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1

치열한 경쟁, 성과를 요구받는 삶에서 내가 사라지는 경험

by Julia P

인생을 살다 보면 누구에게나 그런 순간이 오는 것 같다. 내가 어떻게 '되고' 싶은지를, 내가 어떻게 '보이고' 싶은지와 헷갈리게 되는 순간 말이다. 그 바람의 결은 아주 주의 깊게 살피지 않으면 차이를 알 수 없을 정도로 비슷해서, 방심했다는 생각을 할 새도 없이 사람은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이끌려가기도 한다.


그 누구도, 내가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요구할 권리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 힘을 너무도 쉽게 타인에게 쥐어준다. 그 과정에서 내가 진심으로 되고 싶었던 나를 찾는 길은 멀어지게 마련이다. 중심이 스스로에게 있지 않은 사람은 쉽게 흔들리고, 쉽게 좌절한다. 통제할 수 없는 대상에 스스로의 가치 혹은 행복을 거는 일은 그만큼 위험하다.


온전히 초연할 수는 없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고, 타인의 시선을 완전하게 무시하는 것 역시 건강한 태도라고 생각지는 않는다. 그러니 중요한 것은 '균형'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그 균형은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정답은 알 수 없지만, 반드시 이루어야 하는 것들의 기준을 나 자신에게 두되,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것들의 기준이라면 타인에게 둘 수도 있는 여지를 열어두는 것. 그 방법이 그나마 지금의 단계에서 내가 내린 잠정적 해답이다.


예컨대, 경쟁이나 평가에서 벗어나 내가 되고자 하는 모습은 스스로의 내면에서 치열하게 고민한 결과 도출해내야 한다는 것이 나의 믿음이다. 반면 그 속에서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것이 있다면, 그는 인생을 살며 스스로가 안고 가도 괜찮다는 생각이다. 오히려 그를 포기하는 일이 고통이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를 선별하는 과정에는 장애물이 상당히 많을 수밖에 없다. '내부' 또한, 결국에는 '외부'의 영향을 받아 형성되기 때문이다. 어떤 바람이 '순수한 내면'에서 비롯되었는지 알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그렇기에 사람들은 흔히, 사실은 외부의 기준에 의해 평가되는 결과로서의 나를 '내가 바라는 나'라고 착각한다.


이를 진정한 소망으로 착각하는 일이 위험한 이유는 그를 이룸으로써 얻는 감정적 효용이 지나치게 짧기 때문이다. 즉, 단기적 만족이 장기적 충만감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그렇게 설정된 목표는 이루고 나면 빠르게 사람을 허망해지게 만든다고 생각한다. 잘못된 등대를 이정표 삼아 목적지에 도달하고 나면 사실은 자신이 길을 잃었음을 깨닫는 일밖에는 남아있지 않다.


하지만 그렇게 길을 잃는 일이 나쁘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오히려 길을 잃어보지 않은 사람은 그 삶에 회복탄력성이 결여된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중요한 것을 마음 속에 품은 나침반을 다시금 들여다 보려는 의지이다. '사라진 나'를 찾고자 하는 여정은 그렇게 시작되게 마련이고, 그 과정을 거친 사람에게만 '진정한 나'를 마주할 수 있는 행운이 찾아온다고 생각한다.


경쟁도, 성과도, 모두 삶의 일부이고 성장의 밑거름이다. 그 자체를 부정할 생각은 없다. 그렇지만, '인생'에는 그보다 큰 의미가 있지 않을까. 행복을 인생의 궁극적 목표로 삼아야 한다는 자체에도 이견이 있을 수 있지만, 설령 행복이 아닌 다른 가치를 추구한다 하여도, 그것이 오롯한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인 후 도출해 낸 결과인지 여부는 중요하다.


사라지지 말자. 사라지게 두지 말자. 그대의 존재는, 한없이 소중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