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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Aug 22. 2023

영화: 사무라이(侍)

최고 권좌에 있는 아버지를 암살하는 낭인 자객

● 역사적 배경


이전에 이 블로그에서 <여자 성주 나오토라>(おんな城主直虎)라는 일본의 대하드라마를 소개한 바 있다. 일본의 전국시대를 배경으로, 이이(井伊) 가라는 약소 가문의 여자 영주 이이 나오토라(井伊直虎)가 역경을 딛고 후계자로서 조카인 이이 나오마사(井伊直政)를 어엿한 무장으로 키워내는 이야기이다. 이이 나오마사는 도쿠가와 이에야스(德川家康)의 측근이 되어 많은 공을 세우고, 이후 에도 막부가 수립되고 나서는 막부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맡는다. 이후 이이 가는 도구카와 막부에서 큰 권력을 휘두르게 된다.

https://blog.naver.com/weekend_farmer/222174553342


막부 말기, 이이 가의 영주인 이이 나오스케(井伊直弼)는 막부의 대로(大老)로서 절대적인 권력을 휘두른다. 막부의 ‘대로’란 현재와 비교하자면 국무총리 정도 되는 자리이다. 그는 개국파로서, 250년 동안 쇄국정책을 계속해온 전통을 깨고 미일수호조약의 체결에 앞장섰다. 그뿐만 아니라 그는 막강한 권력으로 여러 영주들의 명줄을 잡고 흔들었다. 그의 이러한 태도는 막부를 반대하는 사람들의 타깃이 되었고, 마침내 그는 <사쿠라다 문의 변>(桜田門外の変)으로 암살당한다. 

사쿠라다문 밖 암살사건을 묘사한 그림들

일본에서는 많은 정치인들이 암살로 죽었지만, 아마 <사쿠라다 문의 변>만큼 화려한 암살 사건은 없을 것이다. 1860년 3월 3일 동경에서는 예외적으로 보는 폭설이 내리는 날, 이이 나오스케를 태운 70명의 가마 행렬이 에도성(江戸城, 지금의 황궁)의 사쿠라다문(桜田門) 앞에 이르렀을 때 18명의 사무라이 및 낭인들이 행렬을 습격하여 이이 나오스케를 암살하였다. 이이 나오스케를 죽인 자객들은 그의 수급을 베어 도주하였다. 


● 개요


영화 <사무라이>(侍)는 이이 나오스케 암살을 소재로 한 영화로서, 1965년 일본에서 제작되었다. 이 영화는 마지막에 이이 나오스케의 암살로 끝이 나지만, 초점은 자객 가운데 한 사람인 낭인 신노 츠루치요(新納鶴千代)가 당대 최고권력자의 암살에 가담하면서 겪는 심리적 갈등에 맞춰지고 있다. 그는 나중에 자신이 이이 나오스케의 서자란 사실을 알게 되는데, 결국 아들이 아버지를 암살한 것이었다. 


● 줄거리

 

1860년 2월 대로(大老)인 이이 나오스케(井伊直弼)의 암살을 획책하는 미도(水戸) 번의 낭인 무사들은 매일 사쿠라다문(桜田門) 앞에서 등청하는 이이를 기다리며 결행의 기회를 엿보고 있다. 그러나 이이는 그들의 음모를 알아차린 듯이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낭인 무사들의 두목인호시노 켄모츠(星野監物)는 거사를 일으키려고 모은 낭인들 가운데 누군가가 이이 측과 내통하고 있지 않을까 생각하여 의심스러운 자를 찾아내라고 부하들에게 명령을 내린다. 


거기서 의심이 가는 인물로 떠오른 것이 오슈(尾州)의 낭인이라는 신노 츠루치요(新納鶴千代)와 죠슈(上州) 낭인 쿠리하라 에이노스케(栗原栄之助) 두 사람이었다. 신노는 확실히 정체가 수상한 인물로서, 거처도 출신도 분명치 않고, 매일매일의 생활조차 제대로 이어가기 어려운 낭인이지만 검술 실력 하나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한편 쿠리하라는 죠슈 번에서 공직을 맡았던 사무라이로서, 저택에 살고 있는 처자도 있는 신원이 확실한 인물이었고, 검술 도장에서 사범 일을 할 정도로 무예도 뛰어났다. 

두 사람은 완전히 다른 동기로 이들 암살계획에 참가하였다. 신노의 동기는 멈추려고 해도 멈출 수 없는 것이었다. 그는 실은 고귀한 혈통의 낙윤(落し胤, 서자)이었지만, 이름도 없는 첩의 몸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신분을 밝힐 수가 없고, 친부가 누구인지를 물어볼 수도 없는 상태로 불우하게 살아왔다. 바라는 지위도 명예도 얻을 수 없고, 약혼자와의 혼담도 허락받지 못한 채 에도로 흘러들어와 빈곤하게 살고 있다. 그는 어디 취직할 곳이 없을까 하는 생각밖에 하지 않는 곤궁한 생활을 보내고 있다. 한편 쿠리하라는 아주 유복한 일가의 가장으로서, 칼만 쓰는 것이 아니라 해외의 서적에도 심취한 지식인으로서, 사상적으로 이이의 압정에 반발하여 그를 제거하여야 한다고 생각하고 암살계획에 참여한 것이다. 


조사는 계속되어 쿠리하라의 아내와 이이 측의 가신 가운데 한 사람이 먼 친척관계라는 사실이 드러난다. 이 보고를 들은 칸모츠는 쿠리하라를 배신자로 간주하고 신노에게 그를 베라고 명령한다. 이미 쿠리하라와 절친이 된 신노는 고뇌하지만, 나중에 공을 인정해주지 않겠다는 협박을 받아 괴로운 마음으로 쿠리하라를 베고 만다. 그러나 그 직후 진짜 내통자는 그들 낭인 그룹의 간부인 마스이 호베에(増位惣兵衛)로서, 쿠리하라는 죄가 없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더 이상 낭인 무사의 운명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고 깨달은 신노는 이이 암살의 결의를 더욱 다진다. 그러나 호시노 칸모츠는 신노가 이이 나오스케의 낙윤이라는 정보를 입수하여, 신노를 암살하려고 자객을 보내지만, 신노는 자객을 죽인다. 신노는 자객이 호시노 칸모츠가 보낸 자라는 사실을 모른 채 이이 암살에 나선다. 


그리고 3월 3일 드디어 이이가 탄 가마가 사쿠라문으로부터 나온다. 오시노 간모츠는 신노가 나타나자 경악하지만, 아무렇지도 않은 듯 이이 암살에 나선다. 신노를 포함한 암살단은 이이의 가마 행렬을 습격한다. 그러나 신노는 몰랐다. 자신의 진짜 아버지가 설마 자신이 지금 죽이려고 하는 이이 나오스케란 사실을... 신노는 이이 나오스케 경호에 나선 무사들을 닥치는 대로 베며 이이가 탄 가마에 접근하여 칼을 찔러 넣는다. 신노의 칼에 맞아 이이 나오스케는 죽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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