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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 혜진 Sep 18. 2020

누가 하버드에 가나

미래인재의 기준

아이가 하버드를 졸업하고 다른 곳에 가 있지만 지금도 가끔 인맥을 타고 저에게 연락을 하는 부모들이 있습니다. 꼭 하버드를 보내겠다는 마음보다는 단순한 호기심을 갖고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합니다. 내가 교육 전문가도 아니고 내 아이들이 잘 컸다는 보장도 없기 때문에 늘 부담스럽고 민망합니다. 한두 시간 만에 후딱 지난 세월이 요약할 수도 없고 내가 아는 것도 별로 없습니다. 그래서 지나고 보니 내가 미리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 몇 가지를 이야기 해주곤 합니다.      


그런데 하버드는 어떻게 하면 보낼 수 있는지 묻는 질문에는 미국 대학교 입시 절차와 미국의 인재상을 알아보라고 간단하게 답변합니다. 너무 뻔하고 성의 없는 답변을 들은 사람들의 실망한 눈빛을 보면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하지만 나도 그보다 더 확실하게 들려줄 이야기는 없습니다.        


   

대학교 입시를 무시할 수 없는 현 사회에서 원하는 대학에 보내려면 알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세상이 원하는 인재상입니다. 세상의 변화에 따라가다 보면 시대마다 인재상도 달라집니다. 현재의 인재상과 10년 후의 인재상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대학은 미래에는 어떤 인재가 필요할지 내다보는 혜안이 필요합니다. 졸업 후 사회에서 제 역할을 할 수 있는 학생을 육 성하기 위해서입니다.  하지만 그보다 기준에 맞는 인재를 선발하는 게 우선입니다. 그런데 현재 대한민국의 대학교는 인재를 선발하는데 제약이 너무 많습니다. 하지 말아야 할 것과 반드시 지켜야 할 것을 나라가 정합니다. 온 나라 인재에 대한 가치 기준을 법으로 정하는 꼴입니다.


모두 같은 기준안에서 경쟁을 야 하니 줄 세우기를 할 수밖에 없습니다. 다양한 방식을 학생을 선발하겠다고 나서봤자 결국 방향은 하나뿐입니다. 명문 대학교라는 수식어는 공부 잘하는 아이들이 가는 학교라는 틀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학부모와 학생들은 같은 방향만 바라보며 사교육에 매달리게 됩니다.    

  

그런데 미국은 좀 다릅니다. 대학마다 학생 선발의 자율권이 보장됩니다. 학교마다 지원자를 평가하는 방식이나 중요하게 여기는 항목에 조금씩 차이가 있습니다. 인재상이 달라서라기 보다 학교마다 처해진 상황이 달라서인 듯합니다. 정부 기금으로 운영되는 국공립대학은 당연히 돈 나오는 곳의 눈치를 봐야 합니다. 하지만 돈 많은 사립은 오로지 인재에만 초점을 둡니다.


나는 미국 명문 대학교의 인재상을 보면 미래의 인재상이 보인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현재 하버드는 어떤 인재를 선호할까요. 그것을 가장 손쉽고 확실하게 알 수 있는 방법은 대학교 지원 과정에 제출하는 서류와 평가 항목을 보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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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모든 직장이나 대학교에는 홈페이지나 홍보용 안내문에 거창하게 내세우는 인재상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보다 평가 항목이나 제출 서류와 절차를 보면 진짜 학교나 회사에서 원하는 인재를 좀 더 쉽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학벌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회사에서 학력을 자세하게 기재하라고 한다면 학력이 당락을 좌우한다는 뜻이고 직원의 외모를 평가하지 않는다고 하면서 키나 몸무게를 기재하고 사진까지 요구를 한다면 그 회사에서는 외모로 직원을 뽑는다는 의미입니다. 한국의 공무원 시험을 보면 혁신이나 창의적인 인재를 뽑겠다는 의지가 보이지 않습니다. 이미 정해져 있는 일을 잘 수행할 수 있고 관료주의에 순응하는 사람이 대한민국 공무원의 자격조건으로 보입니다. 대기업의 인재 등용 방식은 공채 채용을 탈피해 다양하게 변하고 있지만 여전히 예전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십수 년 전까지만 해도 대학교 입시도 공무원 시험과 비슷했습니다. 달달 외운 지식으로 얼마나 많은 문제를 맞힐 수 있는지를 평가하는 입시제도는 대학교의 수업 방식과도 일치합니다. 교수가 일방적으로 강의하고 비판 없이 외우고 그 내용으로 시험을 봐서 좋은 성적으로 졸업하면 다시 비슷한 형식으로 취업시험을 치르는 게 상식이자 원칙이었습니다. 최근에 대학교 입시가 입학 사정관제를 거쳐 다양한 방식으로 학생을 선발하는 추세지만 여전히 대학교에서 원하는 인재는 모범적이고 공부 잘하는 우등생입니다.      


나는 가끔, 하버드 생과 서울대 생의 공부 총량은 어느 쪽이 더 많을까, 단순 암기식 지식과 일반 상식을 어느 쪽이 더 많이 알고 있을까. 궁금합니다. 아마도 단연 서울대학교 학생일 겁니다.  어쩌면 집중력도 서울대학교 학생이 더 좋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다만 어느 쪽 학생이 책을 더 많이 읽었는지, 비판적 사고와 깊이 있는 사유에 얼마나 익숙한지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입니다.


어릴 때부터 공부하는 내용과 방식이 다르고 무엇이 중요한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판단하고 계획하는 기준에 차이가 있을 겁니다. 두 대학 학생의 지능과 능력의 차이 때문이 아니라 입시방식과 평가 기준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하버드 대학교는 서울 대학교와 입시전형이  어떻게 다를까요


미국 대학교에 지원하려면 커먼 앱이라는 플랫폼을 이용해야 합니다. 지원 방식이나 제출 서류나 지원 일정이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기본적인 심사 항목은 비슷합니다. 표준 시험과 내신 성적을 포함한 학업 성취도, 비교과 활동 내역, 본인이 쓰는 에세이 몇 편, 선생님과 주변인의 추천서를 제출하고 마지막으로 인터뷰를 거쳐 최종 심사를 마칩니다. 전체 내용만 보면 한국의 입학사정관제도나 수시와 별다를 것이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내용을 깊숙이 들여다보면 제법 큰 차이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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