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행복찾기 Jul 29. 2023

부모님과의 소통

나이가 들어가며 좋은 점

'시대적 한계 속에서 사람을 이해하자'생각하려 한다. 평범한 사람들이 자신이 속해 있는 시대를 뛰어넘는 철학을 지니고 살아가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절대적인 진리라는 게 있는 지도 모르겠지만 평범한 사람들이 그들의 시대를 넘어서는 생각을 지니고 실천하며 산다는 것은 선구자적인 특출 난 일부를 제외하고는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측면에서 생각해 보면 “매를 아끼면 아이를 망친다.”라는 육아철학을 들으며 엄한 외조모아래서 맏딸로 자란 나의 엄마가 당신 자식들에게 무서운 표정을 지으며 매를 종종 들었던 일은 엄마의 시대 속엔 어쩌면 의심의 여지없이 당연한 일이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한다.

물론, 어느 날 가끔, 긴 세월을 살았고 나이가 드셨음에도 지혜롭지 못한 언행을 하신다고 판단이 될 때면 치밀어 오르는 감정이 있긴 하지만, 그것조차도 나의 판단일 뿐 엄마에겐 어쩔 수 없는 엄마의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걸 이해한다.


다행히 나는 나이가 들수록 부모님과 소통이 더 잘되는 편이어서 , 시간을 두고 인내심을 가지고 얘기를 나누려고 작정을 하고, 시도를 하면, 대개 좋은 결과가 있다. 대화나누기를 포기하지 않는 게 중요한 것 같다.


어릴 적엔 회초리나 무서운 눈빛이 싫어서라도 엄마의 말에 순종하는 일이 많았다. 부당하다고 느낄 때조차 그냥 넘길 때가 많았다. 나는 부모 속을 썩이지 않고 큰 반항을 하지 않고 자랐고, 취업이며 결혼이며 비용적인 면들도 다 스스로 해결한 딸이었다. 사실 대단할 게 없는데도 나의 부모에겐 꽤 자랑거리임을 안다. 기특해하시고 고마워하신다.

나의 부모가 내가 잘 자랐다고 생각하시는 건 자식으로 기쁠 일이지만, 나의 부모님이 만약 “적당한 매와 엄격한 훈육으로 내 애를 이렇게 잘 키웠어요”라고 어디서 얘기하신다면 나는 좀 화가 날 것 같다.(그래서 내가 내 아이들 키운 얘기를 쓸 때 조심스러운 면이 있다. '내가 이러저러해서 우리 아이들이 잘 큰 거예요'라는 식으로 흐르지 않도록 조심해야겠다고 생각한다)

물론 나의 엄마도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으신다. 당신의 시대엔 부모교육을 제대로 받을 채널이 부족했고, 그때는 다 그러는 줄 알고 무섭게 키워서 미안하다고 이미 고해하셨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편으로 아주 객관적으로 생각해 보면 내가 부모님께 받은 무형의 유산도 많다고 인정하게 된다. 엄격한 엄마 덕분에 흐트러지지 않는 태도로 살았고, 자라면서 부모님이 나에게 보여주신 신뢰는 나를 지탱하는 힘이기도 했다. 기본적인 성품이 착하신 두 분은 세상을 살아가는 자세를 보여주셨고 내가 사는 모습에 스며든 것도 많다, 부모가 ‘살아가는 모습’은 분명 ‘말로 가르치는 걸'넘어서는 게 있다. 그런 까닭에 오늘을 사는 내 모습을 점검하게 되고 단정히 살자고 새삼 다짐하게 된다.


나이가 들어가는 건 꽤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스스로 조금씩 성숙해진다고 느낀다. '화'나 '슬픔'이나 어떤 이름 모를 감정이 올라와도 차분히 나의 내면을 들여다볼 마음의 여유가 생긴다.

나이  사람들의 말에 귀를 기울 일 줄도 알게 되는데, 긴 세월 살아온 어른들의 세월 속에선 아주 작은 거라도 배울 게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만나면 매일 똑같은 말만 반복하셔서 지루하다고 느꼈던  엄마와 시어머니께도 ‘질문을 조금 다른 식으로 던지면’ 새롭고 다양한 에피소드가 나온다.


돌아가시기 전, 한 사람의 생애가 사라지기 전, 기회가 될 때마다 좀 더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도록 하자고 언젠가부터 마음가짐을 바꾸었다. 대화를 나눌 때 진심을 다해 집중하려고 노력한다. 귀찮아 죽겠다는 내색을 온몸으로 표현하며 대화하는 자녀들을 많이 보면서 그러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했다. '어른'에 대한 예의여서가 아니라, '인간'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한다. 내가 자녀에게 귀찮은 존재로 느껴지는 건 무척 슬픈 일일 거 같다. 내가 그런 대접이 싫으면 나부터 하지 말아야 한다.


며칠 기침이 나는데 약이 잘 듣지를 않고 낫지 않아 주사까지 맞으셨다는 아빠소식에 예전보다 걱정스러운 마음이 든다. 만 82세이신 친정아빠는 건강관리를 무척 잘하시는 편이지만 어르신들에게는 때론 감기가 가장 무서울 도 있어서이다. 친정집 근처에 사는 여동생은 과일 한 보따리 사다 드리고 나는 두 분이 좋아하시는 누룽지 오리백숙을 배달로 보내드리면서 엄마에게 안부전화를 드렸다. 엄마와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다 보니 부모님 관련된 글을 쓰게 된다.

여름감기 잘 이겨내시고 신나게 다니시길!


(며칠 전 카톡대화를 추가로 덧붙여 본다)

언젠가부터 엄마가 카톡방에서 사랑한다는 말씀을 꽤 하시며 하트문양까지 넣으신다^^  오히려 나는 쑥스러워 이모티콘으로 대체할 때가 많다.




작가의 이전글 형제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