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살 터울을 이어준 그림책

그림책 취향에 관하여

by 정희정

내가 좋아하고 관심 있는 분야가 남과 다르듯이 아이들도 그렇습니다. 사실 그림책을 처음 고를 때에는 엄마(아빠)의 그림책성향을 따라갑니다. 엄마가 귀여운 그림체를 좋아하면 자연스럽게 아이에게 귀여운 그림책이 읽히겠지요. 아빠가 공룡 그림책을 집어 들고 읽어주면 아이는 공룡 그림책을 보고 듣겠지요. 어린 유아기를 지나면서 부모의 그림책 영향을 많은 부분 받습니다. 그리고 서서히 아이 자신만의 취향이 생겨나기 시작합니다. 관심사가 생겨나는 것이죠. 4~5세만 되어도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표현할 수 있습니다. 저의 아이도 그랬어요. 제가 좋아하는 그림책을 읽어주려고 해도 꿋꿋이 자기가 선택한 그림책을 들고 옵니다. 특히 둘째 아이는 이런 성향이 두드러졌어요.


집에 첫째 아이와 함께 나눈 그림책들이 즐비하게 많았는데, 유독 방귀쟁이 며느리와 백설 공주 그림책을 좋아했어요. 사실 이 부류는 첫째 아이 때는 거의 읽어보지 못한 책들이었지요. 저에게는 새롭고 신선했답니다. 집에 아이를 돌봐주시는 돌보미 선생님이 오실 때면, 선생님이 아이에게 그림책을 많이 읽어주었어요. 전래동화 속에는 호랑이도 나오고 도깨비도 나오는데, 5살 무렵인 아이가 전래동화 그림책을 좋아하고 많이 본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팝업 형태로 구성된 손바닥 크기의 그림책들은 특히 시리즈물이어서 아이가 보는 재미가 있었던 것 같아요.

첫아이 때 동생이 선물해준 《서울 쥐 시골 쥐》를 아이에게 보여주고 들추어보는 재미까지 있어서 첫째 애도 많이 좋아했답니다. 둘째 아이가 태어나고 《서울 쥐 시골 쥐》를 우연히 보여주었더니 역시나 좋아하는 게 아니겠어요? 일곱 살 터울이라 시간이 꽤 흘렀는데도 둘 사이에 하나의 그림책이라는 공통분모가 생겼습니다. 둘 사이를 이어준 것이죠. 시간이 한참이나 지나 품절되기도 했지만, 신간으로 다시 출시되어 시리즈물로 사들이게 된 것이죠. 몇 년이 흘러서 말이에요.


그림책과의 타이밍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시간이 제법 흐른 뒤에 그 진가를 발휘하는 그림책들도 있습니다. ‘지금은 나와 아이에게 맞지 않아’ 읽어주기 어렵지만, 시간이 흐른 뒤에 다시 보게 되면 이전에는 보지 못하고 느끼지 못했던 부분들이 새록새록 눈에 들어오기도 합니다. 한눈에 반한 그림책도 있고 진국처럼 보면 볼수록 매력이 우러나는 그림책도 있습니다. 볼 때마다 새로운 그림책이 있고 거들떠보지 않았지만, 다시 보니 재미있는 그림책도 있습니다. 성교육 그림책은 제가 이 책에서 추천해 드린 그림책 이외에도 많습니다. 하지만 제가 이 책에 실으려고 선정한 그림책들은 너무 오래되지 않은, 지금의 현실과 상황을 반영하고 부모와 아이들이 함께 읽기 좋은 것들로만 선정했습니다.

특히 그림책은 아이들만의 책이라고 생각하시는데요. 절대 그렇지 않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었습니다. 제가 그림책 성교육 강의를 할 때마다 느끼고 감동하는 부분이 있는데요. 초등 이후, 중등 이후 아이들도 그림책을 정말 좋아한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눈이 반짝일 정도로 말이지요.


초등학생이니까, 고등학생이니까 아이들의 학년에 맞는 책을 읽도록 권하실 건가요? 그것과는 상관없이 내 아이가 좋아하는 책을 읽도록 권하실 건가요? 답은 나와 있습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재미있어하는 책을 읽도록 해주시면 됩니다. 그리고 그런 기회는 가만히 내게 다가오지 않습니다. 아이와 함께 책방이든, 서점이든, 책이 있는 곳으로 떠나시면 됩니다. 그림책도 좋고 만화책도 좋습니다. 어떤 책이든 아이가 책과 친해지고 가까워지는 기회를 부모님이 만들어주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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