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쁜 물방울폰 '벨벳' 구매할 가치는?
LG전자가 절치부심 내놓은 매스프리미엄 스마트폰 LG벨벳(벨벳)에 대한 대체적인 소비자 반응입니다. 통신업계에선 사전예약 물량이 '생각보다' 많다며 긍정적인 신호를 주고 있긴 합니다. 다만 비슷한 시기 출시된 아이폰SE의 재고는 모자라 난리라는데, 벨벳은 어떻게든 예약을 채우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모습이어서 조금은 다른 분위기입니다.
55만원부터 시작되는 아이폰SE의 등장은 벨벳의 시장 포지션을 더욱 애매하게 만들었습니다. 애플은 아이폰11에 들어간 A13바이오닉 칩셋을 55만원부터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 하나로 보급형 스마트폰의 기준 자체를 바꿀 기세입니다. 반면 벨벳은 플래그십 라인으로 나왔던 전작 'G8 씽큐(89만7,600원)'보다 2천원가량 비싼 89만9,800원입니다.
이통사와 함께 하는 반값 할인 프로모션이(24월뒤 반납 50% 할인)있지만 2년 뒤 LG 스마트폰을 재구매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기 때문에 소비자 입장에선 큰 제약입니다. 벨벳에 대한 시장성이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후속작을 구매하긴 부담스럽죠. 여기에 듀얼스크린도 별도로 24만원가량을 지불해야 합니다. 시장 상황도 안 좋고 가격도 낮게 책정되지 않았다면 이제 믿을 건 제품 자체의 경쟁력 뿐입니다.
벨벳이라는 고급스러운 이름에 걸맞게 LG전자는 디자인을 가장 강조했습니다. LG전자의 제품 소개영상 대부분도 디자인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 6.8인치 20.5:9 시네마뷰 OLED 디스플레이 ▲ 3D 아크 곡면 디자인 ▲ 후면 물방울 카메라, 디자인은 이렇게 크게 3가지로 강조됩니다.
벨벳은 V60 씽큐처럼 중국 BOE가 생산한 올레드(OLED) 디스플레이를 사용했습니다. 생각보다 화면이 길어 보여서 날씬한 느낌입니다. 최근 나온 제품 가운데 가장 길어 보이는 갤럭시Z플립(펼쳤을 때 167.3mm)과 길이(167.2mm)가 비슷합니다. 대신에 가로폭은 1mm 정도 넓고 두께도 7.8mm로 얇아 전체적으로 균형이 잘 맞습니다. V50S 보다 베젤도 줄어 화면이 차지하는 비율이 갤럭시S10 시리즈와 비슷해졌습니다. 보급형 스마트폰에 주로 들어가는 물방울 노치 화면은 그대로입니다.
3D 아크로 명명된 엣지 디스플레이도 제법 잘 소화했습니다. 후면이 미끄럽다는 점에선 오히려 엣지를 적용한 게 손에 쥐기 편하다고 느꼈습니다. 패널 양 끝이 휘어있어 손가락으로 컨트롤하기 어렵지만 일상적인 화면 조정에는 무리가 없습니다.
물방울 카메라는 인상적입니다. 4,800만 화소 메인카메라가 다소 튀어 나와 있지만 500만 심도, 800만 광각 카메라는 G8 씽큐 카메라처럼 '카툭튀' 없이 매끈하게 설계됐습니다. 물방울이 호수로 떨어진다는 과한 표현까진 아니더라도 범퍼형태로 나오는 최신 플래그십 스마트폰의 디자인과는 차별점이 있습니다. 벨벳은 기존 제품들과 달리 제품 이름은 빼고 LG 로고만 후면에 들어가 있는데요. 로고가 튄다는 소비자들의 지적을 반영해 실제 출시되는 제품은 전시되고 있는 제품보다 로고가 옅어집니다.
사용자경험(UX) 측면에서 꼭 필요한 기능은 다 갖췄습니다. 안드로이드10 OS(운영체계)를 탑재했고 60Hz 화면 주사율, 8GB 램에 128GB 메모리, 4,300mAh 배터리, 그리고 5G까지. 용량에 다소 아쉬움을 느낄 수 있지만 2TB까지 외장 메모리를 추가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단점으로 다가오진 않습니다.
이번에 빠진 DTS:X 입체음향은 인공지능 사운드가 잘 대체했다는 인상입니다. 기본적으로 벨벳은 소리 자체가 큰 편입니다. 인공지능 사운드를 켜면 소리가 울리면서 입체감을 더해줍니다.(영상으로 확인해보세요) 장르 최적화와 더불어 영화, 음악 등 콘텐츠 맞춤 기능이 담백하게 들어 있는 모습입니다.
삼성이나 애플 못지 않았던 카메라 UI(유저 인터페이스)도 그대로 유지됐습니다. 아이폰SE 만큼 사물 초점 맞추는 속도도 빨랐고, 인물모드는 다소 밝게 나오는 경향이 있지만 사람과 배경을 잘 구분해줘 볼만한 사진을 만들어줍니다.
타임랩스 촬영 중에 배속을 조절할 수 있는 건 갤럭시나 아이폰은 지원하지 않는 기능이기도 하죠. 1개였던 내장 마이크도 2개로 늘어났습니다. 고감도 마이크로 ASMR모드, 보이스 아웃포커스를 활용할 수 있다는 건 벨벳만의 특징입니다.
기본기를 다 갖춘 카메라지만 큰 차별점이 없는 것도 사실입니다. 오히려 스펙상으론 후퇴한 영역도 있습니다. 4,800만 화소 메인카메라는 가격이 더 저렴한(57만2천원) 갤럭시A51 5G와 똑같습니다. 벨벳 전면카메라 화소는 G8보다 높아졌지만(800→1,600만) 초광각 카메라(1,600→800만)는 낮아졌습니다. 망원 카메라와 광학식손떨림방지기능(OIS)도 빠졌습니다.
OIS가 없어서 빛이 적은 야간 촬영에선 불리합니다. LG전자가 이를 4개 화소를 묶는 쿼드비닝으로 대체했다곤 하지만 이는 삼성 '아이소셀 브라이트 GM2' 이미지센서에 탑재된 '테트라셀'이란 기술이어서 LG전자만의 특별한 기술은 아닙니다. 실제 빛이 적은 실내 공간에선 초점이 잘 맞지 않기도 했는데요. 갤럭시A51 5G도 똑같이 OIS가 빠졌지만 가격적인 측면을 고려하면 아쉬운 대목입니다.
외관상으로 벨벳은 눈에 띄는 스마트폰이지만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지는 미지수입니다. 특히 LG 스마트폰만의 장점이라고 여겨졌던 '쿼드덱'까지 빠지면서 기존 고객들까지도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고 있습니다. 음장효과인 인공지능 사운드로 쿼드덱을 대체하지 못할 거라는 의견이죠. 쿼드덱을 없앨 거면 차라리 유선이어폰 단자를 지우고 다른 기능을 추가했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프로세서도 긱벤치5 벤치마크 테스트 결과 A13 바이오닉 칩을 탑재한 아이폰SE는 싱글코어 1,334점 멀티코어 3,183점, 벨벳에 들어간 퀄컴의 스냅드래곤 765 5G는 각각 548점과 1,705점으론 나타났습니다. 갤럭시A51 5G에 채용된 엑시노스980도 각각 672점과 1,870점을 보였다는 점에서 경쟁작들보다 기본 성능이 좋다고 자랑하긴 어렵습니다.
LG전자가 아직 선전하고 있는 북미시장에서 시장 지위를 노리는 중국 원플러스의 '원플러스8'과 비교해도 우위가 있다고 말하기 쉽지 않습니다. 원플러스8은 ▲ 스냅드래곤865 ▲ 90Hz 화면 주사율 ▲ 30W 고속충전 등의 기능을 갖춥니다. 나머지 기본 스펙에서는 벨벳과 비슷하지만 가격은 699달러로(램 8GB/메모리 128GB), 우리돈으로 85만원 수준입니다.
정리해보면 차별화된 디자인과 6.8인치 대화면 시네마뷰가 장점으로 나타나는 반면 ▲ AP 비교열위 ▲ 애매한 89만9,800원 ▲ 쿼드덱 부재는 벨벳의 단점으로 꼽힙니다. 새롭고 예쁘지만 상대적으로 저렴하진 않으면서 기본기는 탄탄한 스마트폰. 수식하기도 어려운 LG벨벳이 애매한 시장 포지션을 극복하고 보란듯이 높은 판매고를 올릴 수 있을까요. 이제 막 출시되는 만큼 소비자들의 냉정한 평가를 기다려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