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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Aug 22. 2023

영화: 우주전쟁(War of World)

지구를 침공한 강력한 외계인, 그러나 허무한 결말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만든 SF 영화는 거의가 재미있다. 그가 감독한 <폴링 스카이>라는 드라마가 수준 이하라 실망한 적도 있지만, 나머지는 대부분 아주 재미있게 감상하였다. 또 배우 톰 크루즈가 출연하는 영화도 아주 좋아한다. 대부분 재미있다. 그런데 이번에 감상한 <우주전쟁>(War of World)은 스티븐 스필버그가 감독하고 톰 크루즈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데, 아주 실망스러운 영화였다. 이 영화는 2005년 미국에서 제작되었다. 


레이 페리어(톰 크루즈 분)는 이혼한 후 남매까지 전 부인에게 보내고 혼자서 쓸쓸하게 살아가고 있다. 그는 항만 노동자로서 삶에 아무런 희망도 없이 매일매일을 방탕하게 살아간다. 어느 주말 아내가 아들 로비와 딸 레이철을 그에게 보낸다. 주말 동안 함께 지내라는 것이 있다. 모처럼 아들과 딸을 만나 모처럼의 행복감에 젖에 있을 때 집 밖에서 갑자기 세찬 번개가 내리친다. 영문을 몰라하던 레이는 밖을 내다보는데, 거기에는 생각도 못한 끔찍한 사건이 발생하고 있었다. 


땅 속에서 세 개의 발을 가진 문어와 같은 모습을 한 거대한 물체가 솟아올라 입에서 광선을 내뿜어 도로와 건물을 파괴하고 사람들을 무지막지하게 죽이고 있는 것이었다. 문어 모습의 괴물 앞에서는 남아나는 것이 없다. 그야말로 아무런 구분도 없이 보이는 모든 것을 파괴하고 죽이고 있는 것이다. 위기를 느낀 레이는 로비와 레이철을 데리고 피신을 한다. 

문어 모습의 괴물은 한 두 마리가 아니다. 세계 각처 곳곳에서 땅속에서 솟아 나와 그 주위를 닥치는 대로 파괴하고 사람들을 살육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 괴물들은 또 사람들을 강제로 잡아 올려 분쇄해버리기도 한다. 레이는 안전한 곳을 찾아 도망을 가지만, 이미 온 세상은 도처에 괴물들로 가득 차 어디가 안전하고 어디가 위험한지 알 수가 없다. 지구에서도 군대가 출동하였다. 군대가 괴물들과 상대하여 싸우지만 도무지 상대가 되지 않는다. 


이 괴물들은 어디서부터 온 것일까? 이 괴물은 지금 외계로부터 날아온 것들이 아니라 외계인들이 이미 오래전에 지구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 수백만 년 전에 지하 깊숙이 숨겨놓았던 병기들이다. 이것들이 이제 잠을 깨서 땅을 뚫고 나와 지구인들을 공격하고 있는 것이다. 


레이가 로비와 레이철을 데리고 안전한 곳을 찾아 도망 다니지만 이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아들이나 딸 모두 아빠의 말을 안 들어도 지독히도 안 듣는다. 로비는 이렇게 도망만 다닐게 아니라 외계 괴물들과 맞서 싸워야 한다고 한다. 그러면서 레이가 아무리 붙잡아도 자기는 괴물들과 싸우겠다고 아빠의 손을 뿌리친다. 결국은 괴물과 싸우겠다고 하면서 어디론가 사라져 버린다. 말을 안 듣는 것은 딸 레이철도 마찬가지다. 레이가 안전한 곳에 숨어서 잠시 기다리라고 그렇게 신신당부를 해도 그 말을 안 듣고 돌아다니다 결국 위기를 맞게 된다. 그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니다. 

결국 이 때문에 레이와 레이철은 괴물들에게 잡힌다. 괴물들은 거대한 그물로 사람들을 가둬 잡은 후 끌어올린다. 괴물 속으로 들어가면 사람들은 갈가리 찢겨버린다. 위기의 순간 레이의 활약으로 이들은 괴물로부터 탈출한다. 레이는 레이철을 데리고 아내가 있는 곳을 찾아간다. 가는 도중 폐허가 된 도시에서 괴물들이 아무런 공격도 받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쓰러져 분해되는 광경을 목격한다. 레이는 이것의 지구 군대의 공격에 의한 것인가 생각하고 근처에 있는 군 장교에게 물어보지만 군 장교도 그렇지 않다고 하면서 괴물들이 쓰러지는 영문을 모르겠다고 한다. 이렇게 지구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던 외계 괴물들은 하루아침에 모두 쓰러져 스스로 해체되어 버린다. 알고 보니 이들은 지구 미생물에 대한 면역체계를 전혀 갖지 못하여 미생물에 의해 스스로 쓰러져버린 것이었다. 


레이는 아내의 집을 찾아간다. 그곳에서는 아내가 나와 반갑게 레이와 레이철을 맞아 주는데, 아내의 옆에는 헤어졌던 로비가 환한 웃음을 지으며 서있다. 


참 어이없는 영화이다. 우선 캐릭터부터 살펴보자. 레이의 아들 로비는 아무리 아빠가 말려도 우주괴물들과 싸우겠다고 아빠의 손을 뿌리치고 떠난다. 군대가 최첨단 무기를 사용하여 공격하여도 끄덕도 하지 않는 괴물과 싸우겠다고, 아무런 무기도 없이 맨손으로 무작정 아빠 곁을 떠난 것이다. 그런 전의에 불타던 용감한 로비가 그동안 무엇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레이보다 먼저 엄마의 집에 와서 아빠와 동생을 기다리고 있다. 이게 말이 되는 소린지 모르겠다.

우주 괴물들은 이미 수백만 년 전에 외계인들이 지구 정복을 위해 땅속에 숨겨놓은 것들이라 하였다. 아시다시피 수백만 년 전 지구에는 도구를 사용할 줄 아는 지능을 가진 생물이 존재하지 않았다. 가장 똑똑한 동물이라 해봐야 유인원 정도였다. 지구를 정복하려면 그때 하는 것이 훨씬 쉬웠을 텐데 왜 인간의 전투능력이 크게 향상된 지금에 와서야 지구를 정복하겠다고 나선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 때라면 별다른 무기 없이도 쉽게 지구를 정복했을 거다. 


또 지구의 미생물 때문에 외계인이 저절로 죽는다는 것도 이해가 안 된다. 우리가 외계든 어디든 사람을 보낼 때는 그곳에 어떤 위험이 있는지 상세히 조사하는 것은 필수적이며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우주 괴물은 수백만 년 전에 외계인이 지구에 숨겨놓은 것이라 한다면 이미 그 당시 외계인은 지금의 인류에 비해 훨씬 높은 기술과 문명을 가지고 있었을 것이다. 그런 외계인이 수백만 년 동안 지구에 어떤 위험이 있는지 전혀 조사하지 않아 미생물에 의해 스스로 죽게 되었다는 설정 자체가 말이 안 된다. 외계인들은 그 수백만 년 동안 대체 뭘 하고 있었나. 


이 영화의 스토리는 간략히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인류가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강력한 적이 어느 날 갑자기 출현하여 지구를 멸망의 위협에 빠트리다가 저절로 죽어버렸다이다. 도대체 이게 무슨 스토리라 할 수 있나. 


여하튼 이번 영화는 실망을 금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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