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낙서인간 Aug 09. 2020

참을 수 없는 참견쟁이들

청하지 않은 충고는 간섭  

  바보들이 모여 사는 폴란드의 한 마을에 가난하지만 화목한 아버지와 아들이 살고 있었다.  어느 날 아들은 세상을 좀 더 알고 싶어 졌다. 아버지는 아들의 소망을 이뤄주기 위해 정든 고향 마을을 떠나기로 결심했다. 마을 사람들은 섭섭해하면서도 원하면 언제든 돌아오라고 이들을 배웅했다. 

  길을 떠난 아버지와 아들은 낯선 남자를 만났다. 남자는 이들의 사연을 듣고 아이가 세상을 경험하는 것도 좋지만 먼저 학교에 보내야 한다고 충고했다. 두 번째로 만난 사람은 아버지를 무책임하다고 비난하며 아들에게 빨리 직업훈련을 시키라고 훈계했다. 세 번째로 만난 사람은 아들 혼자 다른 나라로 보내라고 충고했다. 그래야 세상 물정에 밝은 똑똑한 인간이 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네 번째로 만난 행인은 어떤 일을 하기 전에 신의 뜻을 알아야 한다며 아들을 유명한 랍비에게 보내 경전부터 배우게 하라고 말했다.

  아들은 아버지에게 물었다. "아버지, 우린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우리가 어떻게 해야 사람들이 우리 삶에 대해 참견하고 지적하지 않을까요?" 

  아버지는 대답했다. "아들아, 우리가 어떻게 해도 사람들은 참견하고 지적하는 일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조금이라도 그들보다 가진 것이 적으면 우리가 자신들보다 못한 존재라고 여기기 때문이란다. 그래서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단다. " 

  아들은 생각에 빠졌다. 그리고 고향으로 돌아가자고 얘기했다. 필요할 때만 도움을 주고 함부로 참견하지 않으며 자신의 지혜에 따라 삶을 살도록 허용하는, 세상에서 유일한 장소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류시화 작가가 쓴 <인생 우화>에 나오는 이야기다. 


  참견하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참 많다. 청하지도 않았는데 상대방의 결정에 대해 충고를 늘어놓는다. 그리고 관심과 애정이라고 여긴다. 특히 상대가 자신보다 어리거나 사회적 지위가 낮은 사람이라면 그 충고의 강도가 더해진다. 충고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딱하게 여기거나 심지어 화를 내기도 한다. 


  사람은 모두 다르다. 저마다 삶을 살아가는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 다른 사람이 옳다 그르다를 판단할 문제가 아니다. 돈이 많다고, 사회적으로 성공했다고, 경험을 많이 하고 오래 살았다고 해서 다른 사람의 삶에 제 마음대로 참견할 권리를 갖게 되는 것은 아니다. 


  사람은 모두 자기만의 사정이 있다. 타인은 그것을 온전히 알거나 이해하기 어렵다. 심지어 가족이라도. 

 

  도움을 청하지 않는 사람에게 하는 충고와 훈계는 무례한 행동이 될 수 있으며 때로는 폭력으로 여겨질 수도 있다는 태도를 지닌 사람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도움을 청할 때만 도와주면 안 될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