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재택으로 일을 했다. 긴 주말을 끝내고 일을 하니 그나마 덜 지루하게 하루가 지나갔다. 그러나 격리기간의 절반도 지나지 않았다는 사실이 암담했다. 다행히 남편이 재택을 해서 아이를 학교 보내고 내 밥을 종이그릇에 배식해주고 방구석 바깥의 일들을 담당해줬다. 나는 생쥐처럼 남편과 아이 눈치를 보며 화장실을 들락거렸다. 둘이 없을 때는 그 반경을 좀 더 넓혀보기도 했다. 내가 지나간 흔적, 내 손이 닿은 곳들은 손세정제를 뿌려대거나 물티슈로 닦았다. 손 장갑을 끼고 물건을 만졌다.
3평 남짓 공간에 하루 종일 있자니 답답했다. 음악을 틀어두니 그나마 나았다.
오늘은 아이가 엄마가 격리에 들어간 후 우리의 관계가 안 좋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아이가 그 말을 하자마자 영상통화를 걸었다. 아이는 거실에 있고 나는 방에 있는데 영상통화가 걸리자마자 아이는 막 울기 시작했다. 아이의 눈물에 나도 눈물이 났다. 엄마가 보고 싶다며 우는 아이를, 문만 열고 나가면 볼수 있고 만질 수 있는 아이인데...먼 거리에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격리가 해제되면 볼뽀뽀하고 침대에서 서로 엉켜안고 뒹굴뒹굴하기로 했다.
아이가 갑자기 격리 해제 후 발표할 소감문을 쓰라고 한다. 안 그래도 매일 기록하고 있다고 얘기해뒀다. 아이는 나를 기특해하는 눈치다.
오늘은 밤 11시까지 당직을 해야 한다. 하루가 길다. 아주 길다.
내 코로나 증상은 오전 오후가 다르고 몇시간이 다르다. 오전엔 속이 쓰렸다. 왜 쓰린지 모르겠다. 커피 한 잔을 마셨기 때문인가. 몇시간 지나니 괜찮아졌다. 코가 맹맹한 것은 줄었다. 목소리가 낮게 가라앉았다. 아픈 것은 점점 가시는 것 같은데.. 또 어떤 증상이 나타날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