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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하 Dec 19. 2022

아들! 편지쓰자!

“준형아! 너무 쿵쿵거린다 밖에 나가서 하면 안 될까?”


집에서 축구공으로 놀고 있는 아이를 보고 아내가 한 말이었다. 아이는 월드컵 경기가 끝난 후 집에서 틈만 나면 작은 크기의 축구공을 가지고 놀기 시작했다. 처음엔 발로 축구공을 살짝살짝 움직이더니 점점 더 대담해져 벽이나 소파에 공을 차기 시작했다. 벽이나 소파에 튕겨 나온 축구공은 거실 바닥을 퉁퉁 울리기 시작했다. 아내와 나는 아랫집이 신경 쓰이기 시작했다.


“나 축구 잘하고 싶어!”


아이의 마음속에 아랫집을 걱정하는 엄마 아빠의 마음은 없었다. 아이는 오로지 축구를 잘하고 싶을 뿐이었다. 아랫집의 평안과 아이의 소망을 위해 유튜브를 꺼내 들었다. 집에서 할 수 있는 조용한 축구 감각 훈련을 찾았다. 아이가 달려들었다.


“아빠! 뭔데! 뭔데~ 나도 보여줘~~!!!”


처음 보는 축구 감각 훈련에 아이는 흥분했다. 아이는 곧 영상 속 훈련 방법을 보고 따라 하기 시작했다. 공을 발끝으로 움직여 앞으로 보냈다가 다시 발끝으로 잡아서 다시 처음 출발했던 위치로 공을 돌려놓기를 반복했다. 축구공은 아이의 발에 붙어 있는 것처럼 보였다. 한 번, 두 번 공이 발 사이를 오갈수록 아이의 얼굴엔 웃음이 피어났다. 그러나 열 번을 넘기지 못하고 공이 발 사이를 다람쥐처럼 빠져나갔다. 아이 얼굴에 뿔이 하나 붙었다. 빠져나간 공을 다시 잡고 발끝을 움직이는 아이 얼굴이 사뭇 진지해졌다. 아이의 발끝이 아까보다 신중해졌다. 그러나 다시 공이 빠져나갔다. 얼굴에 뿔이 또 하나 붙었다. 다시 바닥이 쿵쿵 울리기 시작했다. 진지해진 아이의 발끝만큼 아래층 집에 미안한 마음이 커졌다.

아이가 본격적으로 뛰기 시작하는 나이가 되자 미안함을 덜어보고자 명절마다 작은 과일 박스에 죄송함을 담아 아랫집에 선물했었다. 아랫집 가족들은 그 사이 3번 정도 바뀌었지만 작은 선물 덕분인지 감사하게도 늘 괜찮다는 말을 건네주었다. 아이를 보니 올해도 그 미안함을 꼭 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에 빠져 있는 사이 어느새 아이의 몸짓은 과격해져 있었다. 안 되겠다 싶어 아이에게 잔소리를 했다.


"준형아! 안 되겠다. 축구공은 이제 그만!!"


아빠 잔소리에 아이는 입을 삐죽이며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안 되겠다. 이번 설날부터는 아이에게 아랫집에 보낼 편지라도 직접 쓰라고 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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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Image Editted by 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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