를 읽는 게 그렇게 힘든 걸까? 하고 생각이 듭니다. 물론, 저도 TL;DR로 요약해주는 것은 너무 좋지만, 이게 과연... 글을 배우기 시작하는 어린아이들에게 이로운 현상일까요?
독서와 독해, 무엇이 다를까?
독서라는 행동은 어떻게 이루어질까요? 우선 책 표지를 보는 것, 목차를 보는 것, 어떤 책일까 궁금해하고, 실제 '읽는다'라는 행동, 읽고 나서 그 감상, 작가와 나와 생각이 어떻게 다른지 고민해보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이렇게 하는 '몰입'의 즐거움이 독서, 독해를 특별하게 만들어줍니다.
요즘 아이들은 (저희 아이들 포함한) 텔레비전과 아이패드를 통해 영상 매체를 보고 있습니다. 이런 일방적인 '본다'는 행동은 아마 우리가 권장하는 독해, 읽기와 조금 다른 것 같습니다.
지식 습득 자체의 의미로 보았을 때, 정보 습득만을 생각한다면 아이들이 보는 매체를 통해 정보를 습득하는 것은 나쁘지 않은 차선인 것 같습니다만, '일방적인 받아들이기'와 책에 몰입해 '스스로 생각하게 하는 힘'을 길러주는 '상호 소통'의 책 읽기는 분명 차이가 있어요.
난독과 오독, 그리고 문해력.
왜 점점 독해가 어려워지고, 같은 말을 두고도 다르게, 혹은 틀리게 해석하게 되었을까요? 말꼬리를 잡고 늘어지고, 그게 무슨 소리냐며 되묻고. 물론 이 경우 어렵게 쓴 글을 어린아이가 이해하지 못하는 현상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닙니다. 문제는 자기 스스로 생각하지 않으려고 하는 행동 방식, 그리고 시간을 들여 읽고 이해하고 싶지 않아 하는 현상입니다.
글을 막 배우고 읽기 시작하려는 우리 아이들이, 이런 현상을 일찍 겪게 된다면 사회에 적응하기는 정말 어려울 것입니다. 일단 부모와 아이가 대화가 안 통할 것이고, 친구와 소통도 어려울 수 있지요. 더 멀리 본다면, '그냥 보고 받아들이기'가 익숙해진 뇌가, 과연 혼자 생각을 하려고 할까요?
문해 능력, 즉 글을 해독해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이 약한 사람은 일상생활도 힘들거니와 자라나는 아이들에게는 나중에 학업 능력 부족의 주원인이 될 수 있어서 앞으로 더욱 큰 사회 문제가 될 수 있는데요.
아이들이 살아갈 우리 사회의 발전을 위해서도, 우선 아이들에게 좋은 읽기, 올바른 독해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 지금 제가 엄마로서 해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이 아닐까 싶네요.
정독, 깊이 읽기, 천천히 읽기를 시작합시다
예전에 EBS 다큐프라임 중 슬로리딩이라는 다큐멘터리를 접한 적이 있는데요. 읽기 훈련, 독해 훈련 등 책 읽기와 언어 교육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꼭 한번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슬로 리딩, Slow reading, 은 대략적으로 많은 책을 접하는 것이 아닌, 한 두 권의 책을 천천히, 깊게 읽어 그 책을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책 읽기 방법입니다.
흔히 말하는 "정독" 이 바로 그 뜻이겠지요? 자세한 곳까지 깊게 두루두루 살펴서 읽는 것. 슬로 리딩 운동은 하시모토 다케시 선생님이 일본에서 시작했지만, 우리들이 하는 '정독' 이 바로 그 방법입니다.
다큐 프라임에서는 슬로리딩을 하는 학교가 나왔었는데, 1권의 책을 1년 동안 천천히 읽으며, 다양한 읽기 활동으로 아이들에게 읽는 재미를 알려주고 있었습니다.
그와 비슷하다고 느낀 것이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이 하는 포닉스, 파닉스 알파벳 소리 교육입니다. A를 배우면 A를 말하고, 노래하고, 만지고, A로 할 수 있는 모든 활동을 합니다. 다양한 방법으로 익숙해지게 하는 거예요.
그렇게 슬로리딩은 책도, 챕터 혹은 그보다 작은 단위로 나눠 찬찬히 읽습니다. 읽고, 그 부분에 대해 작가에게 편지도 써보고, 그 글처럼 글도 써보고, 마인드맵을 만들기도 하고, 캐릭터 성격을 조사하기도 하고, 포스터 형태로 만들기도 하고. 과학, 미술, 수학 등 다양한 분야에 접목시켜 책 읽는 활동을 다양하게 합니다. 책에서 읽은 주제로 시도 써보고, 아이들이 굉장히 흥미로워하는 활동이 많아서 신기했습니다.
이렇듯 슬로리딩, 정독의 장점은 비판적 사고뿐만 아니라 감정적 공감과 이해를 불러일으킨다는 점이에요. 디지털 매체를 통해 정보를 습득하는 아이는 책을 통해 읽는 활동으로 습득할 수 있는 정보의 반도 채 못 건지게 됩니다.
저희 집 아이들은 지금 1살, 3살입니다. 그리고 저는 미국에 사는 엄마입니다. 그러니 아이들에게 영어 알파벳부터 첫 한글 교육까지 가르쳐야 하는 막중한 임무가 있는데요. 우리 아이들을 위해 여러 가지를 읽고, 공부하고, 아이들에게 접목해보고 그 결과를 같이 나누고 싶습니다. 앞으로 같이 하면서 많은 도움과 응원 부탁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