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안녕?’
“으악, 깜짝이야!”
묘한 기시감이 들었으나 나는 그를 가볍게 무시했다.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며 소녀를 향해 몸을 틀었다. 어쩐지 그 얼굴이 반갑게 느껴지는 것이, 아무래도 제 의지와는 상관 없이 그간 정이 든 것 같았다. 이거 조금 위험하지 않나 하는 생각은 들었으나, 그 상념 역시 쉽게 무시했다.
‘이제 그만 놀랄 때도 되지 않았어?’
“불쑥불쑥 나타나는데 어떻게 안 놀래.”
투덜거리니 소녀는 키득거리며 웃었다. 인정해야 했다. 나는 그 웃음이 퍽 좋았다.
“너랑 얘기를 나눴어.”
‘...그랬어? 어땠어?’
“놀란 것 같았어. 그리고….”
그래, 분명 모두에게 벽을 치고 있다고 생각했던 소녀는.
“기뻐 보였어.”
내가 다가가 말을 거는 순간 조금 즐거워 보였다. 늘 무표정인 얼굴에 희미하게 미소가 걸리던 순간을 나는 선명히 떠올릴 수 있었다. 잠시 기억을 더듬다가 사람을 앞에 두고 무슨 예의인가 싶어 퍼뜩 정신을 차렸다. 그러나 소녀는 개의치 않는 것 같았다. 그보다는 그녀 역시, 언젠가의 과거를 거슬러 올라가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무슨 생각 해?”
분명 이 질문은 소녀의 것이었는데, 이제는 내가 묻게 되었다. 소녀는 그것이 조금 놀라운 듯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이윽고 단정하게 뻗은 눈매가 고운 호선을 그린다.
‘너를 처음 만난 날의 생각.’
내가 처음 꿈을 꾼 날을 의미하는 걸까. 갑자기 그 날을 왜?
“갑자기 그 날은 왜?”
아, 내 반응이 조금 전과 같았어서 그런가…. 그렇게 추측하고 있자니, 소녀는 고개를 저었다.
‘비밀.’
이건 처음 있는 일이었다. 소녀는 항상 내 질문에 대답을 주었으므로. 나는 조금 황망한 심정으로 소녀의 눈을 마주보았다. 그러자 소녀가 손을 뻗는다. 그리고 내 두 눈을 가려주었다. 의아함도 잠시, 갑작스럽게 졸음이 쏟아졌다. 거부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수마였다. 나는 그에 아주 쉽게 항복했다.
다만 다음 꿈에서 만나면 꼭, 내 이름을 알려줘야지. 그렇게 생각하며 나는 눈을 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