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이 들려주는 과학이야기 Ep 38
쥐라기는 공룡이 지상을 완전히 지배하던 시기였으나, 하늘과 바다, 그리고 지상의 구석진 곳에는 공룡이 아닌 다양한 파충류들이 각자의 영역에서 번성하였다. 하늘에는 익룡이, 바다에는 어룡과 장경룡이, 그리고 육상에서는 악어류 및 거북류와 인룡류가 공룡과 공존하였다.
쥐라기는 익룡이 본격적으로 다양화되며 하늘의 지배자로 자리 잡은 시기이다. 이 시기의 익룡은 꼬리가 길고 원시적인 람포린쿠스류와 꼬리가 짧고 진화된 프테로다크틸루스류로 나뉜다. 이들은 각기 다른 신체 구조를 통해 쥐라기의 하늘을 나누어 지배하였다.
익룡은 척추동물 중 최초로 동력 비행(날갯짓 비행)을 성공시킨 집단이다. 신체적 특징으로는 넷째 손가락이 길게 늘어나 날개막을 지탱하는 구조를 가졌으며, 뼛속이 비어 있어 몸무게가 가벼웠다. 주로 해안가 근처에 서식하며 물고기나 곤충을 사냥하였다. 숲속에 서식했다는 이론도 제기되고 있으나, 대부분의 화석이 해안가에서 발견되었다.
두 그룹은 쥐라기 후기에 공존하였으나, 쥐라기가 끝나면서 긴 꼬리를 가진 람포린쿠스류는 멸종하고 짧은 꼬리의 프테로다크틸루스류가 백악기의 거대 익룡들로 진화하게 되었다.
트라이아스기 후기에 나타나 쥐라기 말까지 번성한 원시적인 익룡 집단이다. 몸길이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긴 꼬리를 가졌으며, 끝에는 방향타 역할을 하는 다이아몬드 모양의 피막이 달려 있었다. 물고기를 낚아채기에 적합한 날카롭고 긴 이빨이 입 밖으로 튀어나와 있는 경우가 많다. 대체로 소형에서 중형 사이이며, 백악기의 거대 익룡들에 비해 몸집이 작다.
• 람포린쿠스(Rhamphorhynchus): 쥐라기 후기를 대표하며, 물고기를 사냥하는 전형적인 수면 비행 익룡이다.
• 디모르포돈(Dimorphodon): 쥐라기 초기에 살았으며, 몸에 비해 거대한 머리와 두 종류의 다른 이빨을 가진 것이 특징이다.
쥐라기 후기에 등장하여 백악기 말까지 생존한, 보다 진화된 익룡 집단이다. 거추장스러운 긴 꼬리가 거의 사라져 비행 시 기동성이 향상되었다. 목이 길어지고 앞발허리뼈(중수골)가 길게 진화하여 지상에서 사족 보행을 하기에 더 적합한 구조가 되었다. 머리 위에 뼈나 연조직으로 된 볏이 발달하기 시작한 종들이 많다.
• 프테로다크틸루스(Pterodactylus): 최초로 발견된 익룡 화석으로, 쥐라기 후기 유럽 지역에서 번성하였다.
• 나이토사우루스(Nyctosaurus): 쥐라기 후기에 등장한 초기 프테로다크틸루스류 중 하나로, 정교한 비행 능력을 갖추었다.
쥐라기는 해양 파충류들이 바다 생태계의 정점에 서서 번성했던 시기이다. 이 시기 바다의 주인공이었던 어룡(Ichthyosaurs)과 장경룡(Plesiosaurs)은 각기 다른 진화적 전략으로 바다에 적응하였다.
어룡(Ichthyosauria)은 '물고기 도마뱀'이라는 뜻을 가진 해양 파충류 집단이다. 이들은 트라이아스기 초기에 등장하여 쥐라기에 전성기를 맞이하였으며, 파충류임에도 불구하고 오늘날의 돌고래나 물고기와 매우 흡사한 외형으로 진화한 수렴 진화의 대표적인 사례이다.
어룡은 육지 파충류의 조상으로부터 갈라져 나와 바다 생활에 완벽하게 적응하였다. 이들은 물의 저항을 최소화하기 위해 몸이 매끄러운 방추형으로 진화하였다. 네 다리는 헤엄치기에 적합한 노 모양의 지느러미로 변하였으며, 등지느러미와 수직 형태의 꼬리지느러미를 가졌다. 어룡은 체구 대비 동물의 역사상 가장 큰 눈을 가진 그룹 중 하나이다. 이는 심해의 어두운 곳이나 탁한 물속에서도 먹잇감을 잘 보기 위함이며, 수압으로부터 눈을 보호하는 뼈 조직인 공막고리(Sclerotic ring)가 발달하였다. 어룡은 알을 낳기 위해 육지로 올라올 수 없었기 때문에, 뱃속에서 알을 부화시켜 새끼를 직접 낳는 태생(Viviparity) 방식을 취하였다.
• 이크티오사우루스 (Ichthyosaurus): 쥐라기 초기를 대표하는 어룡으로 몸길이는 약 2~3m이다. 오늘날의 돌고래와 가장 비슷한 외형과 생태를 가졌다.
• 테모노돈토사우루스 (Temnodontosaurus): 쥐라기 초기에 생존한 거대 어룡으로, 몸길이가 10~12m에 달했다. 지름이 약 25cm에 이르는 동물 역사상 가장 큰 눈을 가졌다. 당시 바다의 최상위 포식자로서 다른 해양 파충류까지 잡아먹었다.
• 스테노프테리기우스 (Stenopterygius): 독일 졸른호펜 등에서 정교한 화석이 많이 발견되는 종이다. 뱃속의 새끼 화석이 발견되어 어룡이 태생이었다는 결정적인 증거를 제공하였다.
• 레프토네크테스 (Leptonectes): 매우 길고 가느다란 주둥이를 가진 것이 특징이다. 오늘날의 황새치처럼 긴 주둥이를 휘둘러 물고기 떼를 공격했을 것으로 보인다.
쥐라기는 장경룡(Plesiosauria)이 본격적으로 진화하여 바다 생태계의 다양한 지위를 차지했던 시기이다. 장경룡은 크게 목이 긴 플레시오사우루스류와 머리가 크고 목이 짧은 플리오사우루스류라는 두 그룹으로 나뉘어 번성하였다.
장경룡은 네 개의 다리가 모두 노 모양의 지느러미로 변하였다. 이들은 오늘날의 바다거북처럼 지느러미를 위아래로 저어 물속을 비행하듯 헤엄쳤다. 긴 목은 물고기 떼를 기습하는 데 유리하였고, 짧은 목과 거대한 머리는 강력한 힘으로 큰 먹잇감을 제압하는 데 최적화되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장경룡 역시 어룡과 마찬가지로 알을 낳지 않고 새끼를 직접 낳는 태생이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플레시오사우루스 (Plesiosaurus): 쥐라기 초기를 대표하는 종이다. 약 3~5m 크기로, 작은 머리와 매우 유연한 목을 가졌다.
• 크립토클리두스 (Cryptoclidus): 약 100여 개의 가늘고 날카로운 이빨이 빗처럼 맞물려 있어 물속의 작은 먹잇감을 걸러 먹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 무라에노사우루스 (Muraenosaurus): 몸길이의 절반 이상이 목일 정도로 극단적으로 긴 목을 가졌으며, 쥐라기 중후기 유럽의 바다에서 주로 발견된다.
리오플레우로돈 (Liopleurodon): 쥐라기 후기 바다의 제왕이다. 머리 길이만 2m에 달하며, 강력한 치악력과 뛰어난 후각을 이용해 사냥하였다.
• 플리오사우루스 (Pliosaurus): 리오플레우로돈과 유사한 거대 포식자로, 쥐라기 말기에 번성하였다. 바다의 티라노사우루스라고 불릴 만큼 압도적인 힘을 가졌다.
• 시모레스테스 (Simolestes): 주둥이가 짧고 넓은 독특한 형태를 가졌으며, 주로 암모나이트나 오징어 같은 두족류를 깨뜨려 먹었던 것으로 보인다.
쥐라기는 오늘날 우리에게 익숙한 악어와 거북의 조상들이 현대적인 형태로 기틀을 잡아가던 중요한 시기이다.
쥐라기는 악어의 조상들인 악어형류(Crocodylomorphs)가 공룡 못지않게 매우 다양하게 분화되었던 시기이다. 쥐라기의 악어는 육지 중심이었던 트라이아스기 조상들과 달리 심해, 해안가, 강, 호수 등 물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적응했다. 당시 육상에서는 대형 수각류들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에, 악어류는 주로 수중 생태계의 포식자 자리를 차지하며 공룡과의 직접적인 경쟁을 피했다.
쥐라기는 거북의 진화 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전환점이다. 트라이아스기의 원시적인 형태에서 벗어나, 현대 거북의 양대 산맥인 잠경아목(Cryptodira)과 측경아목(Pleurodira)이 분화되기 시작한 시기이기 때문이다. 잠경아목과 측경아목은 거북이 목을 등갑 안으로 집어넣는 방식으로 종을 구분하는 방법인데, 잠경아목은 목을 완전히 등갑 안으로 집어넣는 그룹이며, 측경아목은 목을 옆으로 구부려 등갑 가장자리에 붙이는 그룹이다. 현대의 거북은 거의 잠경아목이며, 측경아목은 남반구의 민물에 일부 서식하고 있다.
인룡류(Lepidosauria)는 현대의 도마뱀, 뱀 등의 파충류 그룹이다. 쥐라기는 이들이 현대적인 형태로 진화하며 본격적으로 분화되기 시작한 중요한 시기이다.
인룡류는 몸 전체가 각질화된 비늘로 덮여 있어 수분 손실을 막아주었으며, 성장함에 따라 피부의 겉층을 한꺼번에 벗어내는 능력을 갖추고 있었다. 당시 대형 포식자였던 공룡들과의 경쟁을 피해 주로 곤충이나 작은 무척추동물을 잡아먹는 소형 포식자의 지위를 유지하였다.
• 바바리사우루스 (Bavarisaurus): 쥐라기 후기 지층에서 발견된 원시 도마뱀이다. 소형 수각류 공룡인 콤프소그나투스의 화석 뱃속에서 유해가 발견되어, 당시 먹이사슬의 하부를 담당했음을 알 수 있다.
• 에이카이알로사우루스 (Eichstaettisaurus): 도마뱀붙이(Gecko)와 친척 관계에 있는 초기 인룡류이다. 발가락 구조가 나무나 바위를 타기에 적합하게 발달해 있었다.
• 호모에사우루스 (Homoeosaurus): 오늘날 뉴질랜드의 투아타라와 매우 가까운 친척이다. 쥐라기 당시에는 도마뱀보다 오히려 이 그룹이 더 번성하고 다양했다고 추정된다.
쥐라기의 인룡류는 비록 크기는 작았으나, 훗날 백악기에 등장할 거대한 바다 도마뱀인 모사사우루스나 지상에서 번성할 뱀으로 진화하기 위한 유전적 기틀을 마련했다. 이들은 공룡이 지배하는 거대한 세계의 틈새에서 가장 효율적인 생존 전략을 구사하던 숨은 주인공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