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도서관 런웨이』, 공항 시스템 다운
2024년 7월 19일 전산장애로 공항, 방송사, 은행 등 세계 각국에서 업무가 마비되었다. 공항에서는 전산장애(시스템 다운)가 발생하면 탑승수속과 관련된 일체 업무가 중단된다. 그렇다고 시스템이 복구될 때까지 무작정 기다릴 수는 없다. 왜냐하면 '정시 운항'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출발 시간 기준으로 시스템 복구 시간을 추측하고 시간이 지체될 경우에는 수동 모드로 재빨리 전환해야 한다.
이번처럼 MS발 패닉은 아니어도 공항에서는 전산 장애로 수속이 중단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장시간 전산이 멈출 경우를 대비해서 모의 훈련을 한다. 기종별 좌석 배치(Seat Map) 스티커가 있다. 카운터 직원에게 스티커를 잘라서 나눠주고 빈 탑승권에 붙인다. 빈 수하물표tag에는 편명과 목적지와 좌석번호를 적고 가방에 붙인다. 출국장에서는 탑승권 개수를 세고 기내에 착석한 승객 수와 일치하는지 확인한다. 항공기가 출발하기 위해서는 W/B(Weight & Balance)가 필요하다. 기종에 따라 작성하는 시간은 5분 내외이다. 그다음에는 전속력으로 출국장으로 달려간다.
전산장애는 공항공사 자체 전산이 문제일 수도 있고, 항공사가 사용하는 프로그램이 장애를 일으킬 수도 있다. 프로그램 장애일 경우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타이항공, 캐세이퍼시픽 항공 등이 동일 시스템을 사용하는데 이들 항공사 모두가 수속을 멈춘다. 때때로 현장에서 업무할 때 시스템 응답이 느리거나 불안정한 것 같은 감을 느끼면 옆집 대한항공에 가서 상태를 확인하곤 했다.
윤고은 장편소설 『도서관 런웨이』에서 시스템 다운 상황을 서술한다. 소설 속 장면은 다음과 같다.
"그들은 오후 한 시쯤 공항에 도착해 차를 반납하고 발권 창구로 갔다. 그러나 그들이 헤리팩스를 떠나려고 할 때 모든 것이 멈췄다. 공항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누군가가 모니터를 보며 모든 게 다운 되었다고 말하는 걸 들어야 했고, 정말 그랬다. 발권도 짐 부치기도 모두 전산 시스템을 통하지 않고는 불가능했으니 기다려야 했다. 기다리는 동안 항공사에서는 팀호턴스 커피와 빵을 나눠주었다."
세 시간이 흐른 뒤 모든 비행기가 다시 하나씩 떠올랐고, 안나와 남자는 복도를 사이에 두고 나란히 앉게 되었다. 안나는 자리에 앉자마자 눈을 감았고 반짝 잠이 들었는데, 눈을 뜬 다음에도 아직 비행기가 활주로에 있다는 사실을 알고 황당해 했다. 남자는 토론토 공항에서 연결편을 타지 못하면 어떻게 되는지 승무원에게 묻고 있었다. 승무원은 어떻게든 연결해주니 걱정할 것 없다고 말했지만 그들은 연착 속에서 연결편을 놓쳤고 어떤 시스템에서도 완전히 잊힌 듯했다.
토론토 공항에는 그런 사람이 아주 많았다. 결국 안나와 남자는 토론토 공항의 13번 창구 앞에서 노숙을 하게 됐는데, 그때 공항의 풍경이 꼭 전날 본 디오라마 같았다. 두 사람 중 누구 먼저였는지는 몰라도 한 사람이 말하자 다른 한 사람이 동의했다. 이름도 모르지만 같은 처지인 사람들이 공항 바닥에 눕거나 선 채로, 담요를 가진 자와 그렇지 않은 자로 나눠 어서 손에 쥔 번호가 불리기를, 그래서 상담 창구로 갈 수 있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어떤 사람은 달려가다 넘어진 상태 그대로 코를 골며 자고 있었고, 담요나 피자, 도넛과 같은 항공사의 지원 물품은 너무 조용히 다가왔다가 금세 사라졌다.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검색대 직원이 우아하다고 말했던, 안나의 드레스는 형편없이 구겨져 있었다. 항공사는 날씨 탓을 했지만 하늘이 너무도 고요하게 맑았기 때문에 누구도 믿지 않았다."(15-16면)
소설에서는 전산이 복구될 때까지 세 시간을 기다렸다. 손발이 묶이고 수속이 다시 시작될 때까지 기다리며 항공사에서 제공한 스낵을 제공받았다. 손님은 항공사 직원에게 언제쯤 복구가 되는지 지속적으로 문의했을 것이고, 항공사 직원은 "정확한 시간을 알 수 없고 가능한 한 빨리 복구될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답했을 것이다. 항공사마다 똑같은 내용을 '전산장애systeam down, 복구clear, 가능한 한 빨리 as soon as possilbe, 정확한 시간은 알 수 없는pending' 이라는 '결정된 것 없음'이라는 말을 앵무새처럼 반복했을 것이다.
안나는 공항에서 난리 통을 겪은 터라 이내 잠이 든다. 연결 편을 잊은 채 말이다. 승무원에게 물었더니 '어떻게든 해결해 준다'는 말만 듣는다. 기내에서 승무원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말이다. 현실에서 많이 들었던 말은 이렇다. "도착하면 공항 직원이 해결해 줄 것입니다. 공항 직원에게 안내받으세요. 공항에서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항공사는 날씨 탓을 했지만 하늘이 너무도 고요하게 맑았기 때문에 누구도 믿지 않았다"
비행기는 스케줄이 있다. 가령 <부산/북경/청주/제주/부산>이라고 할 때 청주 날씨가 좋지 않아 북경/청주, 청주/제주 노선이 결항되고 북경/부산만 운항이 될 수 있다. 보이지 않는 장소의 날씨로 인한 항공기 연결 관계로 장시간 지연이나 결항이 될 수 있다. 실제로 북경/청주로 가는 비행기가 부산으로 왔고, 부산에서 청주는 고속버스로 이동했다.
"항공사의 날씨 탓은 맑았기에 누구도 믿지 않았다."라고 요약하는 문장은 몇 번을 읽어도 씁쓸하다는 생각이 든다. 공항 직원은 늘 소원한다. "예약이 만석이라도 좋다! 제발 정시 운항이 되길!" 항공기가 정상 운행할 수 없는 이유에 어떤 거짓된 날씨 탓은 있을 수 없다. 이 말은 누구라도 믿어줬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