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정부를 전복시키려는 러시아 마피아에 맞서 싸우는 괴도(怪盜)
괴도(怪盜)를 주인공으로 하는 영화는 언제 봐도 재미있다. 영화 <세인트>(The Saint)는 변장술에 뛰어난 괴도가 우연히 러시아 정부 전복 음모에 휘말려들지만, 사랑하는 여성 과학자와 힘을 합쳐 정부 전복을 꾀하는 악당을 물리친다는 이야기이다. 이 영화는 1997년 미국에서 제작되었다. 이 영화는 같은 제목의 TV 드라마를 리메이크 한 작품이다.
홍콩의 어느 교회가 운영하는 고아원에서 자란 소년 로시는 엄격한 신부에게 항상 반항적인 모습을 보였다. 손재주가 좋은 로시를 보고, 주위 사람들은 그를 “마술사 사이먼”이라 불렀지만, 로시는 스스로를 “기사 사이먼 템플러”라 부른다. 어느 날 로시는 좋아하는 소녀를 만나기 위해 여자 기숙사에 숨어 들어가지만 그만 들켜버려 일대 소동이 벌어지며, 소녀는 창문에서 추락하여 사망해버리고 만다.
세월이 흘러 멋진 청년으로 성장한 사이먼이 모스크바에 나타났다. 사이먼은 자신이 녹음한 이바노비치란 인물의 테이프를 들으면서 그의 행세를 하고 있다. 트레티악 가스회사의 사장 이반은 단상에 올라가 정치가와 군인들을 앞에 두고 러시아의 현 정권을 비판하는 과격한 연설을 시작한다. 이바노비치의 경호를 담당하고 있는 그의 아들 일리어는 지루한 듯 자리를 뜬다. 일리어는 계단 중간에서 마리화나를 피우려다가 누군가가 침입한 흔적을 발견한다.
사이먼은 건물의 보안 시스템을 뚫고 뒤쪽으로부터 침입하여 금고를 열고 마이크로칩을 훔쳤다. 이때 일리어가 그곳으로 뛰어든다. 사이먼은 일리어에게 못 본 체 해주면 50만 달러를 주겠다고 제안하지만, 일리어는 그의 말을 무시하고 총을 겨눈다. 어쩔 수 없이 사이먼은 돌려주겠다며 칩을 던진다. 일리어가 그것을 주으려고 허리를 구부리자, 그 틈을 노려 사이먼이 일리어에게 공격을 가한다. 둘 사이에 난투극이 벌어지고, 싸우는 도중 사이먼은 빌딩 창문에서 뛰어내려 도망치는 데 성공한다.
고아원을 떠난 사이먼은 국제적으로 수배될 만큼 큰 도둑이 되었다. 그를 체포하기 위하여 남녀 2인조로 구성된 수사팀이 그를 쫓지만, 사이먼은 항상 그들을 따돌린다. 사이먼은 의뢰주에게 칩을 건네주고 성공보수를 받는다. 사이먼은 사건 중개인에게 자신은 5천만 달러를 저축한다면 이 일을 그만두겠다고 말한다.
사이먼은 사건 중개인으로부터 거액의 선금을 약속하는 거래를 제안받는다. 의뢰인은 트레티악 부자였다. 사이먼은 변장을 하고 트레티악 부자를 만나는데, 일리어는 단번에 사이먼의 정체를 눈치챈다. 트레티악 부자는 영국 과학자가 완성한 저온 핵융합 공식을 홈쳐달라고 제안해 온다. 사이먼이 그 대가로 거액의 성공보수를 요구하자, 프레티악 부자는 이에 순순히 동의한다. 부자는 떠나는 사이먼의 뒷모습을 보면서 죽이기엔 아까운 녀석이라며 중얼거린다.
사이먼은 옥스퍼드 대학에서 연구를 하고 있는 엠마의 강의실에 숨어 들어간다. 심장이 약한 엠마는 심장약을 먹으면서도 물에서 막대한 에너지를 추출하는 이론을 완성하였다. 그렇지만 아직은 이를 현실화시킬 단계는 아니라고 설명한다. 사이먼은 에마의 신변에 대해 조사한다. 그리고 그녀의 방에 몰래 잠입하기도 하는데, 결국 아직까지는 그 저온핵융합 방정식은 엠마의 머릿속에만 들어있을 뿐이라고 판단한다.
사이먼은 엠마의 행동심리를 분석하여, 그녀를 속이기 위해 정열적인 예술가 토머스 모어로 변장하여 그녀에게 접근한다. 두 사람은 급속도로 친하게 되어 예술이나 서로의 관심사에 대해 털어놓는다. 사이먼은 엠마에게 아버지를 닮은 훌륭한 학자라고 칭찬하지만, 엠마는 그런 그가 무엇인가로부터 쫓기고 있다는 인상을 받는다. 그런데 그녀에게는 그것이 도리어 매력으로 비쳤다.
식사 도중 사이먼은 엠마가 핵융합 공식을 메모해 놓은 쪽지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엠마를 사랑하게 된 사이먼은 트레티악에게 약속한 돈보다 더 많은 성공보수를 요구함으로써 계약을 취소하려고 한다. 그렇지만 트레티악은 사이먼이 새로이 제시한 보수를 기꺼이 지불하겠다고 약속하면서, 만약 사이먼이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엠마를 죽이겠다고 협박한다.
사이먼과 엠마는 그녀의 아파트에서 함께 밤을 보낸다. 엠마가 아침에 눈을 뜨자, 사이먼은 보이지 않고 탁자에는 공식이 적인 쪽지 대신에 미안하다는 사이먼의 메모가 남겨져 있을 뿐이었다. 사이먼은 훔친 공식 쪽지를 사진으로 찍어 트레티악에게 전송한다. 트레티악 밑에서 일하는 과학자 봇빈은 그 수식을 보고는 감탄을 금치 못한다. 사이먼은 임무를 완수했으니 약속한 돈을 지불하라고 요구하지만, 트레티악은 수식이 아직 불완전하다며 돈을 주지 않으려 한다. 사이먼과 트레티악 이렇게 전화로 언쟁을 벌이는 사이에, 일리어는 사이먼의 전화를 역추적하여 그가 있는 곳으로 출발한다. 사이먼은 트레티악 부자의 흉계를 눈치채고 아슬아슬하게 그 자리를 벗어난다.
엠마는 사이먼의 뒤를 쫓고 있는 수사관으로부터 사이먼의 정체를 알게 된다. 한편 모스크바에서는 이반 트레티악이 호화로운 술집의 VIP 석으로 들어가는데, 그곳에는 자신과 똑같은 얼굴을 한 또 한 사람의 이반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변장한 사이먼이었다. 사이먼은 이반을 협박하여 자신의 통장에 약속한 돈을 송금하도록 하고는 그 자리를 떠난다.
사이먼이 호텔로 돌아오자 엠마도 그곳으로 왔다. 엠마는 만약 사이먼이 수식을 원한다고 말했더라면 자신은 기꺼이 그 수식을 주었을 것이라고 말하면서 자신을 속였다고 화를 낸다. 사이먼이 방정식이 불완전하다는 트레티악의 말을 엠마에게 전해주자, 엠마는 그런 말을 한 녀석이 누구인지 당장 데려오라며 화를 낸다. 이때 경찰이 나타나 말다툼을 벌이고 있는 두 사람을 체포한다. 그렇지만 사이먼과 엠마는 호송 도중에 탈출하며, 엠마는 자신의 방정식이 제대로 정리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사이먼은 트레티악 부자와 경찰 수사관들로부터 쫓기면서 무엇보다 엠마를 안전한 곳으로 대피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모스크바에서 가장 안전한 곳은 미국 대사관이다. 사이먼은 엠마를 미국 대사관으로 들여보내기 위해 하수도를 통하여 미국 대사관 방향으로 간다. 미국 대사관 앞 광장에서는 심각한 연료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모스크바 시민들의 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그런데 이미 사이먼의 계략을 눈치챈 일리어가 부하들을 데리고 와서 그곳에 진을 치고 있었다. 사이먼은 스스로 소란을 피워 자신이 미끼가 되는 사이에 엠마를 대사관 안으로 들여보낸다. 그런 후 사이먼은 일리어와 대결을 벌여 그에게 심한 화상을 입힌다.
이반은 엠마의 수식이 불완전하다는 것을 알고, 이렇게 된 바에야 불완전한 수식을 이용하여 대통령을 하야시키려는 계획을 꾸민다. 이반은 막대한 돈을 받고 대통령에게 엠마의 수식을 팔아넘긴다. 그러고 나서는 대통령이 불완전한 저온 핵융합 수식을 구입하는데 막대한 예산을 낭비하였다고 비난하면서 그를 하야시키려고 한다. 이반은 대통령을 체포하고는 군중들 앞에 나서서 대통령의 국고 낭비를 규탄하며, 그를 처단하여야 한다고 선동한다. 그러면서 대통령이 막대한 돈을 주고 구입한 저온 행융합 장치가 얼마나 엉터리인지 실제로 보여주겠다고 한다. 한편 이즈음 자신의 수식의 불완전함을 깨달은 엠마는 수식을 다시 수정하여 사이먼에게 넘겨준다.
모스크바 광장에서는 이반 트레티악이 대통령의 예산낭비를 증명하기 위한 중계방송이 진행되고 있다. 그는 엠마의 수식에 따라 만든 핵융합로를 가동하려 하고 있고, 모스크바 시민들은 숨을 죽이고 그 광경을 바라보고 있다. 핵융합로는 제대로 가동되지 않아야 한다. 이반이 핵융합로 가동 보튼을 누르자 놀랍게도 모스크바 광장은 핵융합로에서 만들어낸 전기로 일순 대낮같이 밝아진다. 핵융합로가 제대로 작동된 것이었다. 일순 상황은 바뀌어 대통령은 러시아의 에너지 위기를 구한 영웅으로 평가를 받게 되었다. 수많은 시민들은 대통령의 이름을 외치며, 환호한다. 러시아 군은 즉시 트레티악 부자를 체포한다.
모든 사건은 무사히 해결되었다. 엠마는 사이먼이 보낸 지도를 따라 어느 저택으로 가니 그곳에는 사이먼이 기다리고 있었다. 다음날 아침 사이먼이 눈을 뜨니 그녀가 보이지 않았다. 몇 시간 후 엠마가 강의를 하고 있는 강의실에는 변장을 한 사이먼이 찾아와 수사관 옆 자리에 앉아서 강의를 듣는다. 그리고 사이먼이 자랐던 고아원에는 트레티악의 계좌로부터 거액의 기부금이 들어온다. 엠마의 핵융합 이론은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고 출판되어 널리 확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