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있는 한국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면서
나는 현재 중국에 위치한 재외 한국학교에서 영어전담교사로 근무하고 있다. 우리 학교에 다닐 수 있는 학생들은 대부분 한국인이지만, 부모님 중 한 분이 외국인인 경우도 꽤 있고, 드물게는 한국 국적이 아닌 학생들도 있다. 그리고 중국에서 태어나 계속 중국에서 살고 있는 학생부터, 한국에서 중국으로 오게 된 부모님의 주재원 파견을 따라 우리 학교로 전학 온 학생도 있고, 중국이 아닌 다른 나라(미국, 베트남, 싱가포르 등)에서 학교를 다니다가 온 학생, 현지 중국 로컬학교를 다니다가 온 학생, 근처 국제학교를 다니다가 온 학생 등 경우와 분포가 매우 다양하다.
그래서 학생들이 편한 언어가 각자 다르다. 기본적으로 학교에서는 한국어를 사용하고, 대부분의 학생들은 한국어가 편하지만, 몇몇 학생들은 중국어가 더 편하고, 또 어떤 학생은 영어가 편하기도 하다. 모든 교육과정이 한국에 위치한 공립학교와 비슷하지만 우리 재외 한국학교는 특색교육의 일환으로 영어와 중국어는 분반수업 및 원어민-한국인 교사 수업, 한국보다 많은 시수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특색 수업의 일환으로 수준별 수업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각 수준의 반마다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생긴다.
낮은 레벨 수업의 아이들은 대부분 영어를 번거 워 한다. 하지만 오히려 중국어는 현지인인 학생들도 있다. 그런 친구들은 영어, 한국어가 어려워 영어 단어를 중국어로 뜻을 외우고, 그 뜻을 다시 한국어로 바꿔서 외운다. 영어도 힘든데 과정도 힘드니 공부가 매일매일 힘들 것이다. 加油(힘내..) 이런 경우 재밌는 에피소드도 가끔 생긴다. 내가 수업을 진행하다가 속도가 빨라질 때 급한 마음에 "等一下(기다려주세요)!!”라고 외치면 교실은 웃음바다가 된다. 또 맥락 없이 못 알아듣는 경우도 왕왕 있다. 수업시간에 맞춰 교실로 이동하는 중에 선생님이 오나 안 오나 망을 보러 나온 학생이 나를 살짝 보고 우다다다 달려 교실로 들어가길래, "누가 선생님 오나 안 오나 망보러 왔지요?"라고 물어보면, "망... 망고요?"라고 되묻는 해맑은 학생의 질문에 그만 다 같이 웃어버리고 넘어가는 일도 있었다. 아니면, 내 설명을 못 알아듣는 친구에게 중국어로 설명해주는 다른 친구가 나서서 설명해주다 보면 뻘쭘할 때도 있다. 이 학교가 아니면 절대 경험해보지 못할 일들이다.
높은 레벨 수준의 아이들은 실제 국적이 미국인 학생들도 있고, 한국어나 중국어보다 영어가 더 편한 학생들도 있다. 이 학생들의 영어 수업은 유창한 회화를 경험하는 원어민 교사 수업이 일주일에 5시간, 영어를 학문으로 배우는 한국인 교사 수업이 일주일에 1시간 정도로 구성되어 있다. 1주일에 1번 정도 만나 문법을 가르쳐주지만, 영어는 잘하는데 문법을 가르치는 한글이 너무 어려워 가르치는 방법을 많이 고민하게 된다. 예를 들면, 3인칭 단수, 현재 분사, 수동태... 이미 본능적으로는 대강 알고 있는 개념을 정확히 알려주기 위해 문법을 설명할 때 등장하는 용어들이 너무 어렵다. 그래서 대강의 법칙을 설명해주고, 많은 예시를 게임이나 재미있는 이야기, 활동 등을 활용하여 제공하는, 이른바 연역적인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추상적으로 익혀진 언어를 구체적으로 받아들이는 데 도움이 되길 바라며..
수준별 수업도 재미있지만, 학교 내에서도 3개 국어가 자유롭게 왕래한다. 학교에서 환경미화를 해주시는 중국인 분들께는 "니하오", 나에게 "티쳐 하이"라고 말하는 학생들에게는 나도 "헬로", 다른 선생님들이나 학생들에게는 "안녕하세요."라고 말하며 스스로 '대단한 trilingual 이구만' 하고 미소 짓는다. 또, 재외 한국학교는 초, 중, 고등학교가 한 건물을 쓰기 때문에 또 교내에서 만나는 학생들이 선생님인지, 학생인지 구분 못하는 경우도 많고, 화장도 안 하고 대충 가면 행정실에서 학생으로 오인하는 경우도 가~끔 있다. 초등학교에서만 근무하다 보니 더욱 어른처럼 느껴지는 건가? 꼰대처럼 들리지만 정말 요즘 중고등학생은 나보다 훨씬 화장도 잘하고, 어른 같이 보인다. 뒤처지지 않기 위해 나도 유튜브로 화장법을 배워야 하냐며 동료 선생님들과 웃으며 이곳에서의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