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업 성취도 심사 비중은 30%
첫 번째로 성적입니다.
기본적으로 공부를 잘해야 합니다. 내신이 좋아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각종 표준 시험 점수를 제출하는 게 유리하기 때문에 학교에서 배운 것만으로 만족할 수 없습니다. 기본 학습 능력을 평가하는 SAT 1과 ACT는 둘 중 하나만 볼 수도 있고 둘 다 보는 학생도 있습니다. 과목별 심화 시험인 SAT 2. 대학 선수 학습에 해당하는 과목별 AP, 외국인 학생의 경우는 토플시험도 봐야 합니다. 내 딸도 표준 시험을 보고 점수를 제출한 과목만 10개가 넘습니다. 시험 보는 비용만 해도 몇백만 원이 들었습니다. 학원의 도움을 받는 학생도 많습니다. 심지어 초등학교 때부터 SAT 학원을 다니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각 지역별로 성업 중인 학원도 많습니다.
학업 성취도를 심사하는 것은 별로 어렵지 않아 보입니다. 눈에 보이는 점수가 있기 때문입니다. 학생 입장에서도 자신의 능력을 검증하고 부족한 부분을 채우면 됩니다.
그런데 문제는 미국의 명문 대학교 대부분은 성적의 기준이 불분명하다는 데 있습니다. 한국의 수능 최저기준처럼 명확하지 않습니다. 같은 조건일 때 성적이 좋으면 좋을수록 유리하겠지만 성적이 낮아도 합격하는 지원자도 있고 성적이나 표준 시험 점수가 나무랄 데 없이 좋아도 불합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게다가 최근에 미국 대학교 평가 순위 10위안에 드는 명문 시카고 대학교에서 2018년부터 SAT를 비롯한 표준 시험 점수를 제출하지 않아도 심사에서 불이익을 주지 않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내신으로만 학생의 학업 성취도를 평가하겠다는 의미입니다. 어떤 자신감 인지 알 수 없지만 명문 대학교 입시에 제출되는 표준 시험의 종류가 한두 가지가 아닌 데다 표준 시험 없이 명문대학교에 지원하겠다는 생각조차 할 수 없었던 시절에 비하면 획기적인 변화임에는 틀림없습니다.
물론 표준 시험을 보기 위해 먼 거리를 이동해야 한다거나 비용이 부담스러워 시험 볼 엄두를 내지 못하는 저소득층을 위한 제도이며 그 혜택을 볼 학생의 숫자가 많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그렇지만 명문대학교 합격의 필수 요소라고 여겨졌던 표준 시험 점수 없이 학생을 선발하겠다는 것은 학업 성취도의 기준을 바꾸겠다는 의미로 읽힙니다.
하버드 대학교는 어떨까요. 하버드를 지원할 때 학업 성취도는 당연히 가장 중요한 항목입니다. 하지만 어느 정도 이상의 학업 수준만 갖추면 대학교 입학 후 수업을 소화하는데 문제가 없다는 게 입학 처의 설명입니다. 그래서 점수로 줄을 세우거나 단 몇 점 차이로 심사 자격마저 박탈당하는 일은 없습니다. 오히려 성적을 중요하게 보는 학교는 지역 거점 주립 대학교나 성적 장학금을 내세워 우등생을 유치하려는 군소 대학들입니다.
완벽한 표준 시험 점수를 만들기 위해서 두세 번 시험을 보거나 학업 성과를 완벽하게 관리하는 지원자도 있었지만 내 딸은 최고 수준의 대학교에 지원할 생각을 미처 하지 못했기 때문에 성적 관리에 최선을 다하지는 않았습니다. 대신 다른 분야에 좀 더 시간과 노력을 투자했습니다. 그런데 정작 그해 하버드에 조기 전형으로 지원한 한국 내 고등학교 학생 중 유일하게 내 딸 혼자 합격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