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만원 더 쓰는 게 나아요!
이렇게 20만원가량 차이가 나는 삼성전자의 보급형 스마트폰이 나란히 출시됐죠. 올해 스마트폰 시장의 키워드가 '가성비'에 맞춰지면서 두 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도 큽니다. 실제로 갤럭시A51의 경우 스펙이 조금 낮은 LTE 모델이 올해 1분기 전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삼성 스마트폰으로 기록되기도 했으니까요.
두 제품은 겉보기엔 꽤 비슷합니다. 갤럭시A51 5G(A51)와 갤럭시A31(A31)은 각각 6.5인치 6.4인치 크기의 슈퍼 아몰레드(OLED) FHD+(1080 x 2400) 해상도 디스플레이를 탑재했습니다. 인치당 픽셀수(ppi)도 각각 405, 411 수준으로 같습니다. 외관도 길이 159mm 가로폭 73mm 두께 8.6~8.7mm로 유사합니다.
후면에 총 4개인 쿼드카메라를 탑재한 것까지 똑같아서 도대체 가격이 왜 다른지 의아할 정도입니다. 하지만 전원버튼을 누르는 순간, '아!'라는 탄식과 함께 왜 20만원가량 가격 차이가 발생하는지 깨닫게 됩니다. 두 제품을 고민하는 소비자라면 돈 더 주더라도 무조건 A51을 구매하는 게 건강에 좋습니다. 그 이유를 대략 4가지로 정리해봤습니다.
A51은 인피니티 0 디스플레이로 펀치홀 전면카메라를, A31은 물방울 노치를 선택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최신 갤럭시S 및 노트 시리즈에 펀치홀을 쓴다는 점에서 소비자들이 좀 더 선호하는 화면일 텐데요. 하단 베젤이 A31 쪽이 조금 더 두꺼운 대신 상단 베젤은 비슷한 수준이어서 제품의 '격' 차이를 만드는 큰 요소는 아니라는 판단입니다. 실제 89만원대에 출시됐었던 갤럭시A90도 물방울 노치를 채택했기 때문에 보급형 스마트폰을 판단하는 기준 자체는 되지 않습니다.
문제는 A31의 전원버튼입니다. 사소해서 지적하는 게 타당한가 의문이 들면서도 아쉽습니다. A51과 A31 모두 '두 번 두드려 열기'와 광학식 내장형지문인식 센서를 지원하는 덕분에 전원버튼을 누르지 않고 스마트폰을 켤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용 특성상 매일 수십에서 수백번 버튼에 손이 가는 것도 사실이죠. A31 전원버튼과 음량버튼은 마치 문방구에서 산 장난감처럼 저렴한 티가 납니다. 딸칵 거리는 소리가 제법 커서 옆 사람이 다 들을 수 있는 수준이고 누르는 느낌도 좋지 않습니다.
37만원짜리에 뭘 바라냐고 물어보실 수 있습니다. 맞습니다. 이것 때문에 20만원을 더 지출하라고는 말하지 못 합니다. 더 큰 차이는 성능에서 나옵니다.
A51은 삼성전자의 엑시노스980, A31은 대만 미디어텍의 헬리오P65(MT6768)를 탑재했습니다. 엑시노스980은 삼성전자가 최초로 만든 5G 통합칩셋(SOC)이죠. LTE 버전에 탑재됐던 엑시노스9611보다 성능이 훨씬 개선된 모습입니다. 벤치마크 점수를 보면 A51의 엑시노스980이 싱글코어 678점, 멀티코어 1,810점으로 나타났고, A31의 미디어텍 헬리오P65는 싱글 348점, 멀티 1,227점으로 나타났습니다.
점수 차가 싱글코어에선 2배 가까이 차이가 나지만 A31도 최신 모바일 게임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정도는 최고사양으로 돌려도 무난히 돌아갑니다. 그러나 애플리케이션(앱) 실행 속도가 느려 버벅거림이 꽤 심합니다. 한 앱을 실행했다 다른 앱을 실행하면 기존에 켰던 앱이 백그라운드에서 실행되는데요. 이렇게 백그라운드 앱이 5개 이상 쌓이면 A31의 성능은 급격히 저하됩니다.
실제 백그라운드 앱이 5~10개 정도 쌓인 상태에서 카메라 앱을 실행했을 때 화면이 멈추면서 아무런 터치도 작동되지 않았고 전원버튼마저 먹통이 됐습니다. 이 현상은 짧게는 몇 초, 길게는 1분이상 지속되고 했습니다. 같은 점을 지적하는 영상 콘텐츠가 유튜브 등에 꽤 많은 걸로 봐선 리뷰용 제품만의 문제는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A31에 탑재된 미디어텍 헬리오P65는 eMMC5.1 메모리(스토리지) 규격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A51은 UFS2.1을 채용하고 있죠. 단순 비교했을 때 규격 간의 읽기 속도(eMMC5.1: 250MB/s l UFS2.1: 850MB/s)는 3배 넘게 차이가 납니다. eMMC는 병렬 인터페이스를 쓰기 때문에 데이터를 동시에 읽고 쓰는 게 불가능합니다. 쉽게 말해 동시에 일처리를 하는 멀티태스킹 능력이 UFS 규격을 쓰는 A51이 훨씬 좋다는 얘기입니다. A31이 성능 면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는 스펙이지만 eMMC가 다른 스마트폰에 적용되지 않았던 것도 아니기에 A31의 최적화가 유독 아쉽습니다.
전면카메라(A51: 3,200만ㅣA31: 2,000만)와 초광각 카메라에 화소 차이(A51: 1,200만ㅣA31: 800만)가 나는 것을 제외하면 카메라 스펙은 똑같습니다. 4,800만화소 카메라 이미지센서도 LG벨벳에 들어간 '삼성 아이소셀 브라이트 GM2(GM2)'와 '소니 엑스모어 IMX 582(IMX582)'를 제품에 따라 혼용해서 쓰고 있는데요. 스펙 차이는 없다시피 하지만 실제 찍어보면 조금 다른 사진이 나옵니다.
4,800만화소 쿼드 카메라를 강조한 제품답게 A51과 A31 모두 주간에선 좋은 성능을 보였습니다. 광학식손떨림방지기능(OIS)가 빠졌음에도 초점 잡는 데 무리가 없었습니다. 4,800만 화소, 1,200만 화소 역시 좋은 품질의 사진을 보여줬습니다. 스마트폰 화면만으로 두 사진의 차이를 확인할 순 없지만 PC화면에서 확대하면 역시 4,800만 화소 사진의 화질이 더 좋다는 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빛이 많을 땐 A51 보다 A31 사진의 채도가 조금 높은 모습입니다.
야간 사진에선 차이가 도드라졌습니다. 삼성 GM2, 소니 IMX582 모두 4개 인접 픽셀을 하나로 묶는 테트라셀 기술(쿼드비닝)을 지원하기 때문에 야간에선 4,800만화소로 찍나 1,200만화소로 찍나 차이가 없습니다. 대신 A51에는 야간모드 기능이 들어가 있기 때문에 아주 어두운 곳에선 있는 그대로 사진이 어둡게 나옵니다. 반면 A31은 야간모드가 없어 일부러 실제보다 사진 밝기를 조금 키운 모습입니다. 두 제품 모두 OIS가 없기 때문에 저조도에서 초점 맞추긴 쉽지 않습니다.
정리해보면, 주간에선 두 제품 모두 4,800만 화소에 걸맞게 좋은 사진을 보여주지만 야간에선 밝기에서 차이가 납니다. A31이 가격대비 좋은 화소의 카메라를 탑재했지만 기능은 많이 없습니다. A51에 들어간 ▲ 4K 촬영 ▲ 슈퍼스테디 ▲ 야간모드 ▲ 하이퍼랩스 ▲ 슬로우모션이 모두 빠져 있습니다. 파노라마와 접사 인물모드인 라이브포커스는 들어가 있습니다. 접사는 두 제품 모두 재밌는 기능으로 활용할만 합니다.
A51과 A31은 똑같이 모노 스피커가 적용됐습니다. 스테레오 스피커가 아닌 점이 아쉽지만 이정도 가격대에 기대하긴 좀 어렵죠. 화면 밑단부분 스피커가 하나밖에 없어서 소리도 비슷할 줄 알았지만 제법 차이가 났습니다. A51 스피커는 음량 자체가 A31보다 크고 베이스도 풍부해 소리의 입체감이 느껴졌지만 A31은 일반적인 음질을 제공합니다. 두 제품 모두 돌비 애트모스 기능을 지원하지만 유무선 이어폰을 껴야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외부 스피커가 하나이기 때문이죠.
공통적으로 3.5mm 이어폰 단자, 안드로이드10을 지원하고 와이파이5 규격을 씁니다. 삼성페이가 되지만 무선충전과 방수방진은 둘 다 안됩니다. 배터리는 A51이 4,500mAH, A31이 5,000mAH로 A31이 유일하게 A51을 앞서는 포인트지만 실생활에서 큰 차이를 주는 요소는 아닙니다.
A31은 37만원대 스마트폰이지만 슈퍼 아몰레드라는 좋은 화면을 갖추고 내장형 지문인식센서까지 지원합니다. 기본적인 성능이 이 장점을 뒷받침하지 못 했다는 게 아쉽습니다. 20만원을 더 주더라도 좋은 화면에 괜찮은 스펙을 지원하는 갤럭시A51 5G를 사는 걸 강력하게 추천합니다. 20만원대에 나온다는 갤럭시A21s가 A31의 단점을 보완하는 최고의 '가성비폰'으로 출시되길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