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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Dec 23. 2023

영화: 벤허(Ben-Hur)

옛 친구 사이인 유다 벤허와 메살라의 숙명의 대결

■ 개요


영화 역사에 길이 남는 명화를 꼽으라면 <벤허>(Ben-Hur)를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이 영화는 루 월리스의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인데, 1907년, 1925년에 이어 세 번째 작품이다. 이 영화는 아카데미상에서 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 남우조연상 등 11개 상을 수상하여 그때까지의 영화가운데 기록을 세웠다. 이 기록은 <타이타닉>(1997년), <반지의 제왕: 왕의 귀환>과 함께 지금도 아카데미상 사상최다 수상기록을 가지고 있다. 이 영화는 흥행에도 대성공을 거두었다. 당시로서는 기록적인 1,500만 달러라는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었으나 흥행의 대성공에 힘입어 파산 일보직전에 있던 MGM사는 단숨에 재기할 수 있었다.  


로마제국 시대에 유대에서 태어난 청년 벤허는 친구인 메살라에 의해 집안이 풍비박산이 났으나 수많은 고난을 겪은 끝에 다시 가족과 사랑을 되찾는다. 이 영화에서 빠질 수 없는 내용이 벤허와 예수 그리스도의 관계다. 소설 <벤허>의 원작에는 “그리스도의 이야기”라는 부제가 붙어있다. 그런 만큼 이 영화에서는 예수의 고행과 부활이 벤허의 삶과 연결되어 있다. 이런 점에서는 이 영화는 종교영화라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나는 이 영화를 초등학교 때 처음 보았다. 그리고 이후 크리스마스 때가 되면 TV를 통해 종종 감상할 수 있었는데, 전편에 걸쳐 몰입하여 감상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전에 이 영화를 볼 때는 벤허가 겪는 고통, 특히 어머니와 누이동생의 고통을 보면서 마음이 편치 않아 그다지 재미를 못 느꼈지만, 이번에 다시 처음부터 감상하면서 영화에 빠져들었다. 역시 명화이며 대작이다. 


■ 줄거리


때는 서기 26년, 로마제국 2대 황제인 티베리우스 치하의 유대 땅. 예루살림의 최고 명문가의 가장인 청년 유다 벤허(찰턴 헤스턴 분)는 어머니 미리암과 여동생 틸자와 함께 대저택에서 살고 있었다. 노예인 시모니데스는 벤허의 집을 잘 관리하는 것은 물론 사업도 책임지고 이끌고 있었다. 유다 벤허는 그런 시모니데스를 친구처럼 생각하고 있었다. 시모니데스의 딸 에스더는 결혼을 앞두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잠깐 “유다 벤허”의 성은 무엇이고 이름은 무엇일까? 성은 허(Hur)이며 벤은 아들이라는 뜻이다. 그러니까 주인공 이름 “유다 벤허”는 “허 씨 가문의 아들 유다”라는 뜻이다. 우리나라의 성씨 허 씨(許氏)도 보통 영어로 성을 표기할 때 “Hur”라고 쓰는 경우가 많으므로, 벤허와 종씨라 주장할 수도 있을 것이다. 


어느 날 벤허의 어릴 적 친한 친구인 로마인 메살라가 유대 지역의 군 사령관이 되어 예루살렘으로 부임해 온다. 벤허의 누이동생인 틸자는 속으로는 메셀라를 연모하고 있다. 벤허는 메셀라를 집으로 초대하여 대접하고 좋은 선물까지 준다. 이 자리에서 메셀라는 벤허에게 로마에 저항하는 유대인을 밀고해 달라고 요구한다. 벤허는 이 요구를 단호히 거절하고, 유대인은 자유를 찾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일로 인하여 모처럼 만난 옛 친구 벤허와 메셀라 사이는 금이 간다. 

유대에 새로운 총독 발레리우스 그라투스가 부임하여 퍼레이드를 벌인다. 행렬이 벤허의 집 앞을 지나갈 때 높은 곳에서 이를 내려다보던 틸자가 실수로 지붕의 기왓장을 떨어트린다. 말이 놀라 날뛰는 바람에 총독이 말에서 떨어져 정신을 잃는데, 이 일로 메셀라는 벤허와 그 가족을 총독 살해미수 혐의로 체포한다. 벤허는 이번 일이 고의가 아니며 실수라는 것을 설명하고 선처해 주기를 부탁했지만 메셀라는 이를 거절한다. 메셀라는 벤허에게 이렇게 말한다. 

“나도 이번 일이 실수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다. 그렇지만 예루살렘의 최고 명문가이자 나의 친구이기도 한 사람까지도 가차 없이 처벌한다는 것을 유대인에게 보여줌으로써 반항의 싹을 잘라버리려는 것이다.”


결국 메셀라는 자신의 입지를 강화하기 위하여 친한 친구였던 벤허의 집안을 완전히 풍비박산 내버렸던 것이다. 아마 모든 면에서 자신보다 뛰어난 벤허에 대한 질투심이 컸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벤허는 갈리선의 노 젓는 노예로 끌려가며, 어머니와 여동생은 지하감옥에 갇히게 된다. 갈리선이란 그리스 시대부터 내려온 전함(戰艦)으로서 수많은 노예들의 노를 동력으로 움직이는 배다. 노꾼으로 끌려가는 도중에 벤허는 경비병들로부터 다른 사람들에 비해 더 혹독한 대우를 받는다. 물을 마시지 못해 중간에 쓰러졌을 때 어떤 청년이 나타나 그에게 마실 물을 준다. 경비병들이 이를 제지하려고 하다가 그 사람의 위엄에 눌려 그냥 뒤로 물러선다. 그는 바로 예수 그리스도였다. 

벤허의 노꾼 생활이 시작되었다. 3년이 지났다. 갈리선의 노꾼은 일이 너무 힘들어 1년을 버티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그렇지만 벤허는 마음속의 복수심과 어머니와 여동생을 생각하는 마음으로 3년을 버텨온 것이었다. 로마와 마케도니아 사이에 해전이 벌어졌다. 벤허는 로마 해군 사령관인 아리우스가 탄 사령선의 배를 젓는다. 아리우스는 싸움이 시작되기 전에 배를 점검하는 자리에서 벤허가 범상치 않은 사람임을 알아보고, 노예들은 모두 쇠사슬에 다리를 묶고 노를 젓는데 벤허에게만은 쇠사슬을 풀어주라고 한다. 전투가 시작되었다. 사령선이 적의 공격을 받아 침몰한다. 벤허는 탈출하여 판자에 몸을 싣고 표류하던 중 사령관인 아리우스를 건져준다. 아리우스가 패전을 자축하며 자살하려 하지만 벤허는 이를 말린다. 그런데 얼마 후 로마 함대가 그들을 구출해 준다. 알고 보니 이 전투는 로마군이 승리하였다고 한다. 


아리우스는 전쟁에 승리한 장군으로서 로마에 개선한다. 그는 자신을 구해준 벤허를 아끼며 그를 양아들로 삼는다. 아리우스에게는 가족이 없다. 벤허는 아리우스의 모든 것을 물려받을 수 있다. 이렇게 로마에서 안락한 생활을 하면서도 벤허의 마음은 어머니와 여동생에 대한 생각으로 편치 않다. 결국 벤허는 아리우스에게 예루살렘으로 돌아가야겠다고 말을 꺼내며, 아리우스느 아쉬워하면서도 그를 보내준다. 


예루살렘으로 가던 중 벤허는 아랍 족장인 일데림을 만나고, 그가 아끼는 말들을 구경한다. 일데림은 예루살렘에서 열리는 전차 경기에 참가하기 위하여 예루살렘으로 가는 중이었다. 그는 벤허의 전차 경기 실력을 알아보고 자신의 전차를 타고 경주에 참가해 달라고 부탁한다. 벤허는 이미 로마에서 뛰어난 전차경기 선수로서 이름을 날렸다. 그러나 벤허는 이 제안을 거절한다. 

벤허는 폐허가 되다시피 한 자신의 집으로 돌아왔다. 시모니데스는 메살라에게 심한 고문을 당하여 몸을 제대로 가눌 수 없는 상태가 되었고, 에스더는 결혼도 취소하고 그런 아버지를 돌보고 있다. 에스더는 이전부터 마음속으로 벤허를 사랑하고 있었고, 벤허도 그런 그녀에게 마음이 끌린다. 


1-2년도 버티기 힘든 지하 감옥에서 벤허의 어머니 미리암과 여동생 틸자는 5년이 지난 지금에도 살아있다. 메살라의 명으로 미리암과 틸자의 방을 열어본 간수들은 그녀들이 문둥병에 걸렸다는 것을 알았다. 깜짝 놀란 이들은 전염을 두려워하여 미리암과 틸자를 석방하여 도시 외곽에 있는 문둥병 환자 촌으로 보낸다. 에스더를 만난 미리암은 벤허에게 이 사실을 절대 알리지 말라고 신신당부하지만 벤허는 결국 이 사실을 알게 되어 메셀라에 대한 증오의 불길은 더욱 커져간다. 


벤허는 메셀라가 전차 경주에 참가한다는 것을 알고 자신도 참가하기로 한다. 이 경기를 통해 메셀라의 모든 것을 빼앗을 생각이다. 일데림은 모세의 이런 생각을 알고, 메셀라를 찾아가 전차 경주에 거액의 돈을 걸도록 유도한다. 

드디어 경주가 시작되었다. 이 경주는 넓은 경기장을 9바퀴 돌아 먼저 골인하는 전차가 우승하는 방식이다. 알데림은 경기 시작 직전에 모세에게 와서 메셀라가 타고 있는 것은 그리스식 전차라면서 조심하라고 알려준다. 그리스식 전차란 바퀴 축에 칼날이 달린 전차로서 다른 전차가 잘못 접근하다가는 칼날에 바퀴가 부서져 버린다. 9대의 전차가 스타트를 하였다. 몇 대의 전차가 메셀라의 전차에 접근하다가 칼날에 바퀴가 부서져 전복되어 버린다. 마치 요즘의 F1 경기를 보는 것 같다. 여러 대의  전차가 메셀라에 의해 전복되거나 파괴되어 이제 몇 대가 남지 않았다. 


경기도 이제 종반전에 접어들었다. 벤허는 메셀라의 뒤를 따라가다가 결승점이 얼마 남지 않은 때부터 메셀라를 추월하기 위해 속도를 높인다. 메셀라는 자신을 앞지르려는 벤허를 향해 채찍을 날린다. 벤허는 메셀라의 채찍을 막으면서 메셀라의 전차를 추월한다. 그러자 이를 제지하려던 메셀라가 서두르면서, 그의 칼날 바퀴가 부러지면서 마차는 전복해 버린다. 메셀라는 중상을 입었다. 메셀라를 추월한 벤허는 그대로 일착으로 결승점에 골인한다. 메셀라는 죽어가면서 벤허에게 그의 어머니와 여동생이 도시 외곽의 문둥병자 촌에 있다고 알려준다. 


벤허는 에스더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문둥병자 촌으로 가 아머니와 여동생을 만난다. 벤허는 어머니와 여동생을 이렇게 만든 로마에 대해 증오의 마음을 내비치지만 에스더는 이를 만류한다. 이때 예수가 로마군에 의해 체포된다. 예수는 재판에서 십자가형 선고를 받는다. 예수가 처형되는 날, 십자가를 지고 처형장으로 올라가는 길에는 수많은 인파들이 몰려들었다. 그중에는 예수의 죽음을 슬퍼하는 사람도 있었고, 예수를 향해 증오의 말을 퍼부으며 돌을 던지는 사람도 있었다. 끌려가다 지친 예수가 십자가를 매고 쓰러지자 벤허는 그에게 물을 건넨다. 그때 벤허는 옛날 자신이 갈리선으로 끌려갈 때 자신에게 물을 준 사람이 바로 예수였다는 것을 알게 된다. 

예수는 십자가에 매달려 죽었다. 예수의 죽음과 함께 천둥 번개가 치며 비가 쏟아진다. 그러던 중 미리암과 틸자의 병이 씻은 듯이 사라지는 기적이 일어난다. 


■ 약간의 감상


역시 대작이다. 몇 번이나 다시 감상해도 재미있는 영화이다. 특히 대형 경기장에서 벌어지는 전차 경주장면은 아마 세계 영화사에 있어서 손꼽히는 명장면이다. 정말 웅장하다. 그 웅장한 전차 경기장을 보노라면 로마의 콜로세움조차 초라하게 보인다. 그런데 문득 떠오르는 한 가지 의문. 이 시대는 로마에도 콜로세움이 건설되기 전이었다. 이 시대로부터 50년 이상이 지나 비로소 로마에 콜로세움이 세워지게 된다. 변방의 도시에 불과한 예루살렘에 이 시대에 이렇게 거대하고 화려한 전차 경기장이 있었다는 것은 믿기 어렵다. 소설이기 때문에 가능하다 할 것이다. 


이 영화에서 예수는 로마군에 의해 십자가 형을 받고 처형당하는 것으로 나온다. 즉 로마의 관리는 예수를 처형한 “악”(惡)이다. 이 내용도 이론(異論)의 여지가 있다. 예수가 로마의 재판에 의해 사형선고를 받은 것은 맞지만, 그를 사형에 이르도록 한 것은 유대인들이었다. 재판관은 예수가 처형당할 정도의 죄를 짓지는 않았다고 하여 그를 처형시킬 마음은 없었으나, 유대교의 지도자들이 예수를 처형하도록 강요하여, 어쩔 수 없이 사형선고를 내린 것으로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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