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는다는 건 흘려보낸다는 것

그리고 가슴에 묻는다는 것

by Julia P

글을 쓴다는 건 자유로워지는 일이다.


무엇이든 상상할 수 있고, 될 수 있고, 할 수 있는 것. 나는 나에게 있어 글을 쓰는 행위를 그렇게 정의했다.


자유로워진다는 건 실로 대단한 일이다. ‘무엇으로부터?’라는 질문이 자연스럽게 뒤따라오는데, 그것은 한계이기도 하고, 과거이기도 하고, 아픔이기도 하다. 저마다가 감당하는 무언가, 숨쉬기를 조금 버겁게 만드는 무언가....... 결국 무엇에도 묶여있지 않은 마음을 자유라 일컫는다면, 자유롭다는 건 어디든 갈 수 있다는 뜻이 아닐까. 한계 너머로, 미래로, 또 극복으로.


나는 나의 첫 글을 브런치에서 시작했다. 자신의 인생을 돌아본다는, 주제 자체는 흔하지만 내용으로 들어가면 개개인에게는 한없이 특별하고 절절한 테마로 글을 써 내려갔다. 스스로를 독자로 삼는 일기야 쓰기 시작한 지 한참 되었지만, 별반 다르지 않은 이 글을 타인과 공유하기로 마음먹은 까닭은 글이 주는 힘을 체감한 탓이었다.


나는 작가이기 이전에 독자로 살아온 지가 훨씬 오래되었고, 글을 읽음으로써 오는 해방감을 잘 알고 있었다. 마음을 울리는 글귀를 읽었을 때의 희열이란. 알게 되니 자연스레 나 또한 기여하고 싶어졌다. 선순환을 만들고 싶었다. 누군가 나로 인해 숨 쉬는 것이 조금 쉬워졌다고 생각하게 되었으면 하고 바랐다. 그리하여 내가 쓰는 글의 한 문장이라도 누군가의 마음에 남는다면 좋겠다고, 거기에 더해 '이 글을 읽기 잘했다'라고 생각했으면 하는 욕심을 담아 브런치 작가로서의 활동을 시작했다.


효과는 전혀 상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나타났다. 글을 쓰면서 나의 시간이 흐르기 시작한 것이다. 어린 시절의 내가, 격렬했던 사춘기의 내가, 방황하던 청춘의 내가, 미숙한 어른이 된 내가....... 그 모든 시간이 글자로 쏟아냄과 동시에 손 안에서 모래알이 빠져나가듯 흘러갔다. 그렇다고 그 시절이 사라졌다거나 그를 놓쳐버렸다는 의미는 아니다. 오히려 손안에 움켜쥐고 있던 욕심과 미련이 서서히 녹아 사라지는 경험에 가까웠다. 그리고 글을 마지막까지 써낸 그 자리에는, 새로운 기억과 감정과 경험을 움켜쥘 자리가 내 손에, 지나온 시간은 내 가슴에 남았다.


그제야 깨닫는다. 쓴다는 것은 흘려보내는 것이구나. 그러나 잃는 게 아니라, 지면과 함께 가슴에 남기는 것이로구나.


어지러웠던 마음속에 사실은 아주 거대한 성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글을 쓰는 행위는 그 성을 쓸고, 닦고, 정리하는 일이었다. 이제 나는 가지런히 정돈된 기억의 성을 안다. 어느 방이 어디에 있는지, 그 방에는 무엇이 있는지. 열고 싶지 않은 방도 있고, 자주 들어가고 싶은 방도 있지만, 중요한 것은 그 모든 방이 나의 성을 구성하는 소중한 공간들이라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 성 안에서 나는 누구보다 자유롭다. 내가 가장 잘 알고, 또 내가 가장 사랑하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자유로워진다는 건 거창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나는 이제 더 이상 지나온 삶에 발목을 잡히지 않게 되었고, 그에서 삶의 그 어떤 시기보다 큰 자유를 느낀다. 나의 글쓰기 여정은 이제 막 시작되었으며 브런치와 함께 이루고자 하는 꿈 또한 그러하다.


자유로워지고 싶다. 무엇이든 소중히 흘려보낼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 그게 작가로서 이루고자 하는 나의 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