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의 게임이론을 창안한 존 내쉬 박사의 반생
영화 <뷰티풀 마인드(A Beautiful Mind)는 미국의 수학자로서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존 내쉬의 일생을 그린 전기 영화이다. 존 내쉬는 천재적인 수학자이면서도 정신분열증을 앓고 있었다. 이 영화에서는 존 내쉬가 정신분열증을 앓으면서도 꿋꿋이 자신의 길을 걸어 나가는 인간승리의 감동을 보여준다. 이 영화는 제74회 아카데미상에서 작품상, 감독상, 여우조연상, 감독상 등을 수상하였으며, 제59회 골든글러브 상에도 작품상을 비롯하여 여러 부문에서 수상하였다.
요즘은 내가 은퇴를 하여 최근의 경제학 동향에 대해 잘 모르지만, 1980년대부터 약 30년간은 ‘게임이론’이 경제학을 휩쓸었다. 특히 미시경제학 분야 가운데 과점이론에서는 게임이론을 모르고는 도저히 논문을 쓸 수 없는 그러한 시대였다. 이 게임이론을 창안한 사람이 바로 수학자인 존 내쉬이다.
존 내쉬는 수학자로서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하였다. 이 말을 듣는 사람은 고개를 갸웃할 것이다. 수학자가 어떻게 경제학상을 받나? 그것도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다는 노벨 경제학상을.. 게임이론이란 경제학에서 의사결정자(예를 들면 기업, 소비자 등)들이 상대방의 선택을 고려하면서 자신의 전략을 세워나가면서 균형점을 찾는 전략이다. 이렇게 하여 이루어지는 균형점을 존 내쉬의 이름을 따 “내쉬 균형”이라고 한다.
수학자가 경제학 분야에서 뛰어난 족적을 남긴 경우가 적지 않다. 대부분의 경제이론은 수학으로 설명이 가능한데, 이 때문에 수학적 재능이 뛰어난 수학자들이 새로운 경제학적 발견을 하는 경우가 종종 발견된다. 수학자 램제이(Ramsey)도 오래전 공공요금 결정에 있어서 새로운 균형가격을 찾아내는 “램제이 프라이스”(Ramsey Price) 이론을 정립한 바 있다.
1947년 존 내쉬(러셀 크로우 분)는 프린스턴 대학교 수학과에 입학하였다. 내쉬는 천재적인 수학적 소질을 가지고 태어났으나, 사회생활에는 서툴다. 그렇지만 성격이 쾌활한 룸메이트인 찰스와는 아주 친하게 지낸다. 그는 찰스에게 입버릇처럼 세상의 모든 현상을 설명할 수 있는 이론을 발견하고 싶다고 말한다. 다른 사람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내쉬는 혼자서 연구에 몰두하여 이미 학생시절에 “게임 이론”에 대한 논문을 써 교수를 놀라게 한다.
내쉬는 학생시절의 눈부신 연구성과를 바탕으로 수학자들이라면 누구나 들어가기를 원하는 MIT의 윌러 연구소에 채용된다. 내쉬는 학계에서 크게 유명해졌고, 잡지의 표지에도 그의 사진이 실렸다. 그는 자신의 제자로서 도발적으로 자신의 연구에 도전해 오는 알리시아와 결혼을 한다. 결혼을 하고 염원하던 연구소에 다니면서 꿈같은 생활을 보내던 내쉬에게 어느 날 미 국방성 관계자가 찾아온다. 그들은 내쉬에게 소련의 암호를 해독해 달라는 부탁을 해온다.
내쉬가 승낙하자, 국방부 요원인 퍼처는 내쉬를 비밀 기지로 데려가 전문 암호해독가로 영입하고 싶다고 한다. 나치 독일이 개발한 휴대용 원자폭탄이 소련의 손에 들어가 미국을 공격하는데 이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내쉬에게 주어진 임무는 소련 스파이들이 잡지와 신문을 통해 전달하는 메시지를 찾아 암호를 해독하고, 폭탄의 소재지를 찾아내는 것이었다.
내쉬는 새로운 일에 정신없이 몰입하였다. 그는 수학자로서 자신의 할 일을 잊고, 소련의 암호를 해독하는데 전념하였다. 그는 때로는 퍼처와 함께 소련 스파이들에게 쫓겨 자동차 추격전과 총격전을 경험하기도 하였다. 어느 날 내쉬가 많은 학생들 앞에서 강의를 하고 있는데, 몇 사람의 남자가 나타나 다짜고짜 그를 데려가겠다고 한다. 그들은 내쉬가 정신병에 걸렸다고 하면서, 강제로 정신병원에 입원시키려 한다. 내쉬는 이것이 즉각 소련의 음모란 것을 깨닫고 필사적으로 피하지만, 결국 체포되어 정신병원으로 끌려간다.
병원으로 내쉬를 끌고 간 그들은 내쉬가 정신분열증이라면서 억지로 그를 감금한다. 그들은 놀라서 달려온 아네 알리시아를 설득하여 내쉬를 정신병원에 입원시킨다. 그런데 알리시아도 이미 내쉬에게 뭔가 이상한 점을 발견하고 있었다. 내쉬는 아내의 진심 어린 설득에 병원 입원을 승낙한다. 내쉬가 지금까지 국방부 연구소에서 소련 암호를 해독했다는 일은 모두 내쉬의 망상이었던 것이다. 그뿐 아니라 대학시절 룸메이트로서 철친이었던 찰스도 실은 존재하지 않은 사람이었다.
병세가 나아졌다는 진단을 받고 내쉬는 퇴원한다. 그러나 내쉬는 찰스와의 기억이나 자신이 소련 암호를 해독하는 일을 하였다는 것이 모두 망상이란 사실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는 기억을 더듬어 자신이 일을 했던 국방부 비밀 아지트를 찾아간다. 그곳은 쓰레기만이 휘날리는 버려진 창고였다. 그제야 내쉬는 자신의 정신병과 지금까지 가져왔던 망상을 믿게 된다.
내쉬는 정신분열증 때문에 MIT 연구원직에서 물러났다. 그는 아내와 갓 태어난 아들과 함께 모교인 프린스턴 대학교 근처의 동네로 이사해 왔다. 그는 환각에 시달리면서도 계속 치료를 받으며, 수학적 사색에 몰입한다. 점차 세월이 흐르면서 그의 병은 나아져 다시 강단에 설 수 있게 되었다.
1994년 내쉬는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다. 젊은 시절 그가 창안하였던 게임이론에 대한 업적을 높이 평가받은 것이었다. 그렇지만 내쉬의 정신분열증은 완치된 것이 아니다. 그의 눈앞에는 여전히 망상이 나타난다. 그렇지만 그는 그것이 자신의 병으로 인한 망상에 지나지 않는다며 스스로를 다지면서 학자로의 길을 나아간다.
프린스턴 대학교 교수 사회에서는 뛰어난 연구업적을 남긴 학자에게 교수들이 자신의 만년필을 증정하는 관습이 있다. 어느 날 학교 식당에 혼자 앉아있는 내쉬에게 한 교수가 다가와서는 조용히 만년필을 놓고 간다. 그러나 뒤를 이어 다른 교수들이 만년필을 놓으면서 내쉬에게 존경의 마음을 표시한다.
이 영화는 내쉬가 정신분열증에 시달리고 그것을 극복하는 과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래서 정작 그의 평생의 학문적 성과인 게임이론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이 없다. 학자로서의 내쉬보다는 정신병과 맞서 싸우는 내쉬를 그려나가고 있다.
영화가 진행될수록 내쉬가 어떤 음모에 빠져드는 것으로 묘사된다. 그러나 알고 보니 그것은 모두 정신병으로 인한 내쉬의 망상이었다. 내쉬가 정신병원에 끌려가기 전까지는 관객들에게 내쉬가 겪는 모든 망상이 사실인 것처럼 묘사된다. 그런데 영화 뒤쪽으로 가면 모두 내쉬의 망상이었다. 그런데 앞부분의 어디까지가 현실이었고, 어디까지가 망상이었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굳이 알 필요도 없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