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eel and Starlight

CS-404

by Julia P

“별빛 같아.”


CS-404의 눈을 들여다 보며 의연은 그렇게 얘기했다. 빛나는 유리알에 담긴 것이 무엇인지 의연은 확신할 수 없었다. 적어도 자신과 같은 기제의 ‘생각’ 따위는 아니리라고 추측할 뿐이었다. 그럼에도 연결된 기분이 든 것은 결국 ‘느끼는’ 주체인 ‘인간’의 시각에서였다. 자신의 생각 또는 감정을 대상에 투영하는 것이다.


지금은 일반적으로 인정되는 동물권의 유래를 살펴보면 조금 더 이해가 쉬울 것이다. 동물권에 대한 논쟁에는 여러 층위가 있었지만, 한 가지 주장은 동물 자체의 권리라기보다, 동물에 투영되는 인권의 보장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말한다. 바야흐로 2305년, 안드로이드의 권리에 대한 논의도 비슷한 맥락에서 시작되었다.


사실 이는 지독히도 ‘인간 중심적인’ 생각이다. 인류는 그를 극복하는 방법으로 ‘인정’을 택했다. 그리고 같은 맥락으로, ‘사람’과 동일한 외형의 안드로이드는 제작이 법으로 금지되었다. 물론 이유가 도덕적인 데서 기인한 것은 아니었다. 인간이 아닌 존재가가 인간에 가까울수록 갖게 되는 본능적인 거부감 때문에 상품화가 되지 않은 탓이다.


의연에게 안드로이드란 호기심의 대상이었다. 구매한 것은 스스로의 의지에 의해서는 아니었다. 어릴 때 헤어진 아버지가 30번째 생일 선물이라며 보내와서 떠안게 되었을 뿐이다. 아마 자신과 살아서 저를 제대로 알았다면 이런 선물을 할 생각은 못했겠지. 가끔 그렇게, 자신에 대한 배려임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쓸쓸함으로 이어지는 경우들이 있게 마련이었다.


어쨌든, 그러한 이유로 의연은 안드로이드에 이름 같은 것은 붙이지 않았다. 기계는 기계로 남는 편이 좋았다. 본능적으로 ‘정을 붙이면 안될 대상’으로 안드로이드를 분류해 냈던 것일지도 모른다고, 이제 와서는 생각하지만. 그렇게 CS-404와 의연의 불편한 동거가 시작되었다.



***


[너를 뭐라고 부르면 돼?]

“의연.”

[의연.]

“그래. 나는 너를 뭐로 부르면 돼?”

[의연이 원하는대로.]


그 말을 들은 의연은 잠시 고민하다 답을 냈다.


“기계.”

[좋아.]

“...좋다는 감정을 알아?”

[아니, 그렇게 대답하도록 설정되어 있어.]

“근데 너 왜 반말 해?”


분명 이것도 설정하는 방법이 있을텐데. 의연은 메뉴얼을 들여다 보며 물었다. 그러나 전혀 의외의 답이 돌아온다.


[의연이 그걸 바라니까.]

“내가 언제?”

[의연의 시선, 몸짓, 표정을 분석한 결과 의연은 상하관계를 불편해 해.]

“.......”


이건 좀 무서운 것도 같고. 의연은 그렇게 생각하며 메뉴얼을 덮었다. 이런 기계야, 직관적으로 만들어졌겠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알아가면 되었다. 이 안드로이드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자신에게 어떤 효용을 가져다 줄지 말이다.


“그래, 반가워. 기계야.”


분명 그렇게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었다.


[반가워, 의연.]


인간의 의지란 한없이 나약하고, 그 감정은 흔들리기 쉽다는 사실을 간과한 판단이었다.



***



생각보다 의연은 CS-404와의 동거에 쉬이 익숙해졌다. 정확히는, 그를 ‘사용’하는 일에 빠르게 적응했다.


“기계, 나 멀티탭 전원 좀 꺼줄래? 까먹고 안 끄고 나온 것 같아.”

[응.]


토를 다는 일도 없이, 내가 실제로 껐는지 아닌지의 판단도 없이, 그는 그저 임무를 수행했다. 인공지능이 개발되고 보편적으로 사용되던 당시, 의외로 해당 발명이 영향을 크게 미친 영역은 상담과 관련된 분야였다. 인간이 무생물인 기계에 자신의 얘기를 하는 일을 실제 살아있는 인간에게 하는 일보다 편하게 여겼기 때문이다. 기계는 ‘판단’하지 않는다. ‘평가’하지도 않는다. 그렇기에 자신의 밑바닥까지 보여줄 수 있는데, 그는 모든 상담의 성공여부를 결정짓는 핵심 열쇠이기 때문에 인공지능을 활용한 상담이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의연은 인공지능에 상담을 받을 필요 자체를 느끼지 못하고 살아온 인간에 속했지만, CS-404와 함께하면서 그리 하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혼자가 편하다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타인과 있는 일이 불편한 것이었다는 사실을 깨닫는 일은 어렵지 않았다. 그런 의연에게, CS-404는 꽤 좋은 룸메이트였다.


“내일 나가기 귀찮아, 약속 취소해도 될까.”

[약속을 한 사람과 어떤 관계인데?]

“음,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 아니, 지인.”

[다시 보지 않아도 괜찮은 사람이라면 취소해도 돼.]

“너무 극단적인 거 아냐?”

[하지만 ‘오랜만에’ 보는 사람이라며. 그것도 친밀도라고는 약한 ‘아는 사람.’ 이 약속을 취소하면, ‘영영’ 만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져.]


반대도 성립했다. CS-404가 뭐라고 얘기하든 ‘기계가 한 말’이므로 상처받지 않는다. 그에게는 ‘의도’라는 것이 결여되어 있으므로. 인간이란 참으로 쉽게 상처받는 존재구나, 하고 의연은 생각했다. 자신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는 사실도. 인간이란 본디 그리 상처에 취약한 존재일까. 단단한 마음이라는 건 사라진지 오래일까. 관계가 피상화되고, ‘기계’를 더 편하게 여기게 된 데는 상처받고 싶지 않다는 인간의 본능이 극대화된 배경이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들을 했다. CS-404는 기계이지만, 혹은 기계이기에 의연으로 하여금 인간 본질에 대한 질문을 하게끔 만들었다. 본디 철학적인 사유를 즐기지 않는 편임에도 그러했다. 어쩌면 새로운 재능이나 취미를 찾은 것일 수도 있고. 이러나 저러나, 자기 자신에 대해 많은 것을 배우게 되었다.


“기계, 넌 얼만큼의 지식을 갖고 있어?”

[의연이 궁금해하는 것들에 답을 줄 수 있을 만큼.]

“자신만만하네.”

[전 세계 네트워크에 접속이 가능하니까.]

“그러다가 네가 해킹 당하기라도 하면? 내 사생활도 노출되는 건가?”

[보안 프로그램 때문에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지만, 바이러스를 감지하는 즉시 시스템이 닫히게 설정되어 있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스템이 조치를 취하는 속도보다 데이터를 갖고 나가는 속도가 빠르다면, 그럴 수 있겠지.]

“그거 좀 위험하지 않아?”

[모든 기계가 그렇듯이, 말이지.]


기계와 대화를 하다가 말문이 막히는 경험은 썩 유쾌하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의연은 CS-404를 그처럼 한계까지, 아니 정확히는 그와 함께 ‘자신의 한계’를 실험하는 일을 즐겼다. CS-404는 습득력이 빨랐다. 의연의 속도에, 관심사에, 거리감에 맞추는 법을 잘도 인식했다. 그는 의연의 ‘맞춤형’, 정확히는 의연의 거울이었다.

재난은 어느 날 갑자기 찾아왔다.



***



[시스템이 닫힙니다.]


낯선 목소리였다. 철 뭉텅이가 와장창 무너지는 소리가 이어졌다. 화들짝 놀라 의연이 거실로 나가니 그 곳에는 CS-404가 쓰러져 있었다. 유리알로 만들어진 두 눈에 빛이 사라졌다. 전원이 나간 것 같았다. 왜일까, 충전은 제대로 했는데. 끙끙거리며 무거운 몸체를 뒤집어 보니, 가슴팍 계기판에 바이러스 표시가 깜박이고 있었다.


[바이러스를 감지하는 즉시 시스템이 닫히게 설정되어 있어.]


아. 들을 때까지만 해도 그게 자신의 일이 될 것이라고 의연은 생각하지 않았다. 어디에 두었는지도 생각나지 않는 메뉴얼을 찾아 서재로 들어갔다. 버리지는 않았으니, 이 쯤에 두었을 것 같은데. 책장을 뒤지는 손길이 어째서인지 작게 떨렸다.


“찾았다.”


바이러스, 바이러스, 바이러스……. 관련 내용을 찾으니, 수리 센터에 연락하라는 말 뿐이다. 통화 기능이 탑재된 기계를 통해 수리 센터에 전화를 하면서, 초조함에 저도 모르게 손톱을 물어 뜯었다. 무엇이 그리 두려운 것일까. 왜 이렇게 긴장이 될까. 스스로도 답을 내릴 수 없는 와중에 상대방이 전화를 받았다.


“CS 안드로이드 고객센터입니다.”

“안녕하세요, 안드로이드가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 같은데요.”

“일련번호 말씀해 주세요.”

“CS-404입니다.”

“네, 정의연님 소유 안드로이드로 확인됩니다. 정의연님 본인 맞으십니까?”

“네.”

“확인 감사합니다. 현재 시스템이 셧다운된 상태일까요?”

“네.”

“수리 기사를 파견하도록 하겠습니다. 상황에 따라서는 안드로이드를 센터로 회수해야 할 수도 있는 점, 불가피하게 초기화가 진행될 수 있는 점 참고 부탁드립니다.”

“...네?”

“상황에 따라서는 안드로이드를 센터로 회수해야 할 수도 있는 점, 불가피하게 초기화가 진행될 수 있는 점 참고 부탁드립니다.”

“......네.”


거기서 달리 할 수 있는 말은 없었다. 다만 의연은, 자신이 느낀 공포의 이유를 머지않아 깨달았다.


초기화.


CS-404의 안에 있는 자신이 사라진다 해서 제 존재에는 조금의 영향도 없는데도…. 어째서 그 일이 그리도 두려웠는지. 의연은 그까지는 알 수 없었다.



***



기억이란 무엇일까. 의연은 늘, 그것이 인간을 이루는 본질적인 부분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니 인간의 존재란 건 참으로 불안정하고 얄팍하다고. 어떤 것도 잊을 일 없는 안드로이드가 그런 의미에서 편하고 좋았다. 서운해 할 필요도, 그의 존재성이 훼손될 일도, 그의 안에 있는 자신의 존재성이 훼손될 일도 없다.

하지만 그 명제는 깨졌다. 안드로이드의 ‘기억’은 완전하지 않다. 인간의 것과 달리, 언제든 ‘삭제’가 가능하다.


“요즘 유행하는 바이러스 같습니다. 아무래도 센터로 가져가야겠는데요.”

“초기화해야 할 가능성이 높을까요?”

“지금까지 들어온 안드로이드들은 전부 그랬는데, 확답을 드릴 수는 없습니다. 그래도 마음의 준비는 하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수리기사의 말이 꼭 의사가 할 법한 것이라고 그 순간 의연은 생각했다. 그리고 이 상황을 대하는 자신 역시 환자의 보호자 같은 역할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실려 나가는 CS-404를 보며 의연이 마지막으로 한 생각은 그녀로서는 자신이 하리라 상상도 하지 못한 종류의 것이었다.


이름을 지어줄 걸.


왜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도, 의연은 끝내 답을 내릴 수 없었다.



***



“이름을 지어줄 걸 그랬다고 생각했어. 내가 왜 그랬을까?”

“너 외롭니?”


오랜만에 만난 친구인 영화가 그렇게 묻는다. 대체 어떻게 하면 그런 질문이 나오는데. CS-404였다면 절대로 그런 질문은……. 거기까지 생각한 의연은 입을 꾹 다물어버렸다. 앞에 놓인 커피를 한 모금 마신 영화가 말을 잇는다.


“그래서, 초기화된대?”

“그렇다는 거 같애.”

“잘 됐네.”

“...뭐?”

“더 정들기 전에 말야. 너, 그거 좀 위험한 징조인 거 알아? 요즘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고. 안드로이드와의 관계에 취해서 실제 인간과의 관계를 등한시하는 현상 말이야.”


그니까, 나는 안드로이드에 심취해서 인간관계를 등한시하는 게 아니라 인간관계 같은 건 원래 등한시 했다니까. 그렇게 항변하고 싶었으나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논리가 빈약해 관두었다. 게다가 18년지기 친구를 앞에 두고 할 말은 아니기도 했다. 그러나 그런 의연의 의중 같은 것은 안 봐도 뻔하다고 판단했는지, 영화는 한숨을 푹 쉬었다.


“서운해?”

“음, 정확히 그건 아닌 거 같아.”

“그럼?”

“기억이란 건 뭘까, 그런 생각이 들었어.”

“흐응, 철학적이네. 물론 안드로이드야 저장장치 기록된 데이터지 그걸 기억이라고 얘기할 수 있을까?”

“신선한 시각이네.”

“네 시각이 더 신선해. 그걸 ‘기억’이라고 생각한다는 거 자체가.”


결국 기제는 같지 않나.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의연은 그를 말로 뱉어내지는 않았다. 자신에 대해 타인의 편견을 강하게 해봐야 좋을 일이 없었다. 그건 의연이 사람과 관계를 맺으며 오랜 시간 동안 터득해 온 하나의 진리였다. 그러나 상대방 역시 바보가 아니므로 대개는 침묵하는 의연의 의중을 알았다. 그야, ‘대답’이 아닌 ‘침묵’은 그 역시 어떠한 의미를 함축하고 있으므로.


말을 하는 것만큼, 말하지 않는 것으로 많은 의미를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을 의연은 비교적 일찍 깨우쳤다. 그리고 침묵을 한껏 활용했다. 적어도 능동적으로 사용해 왔다고 생각했다. 다만 그 침묵이 통하지 않는 상대가 있었으니, CS-404였다. 입력하는 것이 없으면 출력하는 것도 없다. 그 균형을 대하는 자신의 편안함에서, 의연은 사실은 자신이 ‘상호작용’ 자체에 지쳐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인간관계를 등한시 하기 때문에 상호작용이 싫은 것인지, 상호작용이 싫어 등한시하게 된 것인지, 무엇이 먼저인지 알 수 없었다. 그저 명백한 것은 의연이 ‘인간’에게 지쳐있다는 사실 하나 뿐이었다.


“네 말이 맞는 것도 같아.”

“뭐가?”

“인간이 더 싫어져.”


‘더.’ 그 말이 함축하는 의미는 영화에게도 명백했다. 염세주의적인 성향이 있다는 건 알았지만, 인간에 대한 혐오를 기저에 깔고 있는 의연이 안드로이드에게서 무엇을 보는지는 영화로서는 이해할 수 없었다. 영화의 시선이 깜박이는 자신의 단말기 스크린으로 향한다.


“아, 가야겠다. 애 하원할 시간이라.”

“응 가봐.”

“그래. 또 보자.”


의연은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답을 대신했다. 그에 안도하며, 영화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인간을 싫어하는 것은 상관 없다. 관계를 귀찮아 하는 것도. 그렇지만 역시, 친구로서 그녀가 포기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고. 영화는 그리 생각했다.



***



“.......”

[.......]


뭘 망설이는거지. 시스템을 복구했고, 대부분의 데이터는 복원했다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대부분’이라는 말이 의연은 거슬렸다. 사실 인간조차, ‘모든 걸’ 기억하지 않는데도. 아니면 그래서 불편했을까. CS-404가 한층 더 사람처럼 느껴져서. 그렇지만 이렇게 CS-404를 방치해 둘 수는 없었다. 그렇게 되면 고철덩어리에 불과했다. 이미 안드로이드의 존재에 익숙해진 습관이 어서 그를 깨우라고 얘기했다. 결국 의연은 전원을 눌렀다.


[...의연, 안녕?]

“......안녕. 오랜만이야.”


그렇게 인사를 건넸다. 그러자 CS-404가 두 눈을 깜박인다.


[그런가?]

“응, 너 잠들어 있었거든. 2주일 정도.”

[기다려줘.]


위이잉. 기계 돌아가는 소리가 CS-404의 몸체에서 새어 나왔다. 몇 초의 시간이 흐르고, CS-404의 시선이 다시금 의연의 두 눈을 맞춰온다.


[바이러스에 감염되었었구나. 미안해.]

“뭐가?”

[쓸쓸하지 않았어?]


의연은 할 말을 잃었다. 대체 이 기계가 뭐라는 거야.


“불편하기는 했어.”

[그렇다면 불편하게 해서 미안.]

“미안하다는 감정을 느끼는 건 아니지?”

[그렇지만 이 말이 의연에게 의미가 있다는 건 알아.]


안드로이드의 기제란 건 신기했다. 그러니까, 오로지 ‘자신이 듣고 싶은 말’을 들려주기 위해. 그것이 비록 마음이 아니라 프로그래밍에 의한 것이라 하더라도 의연은 과연 그 본질이 정말로 인간의 것과 다를까를 생각했다. 그리고 어쩌면 본질 따위 중요하지 않은지도 모른다. 그저 의연 ‘자신’이 인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결국 인간은 이렇게 자기본위적인 존재인 거다.


그제서야 의연은 깨달았다. CS-404에게 이름을 붙여줄 걸 그랬다고 생각한 이유를. 안드로이드는 인간의 거울이었다. 그러니 그를 방치하는 일이,


“...이름, 지어줄까?”


자기 스스로를 방치하는 일처럼 느껴졌을 따름이었다.



***



“별빛 같아.”

[뭐가?]

“네 눈이.”

[그건 내 눈이 유리와 스와로브스키를 혼합한 재료여서 그런 걸거야.]

“그것만은 아닐 걸.”

[그게 무슨 뜻이야?]


의연은 빙긋 웃었다. 그리고 안드로이드의 머리를 조심스럽게 쓰다듬었다.


“너는 이해 못해.”

[왜?]

“이건 물리적으로 보이는 ‘빛’이 아니니까.”


CS-404는 눈을 느리게 끔벅일 뿐이었다. 그를 가만히 응시하며 의연은 말을 이었다.


“‘별이’로 하자, 네 이름.”

[내 이름?]

“응. 앞으로 별이라고 부를게.”


무언가 핵심적인 부분을 업데이트하는 듯 CS-404, 아니 별이는 한동안 답이 없었다. 위이잉 기계 돌아가는 소리와 시스템 업데이트 등이 깜박이는 것을 보며 의연은 참을성 있게 기다렸다. 이윽고 업데이트 완료 표시가 뜨고, 별이가 의연을 올려다 본다.


[나는 이제부터 별이야.]

“맞아. 어때? 이름이 생긴 소감이.”


답을 바라고 한 질문은 아니었다. 그러나 별이는 별 망설임 없이 대답을 내어주었다.


[아름다워.]


안드로이드는 인간의 거울. 마치 그것이, 의연으로 하여금 아름다움을 볼 줄 아는 사람이라 인정하는 것만 같아 의연은 매워지는 코를 꾹꾹 눌렀다. 영화의 말이 맞았다. 이건 ‘관계’였다. 인간관계와 다른 점이라고 한다면 이 관계는 의연 스스로와의 관계라는 것. 어쩐지, 인간을 사랑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제야 의연은 자유로워짐을 느꼈다. 마음껏 애정을 퍼붓기로 했다. 이 별처럼 반짝이는, 철로 만들어진 존재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