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월 11일
새해가 밝았다.
호기롭게 새로 발행을 시작한 브런치북을 한 달 넘게 방치해 둔 채 말이다.
브런치팀에서 글을 발행하라는 메시지를 몇 번 받았으나, 글을 쓸 수 없었다.
2025년이라는 한 해가 끝나가고 있는데,
내 손에 잡히는 건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몇 가지 작은 수확은 있었다.
1. 브런치 작가 신청하기
5년 전 낙방의 경험이 있는 브런치 작가를 다시 한번 재도전해 통과를 받았다. 개인 블로그에 비밀 일기로 글을 쓴 지는 몇 년 되었지만, 브런치 작가는 또 다른 도전이었다. 잘 쓰는 글이 아님에도 꾸준히 찾아와 하트를 눌러주시는 여러 작가님들께 감사한 마음뿐이다.
2. 굿즈 제작하기
예전부터 나는 굿즈 제작을 하고 싶어 했다. 몇 년 동안 마음먹기만 하다 이번에 처음으로 도전을 해봤다. 마음에 드는 시안이 나오기까지 몇 개월이 꼬박 걸렸다. 나 혼자서 하니 일의 진행이 무척이나 더뎠다. 안 그래도 생각이 많은 타입인데, 혼자서 모든 걸 다 하려다 보니 진행속도가 거북이가 다름없었다. 혼자서 상품 기획, 시장조사, 제작업체 알아보기, 시안 넘기기 등 단계를 일단 한 번은 해봤다. 아직 판매는 못했다. 만약 다 안 팔려서 재고로 내가 다 떠안게 되더라도 의미 있는 경험임에는 분명하다. 일단 여기까지 진행한 소감을 한 줄 평으로 말해보자면 이거다. '거북이걸음도 그것보단 빠르겠다!'
3. 살 빼려고 노력하기
작년 초 호주에서 돌아왔을 때, 살이 8kg이 붙어서 왔다. 분명 호주에서 육체노동을 하다가 왔는데 어떻게 그렇게 살이 찐 건지 나도 의문이다. 호주에서는 체중계에 한 번도 안 올라갔던 터라 한국에 귀국한 후 올라간 체중계에 표시된 내 몸무게를 보곤 소리를 안 지를 수 없었다. 거짓말 하나 안 보태고 정확하게 8kg이 찐 거다. 눈이 의심될 정도로 충격적이었다. 몸무게가 크게 변동이 없는 체질인 나로서는 처음 있는 일이라 굉장히 충격적인 일이었다. 무조건 살을 빼야 한다는 생각에 겨울임에도 패딩을 껴입고 줄넘기, 러닝, 조깅, 등산을 했다. 꼬박 1년이 걸렸지만 결과적으론 호주 떠나기 전 몸무게로 돌아왔다.
4. 수영 꾸준히 다니기
새롭게 알게 된 사람들이 있을 때, 내가 무소속이라는 사실을 밝히기란 쉽지 않다. 그리고 무소속 기간이 길어지게 될수록 나도 모르게 쪼그라드는 건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자연스레 일어나게 된다.
물을 좋아하는 터라 수영을 꾸준히 하다 보니 수친들이 생겼다. 신기하게도 죄다 동갑이라 빠르게 친해졌다. 서로 무슨 일을 하는지, 연애는 하고 있는지 등 개인적인 일상들을 공유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누가 의도한 건 아니지만, 내가 무슨 일을 하는지, 왜 일을 쉬고 있는지 등에 대해서도 자연스레 오픈이 되었다. 하지만 그 기간이 한 달, 두 달, 여섯 달이 넘어가기 시작하니, 점점 나도 모르게 위축됨을 느꼈다. 사실 이런 일이 일어날까 봐 수영 수업 끝나면 아무와도 말을 섞지 않으려고 후다닥 샤워실로 직행했었는데, 의도치 않게 수친들이 생겨버렸다. 물론 감사한 일이다. 덕분에 수영이 두 배 더 재밌고, 겨울철 추운 날에도 수친들 만나러 수영 가는 재미가 있고, 외로울 수 있었던 2025년도에 큰 힘이 되어주었다.
5. 책 읽기
2025년에는 옷 사는 일보다 책 사는 일이 더 많았다. 수입이 없으니 지출을 줄여야 했고, 의류와 책 구매 중 선택을 해야 했다. (요즘 책값이 무진장 비싸다!) 어차피 입고 갈 때도 없으니 옷을 안 사고 책을 사기 시작했고, 꽤 많은 책을 구입하고 읽었다. 물론 밀리의 서재로 읽을 수 있는 건 별도로 구매하지 않고 밀리로 알뜰하게 읽었다. 올 한 해 책은 정말 많이 읽었다!
물론 이렇게 긍정적인 성과가 없는 일들도 많다.
1. 숏폼 유튜브를 시작했으나, 8개 콘텐츠를 업로드하고 그만두었다.
2. 인스타그램 카드뉴스 포맷으로 콘텐츠 기획을 시작했으나, 초반에 몇 개를 올리곤 그만두었다.
3. 인스타그램에 일러스트 작업물 계정을 만들었으나, 이것 또한 초반에 몇 개 올리곤 그만두었다.
4. 붙을 줄 알았던 공무직 시험에 떨어졌다.
작년 겨울엔 날이 추워지는 게 참 싫었다.
이뤄놓은 것도 없는데 나이만 먹는 것 같아서
굉장히 우울하고, 공허했다.
새해가 밝아버린 지금은
신기하게도 오히려 덤덤하다.
작년 한 해 동안 손에 잡히는 건 아무것도 없지만,
적어도 나는 매 순간 치열하게 살았다는 건 부정할 수 없다.
남들이 볼 때는 '공백기'로 보이는 기간이겠지만,
나 스스로에게는 '치열했던 한 해'로 정리해 두자.
지독하게 혼란스러웠던 한 해를 견뎌낸 나
고생했다!!
새롭게 밝은 26년도에는
다시 사회로 나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