싫어 병에 걸렸다. 눈뜨기 싫어.. 일하기 싫어.. 곧 마흔을 앞두고.... 사십춘기인가 싶다.
예전에 아는 선배가 마흔쯤 회사를 그만두고 1년간 남편과 함께 세계 일주를 했던 얘기를 들었다. 선배 왜 그만두셨어요?라고 물으니 정말 너무 일하기가 싫어서 라고 답했다. 그 선배가 너무 이해가 된다.
새로운 일을 해보고 싶다가도 하고 싶은 일이 없음을 바로 깨닫는다. 나는 워킹맘이기에 일은 일대로 아이는 아이대로... 내 커리어 욕심을 채우자고 하면 사실 균형이 안 맞게 된다. 그러면 모든 게 흐트러진다. 그렇다고 내가 행복해질 거 같지가 않다. 나는 잘 나가는데 아이는 어딘가에서 헤매고 있다면 그게 나에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건강도 별로다. 내 몸에 맞는 200만 원짜리 한약을 결제했다. 왜냐면 기침도 한 달 넘게 안 떨어지고 왠지 내가 오래 못 살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체질에 맞춰 처음 먹는 한약이다. 너무 비싸다. 그래도 내가 한약을 짓게 된 것은 혹시 몸이 좋아지면 삶에 활기가 돌지 않을까 해서다. 그 이전엔 비타민 디 주사도 맞았다. 몸이 정신을 지배하는 것인지 축축 처지고.. 겨울이라서 그래라는 핑계도 대봤지만.. 나 스스로도 그것은 좀 비겁한 변명 같은 생각이 들었다..
올해 연말은 무사히 별일 없이 잘 가고 있는데.. 내가 의욕이 없다는 게 문제다.. 의욕이 없는 나를 커피로, 달달한 것으로, 맛있는 것으로 달래고 달래서 깨우고 깨워서 회사에 보낸다.. 의욕 없는 나랑 살려니까 너무 힘들다.. 그래서 내 의욕을 깨워보고자.. 옷이라도 가방이라도 지갑이라도 사줄까 매일 고민한다... 근데 막상 사려고 보면 이쁜 것도 없다.. 그래서 매일 그냥 그렇게 인터넷 서핑이나 하나 하루를 마감한다... 약간의 양심이 찔려서 책 한 장을 넘겨보기도 한다... 의욕이 없는 데 연말이라 일은 많다.... 하하하하 미친 웃음이 나온다...
이제 곧 마흔인데... 난 어린 거 같기도 하고 나이가 마구 든 거 같기도 하고 사실 좀 헷갈린다... 어린 척을 하면 욕먹을 거 같고 나이 든 척하면 정말 너무 나이가 들어 보일 거 같다... 그게 참 그렇다... 어디에도 끼지 못하는 기분이랄까.. 그래도 하나 정리한 게 있다면 어설프게 꼰대가 되지 않기 위해 노력하지는 않겠다는 것. 꼰대 소리도 필요하니까.. 젊은이들한테 난 이미 꼰대인데 뭘 노력해서 아닌 척하려고 하나.. 젊은 이들 눈치 보며 하고 싶은 말 꾹 참으면서.. 그것을 넘어서서 비유 맞춰가며 할 말도 못 하고 싶진 않다. 그래.. 난 올 한 해 이 엄청난 것을 깨달았구나라며 위로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