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 작가님들께도 특별히 글이 더 잘 써지는 장소가 있으신가요?
제겐 교보문고 강남점에 있는 폴바셋이 그랬습니다.
서점에 들어서서 별처럼 많은 책들 사이를 지나며 책 냄새를 맡고 나면, 뭔가 동기 유발이 되어서 그랬던 건지도 모르겠네요. '언젠가 내 책도 이곳 어딘가에 놓일 거야!'라는 희망이 집중력의 원료가 되어주었달까요?
오늘 머리 자르러 강남 온 길에 교보문고 강남점에 들러 보았습니다. 한창 책 원고 집필하던 시절엔 주말마다 뻔질나게 드나들었던 이곳에 오랜만에 와본 것이었죠.
그런데 건물 밖에서 지하1층 매장으로 바로 연결되는 정문에 들어서자 마자 정면으로 보이는 서가에 제 책 ‘처음 부모 육아 멘붕 탈출법’이 딱 놓여 있더군요.
별 기대 없이 들러본 거였는데, 기대 이상으로 좋은 위치에 제 책이 놓여 있어서 정말 기뻤답니다~
그리고 지하 2층의 가정생활 베스트 코너에도 화제의 책 칸에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더군요.
원래는 제 책이 잘 있는지만 보고 가려고 이곳에 들른 거였지만, 기대보다 좋은 위치에 잘 놓여있는 걸 확인한 후에도 전 쉽게 자리를 뜰 수 없었습니다.
하릴없이 폴바셋으로 와서 아이스 라떼 한 잔을 시켜놓은 채, 한동안 멀거니 앉아 있었죠.
솔직히 말해 저는, 책 쓸 때 자주 앉았던 이 자리에서 희망과 열정을 되찾아가고 싶은 겁니다.
하루하루 오르락내리락하는 판매 순위에 신경을 곤두세운 채 안달하는 한심한 모습의 저에겐 이 자리에서 깔끔하게 이별을 고하고 싶어요.
그 대신, 오직 좋은 책 쓰겠다는 일념으로 원고 집필에만 몰두했던 그때의 나를 재소환하여, 제 삶 속으로 데려가고 말거예요.
그리하여 제 삶은 한 단계 더 진보한 희망으로 가득 채워지고, 한층 더 뜨거워진 열정으로 들끓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