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 브런치를 시작하면서 하루도 빠짐없이 글을 하나씩 올리기로 스스로 약속했다. 이후 약 5년이 흐르는 동안 매일 한 편 이상의 글을 작성하여 브런치에 총 2천 개 이상의 글을 게시하였고, 그 과정에서 스스로와의 약속을 단 한 번도 어기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에 부득이하게 며칠간 글을 올리지 못하였다.
매일 글을 올린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장기 여행을 떠날 때는 미리 글을 예약해 두곤 했다. 이번에도 지난 1월 5일 동남아 여행을 떠나면서 일정을 한 달 정도로 예상하고 한 달 치의 글을 예약해 두었다. 하지만 여행이 당초 계획보다 며칠 더 길어지면서 불가피하게 '매일 한 편씩'이라는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된 것이다.
내일부터 이 브런치에서는 <동남아 횡단여행> 연재를 시작한다. 필자가 지난 한 달여 동안 베트남, 라오스, 태국을 여행하며 기록한 내용이다. 필자는 2022년부터 매년 겨울이면 약 한 달간 동남아 여행을 해왔다. 새로운 세상을 경험하는 즐거움을 누리고, 겨울이면 심해지는 ‘찬 공기 알레르기’를 피하기 위해서이다. 지금까지의 여행에서는 여러 지역을 분주히 다니며 새로운 볼거리와 재미를 추구하였다. 그렇지만 이번 여행에서는 가능한 한 충분히 휴식하는 쪽으로 목적을 변경하였다.
혼자 하는 여행에서 느긋하게 휴식을 즐기다 보니 자연히 여유 시간도 많아졌다. 시간이 남아 지루할 때면 평소 생각하던 바를 글로 옮겼다. 스마트폰으로 글을 쓰는 것이 답답하고 번거롭기도 하지만, 무의미하게 흐르는 시간을 보내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방법이다. 해변에 앉아, 혹은 리조트의 선베드에서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글을 쓰다 보면 시간은 어느덧 저만치 지나가 있다. 이번 여행기에서는 여정의 기록뿐만 아니라 여행지에서 쓴 글들도 함께 소개하고자 한다. 또한 여행기를 연재하는 동안 매주 화요일과 금요일에 올리던 <인공지능이 들려주는 과학 이야기>는 잠시 중단할 예정이다.
겨울마다 동남아를 찾다 보니 이제는 이곳의 도시들을 방문하면 마치 어린 시절 살던 동네에 온 듯한 편안함이 느껴진다. 현지의 환경에 적응하여 여행하다 보니 이젠 불편함도 거의 느끼지 못한다. 그에 비례하여 새로움은 예전만큼 강렬하지 않지만, 대신 잔잔하고 깊은 여행의 묘미를 느낄 수 있는 것이 동남아 여행의 매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