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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라이언 Jul 06. 2020

네이버·카카오 안 써도 살만한가요?

두 기자의 '빅테크' 일주일 탈출 체험기

"네이버, 카카오 일주일 안 써보기 해볼래?"



지나가는 말로 흘려들었다가 진짜 기획이 될 줄 몰랐습니다. 독자께서 제목을 보고 예상하신 게 맞습니다. 이 기사는 두 명의 기자가 각각 1위 포털 네이버와 1위 메신저 카카오 없이 살아간 일주일간의 기록입니다. 휴가를 떠나지 않는 이상 네이버, 카카오 둘 다 못 쓰면 도저히 업무를 볼 자신이 없어서 각자 하나씩만 맡기로 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일주일은 참을 만합니다. 하지만 주변 사람들에게 계속 양해를 구해야 하는 불편한 상황이 계속됩니다.

주식 투자를 하는 분들이라면 네이버·카카오 주가가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2배 이상 올랐다는 사실을 알고 계실 겁니다. 여러가지 요인이 있지만 결국 두 회사가 돈을 더 많이 벌 기회가 생겼다는 이유로 가격이 상승한 거겠죠. 전염병으로 언택트 시대가 도래하면서 자신만의 생태계(플랫폼)를 구축하고 있는 두 회사의 가치는 더 주목받았습니다. 실제 코로나19 영향을 받았던 올해 1분기 네이버(매출:14.6%↑/영업이익:7.4%↑)와 카카오(매출:23%↑/영업이익:219%↑)는 전년대비 더 많은 돈을 벌었습니다.


딱히(?) 네이버와 카카오에 돈을 더 지불한 기억은 없는데 신기한 일입니다. 이유는 그들이 플랫폼 안에 우리가 더 많이 보고, 쓰도록 여러 장치(사업)를 만들어 놓았기 때문입니다. 마치 이용자가 유튜브를 보면 볼수록 구글이 더 많은 광고를 실어 매출을 올리는 것처럼 말이죠. 예를 들어 네이버에서 '에어팟 프로'를 검색하고(광고) 최저가를 찾아(네이버쇼핑) 결제(네이버페이)까지. 또는 택시(카카오택시)를 타면서 카카오톡을 켜 대화방 가운데 친구를 검색해(톡보드 광고) 선물하기(커머스)를 눌러 결제(카카오페이)하는 등 말이죠. 이번 체험기를 통해 두 회사의 서비스가 우리 생활에 얼마나 깊숙하게 들어와 있는지, 대체재는 없는지 살펴봤습니다.

7월3일 네이버 종가 27만7,500원, 카카오 종가 29만4천원 (사진: 네이버금융)

#카카오 안 쓰기
● '카톡 안됩니다' 문구는 무용지물


스마트폰을 켜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이 '네이버 앱 누르기'입니다. 직업 특성상 기사를 검색할 일이 많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습관이 돼 버렸다는 게 정확합니다. 그래서 카카오를 선택했습니다. 단순히 메신저 하나만 안 쓰면 되는 줄 알았는데, 카카오의 계열사만 90개가 넘는다는 사실을 간과했습니다.

막상 카카오톡을 삭제하려 하면 망설여진다.

개인적으로 못 써서 가장 불편했던 카카오 서비스의 순위를 정하면 이렇습니다. (1)카카오톡 (2)카카오택시 (3)카카오미니(AI스피커) (4)카카오페이 입니다. 2030을 중심으로 카카오뱅크 수요도 높지만, 시중은행을 더 많이 이용하고 있어서 뱅크는 순위에 넣지 않았습니다. 이번에 확실히 알게 된 건 저의 카톡 프로필 사진을 사람들이 잘 눌러보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슬프네요) 카카오톡 앱(카톡)을 지우기 전 프로필에 "카톡 안됩니다. 문자로 연락주세요"를 걸어 뒀지만 문자로 연락을 준 사람은 정말 드물었습니다. 급한 일일 경우 전화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는데요. 전화를 받는 순간 물어보는 말은 정해져 있더군요. "왜 카톡 안 읽어?"

카톡을 쓰기 시작한 게 벌써 10년 전인데 이제서야 '문자=카톡'이라는 수식이 체감됐습니다. 일주일 체험이 다 끝난 뒤 알게 된 사실이지만 쌓여 있는 카톡 중엔 어떤 일을 부탁하거나 해결해 달라는 민원성 메시지도 많았습니다. 그런데 카톡만 와 있고 전화나 문자가 온 경우는 별로 없었습니다. 그 일 어떻게 됐냐고 물어보면 "내가 대충 해결했어"란 답이 가장 많았습니다. 쉽게 연결이 되는 세상이다 보니 어쩌면 꼭 필요하지 않은데도 남에게 의존하지 않았나란 생각이 들더군요. 저도 수없이 그랬을 테니까요.

재설치 후 메시지가 쌓여 있는 모습. 중요한 일에 답장을 못했을까 두렵다.

카톡 대체재로 라인 메신저를 설치했지만 거의 쓰지 않았습니다. 메신저 인터페이스가 달라봐야 얼마나 다르겠냐만은 익숙하지 않으니 적응하기 어렵더군요. 무엇보다 쓰는 사람이 거의 없어 대화할 상대가 적었습니다.


● 카카오미니 대신 구글홈, 카톡선물 대신 로켓선물


카카오의 AI 스피커 카카오미니는 '헤이카카오'라는 앱에 연동해 작동합니다. 카카오 계열을 모두 쓰지 못하니 당연히 이 앱도 지웠는데 계정 연동을 하지 않으면 기본적인 조작도 불가능해집니다. 유튜브 프리미엄 결제하고 사은품으로 집 한켠에 놓아 뒀던 '구글홈 미니'에게 오랜만에 말을 건넸습니다. 매번 부르던 '헤이카카오'가 아닌 '오케이 구글'이어서 어색했습니다.

카카오 AI스피커 '카카오 미니' (출처: 카카오)

디자인적으로 카카오미니가 좀 더 예쁘다는 걸 제외하곤 기상알람, 날씨 등 모두 똑같이 사용 가능합니다. 멜론 결제를 해야 음악재생이 되는 카카오와 달리 유튜브 프리미엄을 쓰면 음악까지 유튜브뮤직에서 음악도 지원해줘서 더 편한 면도 있었습니다. 대신에 카카오택시 기능은 사용할 수 없어 제약은 어느정도 발생했습니다.


카톡에서 가장 요긴하게 쓰는 기능 가운데 '선물하기'가 있습니다. 마침 선물할 일이 있어서 대체재를 열심히 찾아봤는데요. 쿠팡에 로켓선물이라는 기능을 찾았습니다. 상품을 고른 뒤에 결제하면 문자나 카톡으로 선물 내역을 받는 사람에게 보낼 수 있습니다. 선물 받은 사람이 문자에 주소를 입력하면 조건에 따라 다음날 도착하는 로켓배송까지 됩니다. 이번 체험기를 하면서 억지로 써봤지만 굳이 카톡 선물하기만을 고집할 필요는 없겠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쿠팡 로켓선물

배달 애플리케이션 결제나 단체채팅방에서 더치페이 또는 돈을 모으는 일에 카카오페이를 주로 사용했었습니다. 토스도 있고 네이버페이를 쓰면 간편하게 대체할 수 있기 때문에 카카오페이를 쓰지 못하는 건 큰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처음 가입 절차가 귀찮긴 하지만 일단 계정을 만들어 놓으면 네이버 아이디와 연동해서 단 한 번의 클릭으로 바로 사용 가능합니다. 카카오페이 포인트인 에그(알) 포인트로 카카오증권 펀드 투자를 하지 못한다는 건 조금 아쉽지만 큰 금액은 아니어서 신경쓰이진 않았습니다. 4,500만 국내 가입자를 보유한 카카오톡을 못 쓴다는 것 외에 다른 부가 서비스들은 대체가 대부분 가능한 모습입니다.


#네이버 안 쓰기
● '검색할 자유'도 인간의 조건?…허전함과 불안 교차한 일주일


개인적으로 메신저 이용은 둘째고 카카오페이·체크카드·뱅크 여기에 연동한 증권계좌까지 묶이는 탓에 카카오를 포기할 수 없어 네이버 쓰지 않기를 택했습니다. 포털 사이트인 다음, 세계 최대 검색사이트인 구글로도 대체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죠. 하지만 일주일간 정보 파악을 놓칠 것 같은 불안감과 집콕하며 만화보고 쇼핑하는 재미를 참아야만 했습니다.

네이버를 쓰지 못하면 회사 선임에게도 양해를 구해야 한다.

먼저 정보 검색. 한국언론진흥재단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전 세계에서 가장 뉴스를 많이, 그것도 포털 '네이버'를 통해 소비하고 있습니다. 3명 중 한 명꼴로 하루 평균 6회 이상, 포털 뉴스 의존도가 70%를 넘어서는 유일한 나라죠. 국민 대다수가 네이버 인공지능이 짜깁기한 뉴스를 수시로 접하고 화면 한 켠의 실시간 검색어를 찾아본다는 말입니다.


직업 특성상 기사를 생산하면서 동시에 소비하기에 웬만한 뉴스를 파악할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평소 습관이 참 무섭더군요. 이가 없으면 잇몸이라고 다음(daum)에 오랜만에 접속해 뉴스를 훑어보고 카페에도 모처럼 접속해 봤지만 어딘지 모르게 어색했습니다. 언론사 구독, 검색 순위를 늘어놓은 네이버에 길들여진 탓이겠죠. 검색 결과도 일목요연하지 않아 구글링을 수차례 거쳐 광고가 쏟아지는 언론사 홈페이지에 들어가야 하는 불편함도 감수해야 했습니다.

언론사가 큐레이션하는 네이버와는 다른 '다음' 뉴스 사이트 화면

● 즐길거리도 통째로 사라졌다…웹툰·메일서비스 '뚝'


'세금 올린다, 집 사기 어렵다' 속 터지는 소식들 뿐이니 뉴스를 안 보는 게 상책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좋아하는 읽을거리(뉴스레터, 블로그, 웹툰) 없이 휴식 시간을 보내는 고통도 겪어야 했습니다. 뉴닉, 퍼블리 등 구독하는 서비스 정보가 메일함에 쌓였고, 심지어 코로나 확진자 소식을 알려주는 재난문자 속 구청 페이지도 대부분 네이버 블로그라 열어보질 못했습니다. 그리고 주말에 유일한 낙이던 웹툰의 존재감이란..

일주일 중 최대 고비는 느려터진 노트북을 바꾸기 위해 검색을 시작했을 때입니다. ‘검색→가격비교→영상 리뷰→쇼핑사이트 접속'까지 네이버와 다음의 큰 차이는 없습니다. 하지만 신용카드와 연동해둔 네이버 간편결제를 쓰지 못하니 결제를 망설이게 되더군요. 카카오페이, 페이코, 카드앱 등 다른 간편결제 서비스로 대체할 수 있지만, 최근 선보인 네이버플러스 멤버십에 얹어주는 쏠쏠한 포인트까지는 포기하지 못해 구매를 며칠 더 미루기로 했습니다.


● 안 써도 참을만 하지만...


이렇게 일상이 불가능하진 않지만 '꽤 불편하다'가 이번 체험을 통해 내린 결론입니다. 의외로 두 빅테크(대형 정보통신기업)의 서비스를 대체할 상품이 많다는 것도 깨달았습니다. 하지만 두 회사가 점차 사업영역을 확대하는 탓에 한 가지의 서비스만 쓰지 않아도 여러 생활영역에 침해를 받게 됩니다. 스마트폰에 카카오톡 계정이 없으면 카카오택시도 페이도 쓰기 불편해지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법적으로 어느 사업까지 허용되는가와 별개로, 소비자가 편해지는 건 좋은 겁니다. 그렇지만 반드시 그 서비스만을 이용해야 살 수 있는 그런 상황은 피하고 싶은 심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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