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형적 신체를 가진 인물 한 남자의 내면과 인간으로서의 존엄성
■ 개요
영화 <엘리펀트 맨>(원제: Elephant Man)은 19세기 말 영국 런던에 살았던 심각한 기형을 가진 실존 인물 조셉 메릭의 삶을 그린 작품으로서, 1980년 영국에서 제작되었다. 이 영화는 상업적으로도 성공하여 3개의 영국 아카데미상(최우수 작품상 포함), 8개의 아카데미상 후보, 4개의 골든 글로브상 후보에 오르는 등 여러 상을 받았다. 기형적인 몸으로 태어난 조셉 메릭(영화에서는 ‘존’)이 사람들의 구경거리가 되어 비참한 삶을 살다가 의사의 도움으로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되찾는다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조셉 메릭은 기형적인 외모 때문에 '엘리펀트 맨(Elephant Man)'이라는 별명으로 불렸던 영국의 실존 인물이다. 그는 두 살 때부터 얼굴과 신체 곳곳에 혹 같은 것이 돋아나고, 얼굴 피부가 기형적으로 두꺼워지는 흉측한 모습으로 외모가 변했다. 온몸에 혹이 생겼으며, 오른팔과 양쪽 발이 점점 부어올라 움직이기 불편해지는 증세를 보였다. 머리가 기형적으로 커서 매우 무거웠는데, 이 때문에 제대로 누워서 잘 수 없었고 항상 앉아서 잠을 자야 했다. 누우면 머리 무게 때문에 목이 부러질 위험이 있었다고 한다. 어릴 때 넘어져 엉덩이뼈를 다친 후부터 절름발이가 되었다.
조셉 메릭이 앓았던 병의 정확한 진단명에 대해서는 오랜 기간 연구와 논의가 있었는데, “신경섬유종증”(Neurofibromatosis)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이 병은 신경이 있는 모든 위치에 섬유종이 발생하고, 피부 문제나 뼈의 변형 등을 일으킬 수 있는 질환이다. 그런데 최근에는 그의 병이 “프로테우스 증후군”(Proteus syndrome)이라는 새로운 주장이 제시되었다. 이 증후군은 뼈, 피부, 근육, 지방 조직 등의 과성장을 특징으로 하는 희귀 질환이다. 2001년에는 신경섬유종증과 프로테우스 증후군이 동시에 발생한 것이라는 의견도 제시되었다. 2003년 메릭의 머리카락과 뼈를 이용한 DNA 검사가 진행되었으나, 해골이 수년 동안 여러 번 표백되어 결과가 명확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메릭은 1890년 4월, 27세의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공식적인 사망 원인은 질식사(숨을 쉬지 못하여 죽음)이다. 하지만 그를 보살폈던 런던의 외과의사 프레드릭 트레비스(Frederick Treves)는 메릭이 머리 무게를 가누지 못하여 목이 탈구되어 사망했을 것이라는 소견을 밝혔다. 그는 '다른 사람들처럼' 누워서 자고 싶어 침대에 누웠다가 영영 일어나지 못하게 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 조셉 메릭(Joseph Merrick): '엘리펀트 맨'으로 불린 실제 인물로서, 심각한 신체적 기형을 가지고 태어났으며 이로 인해 서커스의 구경거리로 전락하였다. 비극적인 외모와 달리 섬세하고 지적인 내면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다.
• 프레드릭 트레비스 박사(Dr. Frederick Treves): 앤서니 홉킨스 분. 조셉 메릭을 병원으로 데려와 돌보는 런던 병원의 외과 의사이다. 메릭의 상태에 학문적인 호기심으로 접근하지만, 점차 메릭의 인간적인 면모에 감동하여 진정한 연민과 우정을 느끼게 된다.
• 미세스 켄덜(Mrs. Kendal): 메릭에게 친절을 베푸는 유명 여배우이다. 편견 없이 메릭을 대하는 몇 안 되는 인물 중 한 명으로서, 그녀는 메릭이 존중받아야 할 한 인간임을 사람들에게 알려준다.
• 미스터 바이트(Mr. Bytes): 메릭을 서커스 구경거리로 이용했던 잔인한 쇼 사업가이다. 메릭을 인간적으로 대하지 않고 돈벌이 수단으로만 여긴다. 메릭에게 물리적, 정신적 학대를 가하며 영화 속에서 메릭을 둘러싼 사회의 잔혹성과 편견을 상징하는 인물이다.
• 마더스헤드 부인(Mrs. Mothershead): 런던 병원의 간호사로서 초반에는 메릭의 외모에 두려움을 느끼지만, 메릭의 내면을 알게 된 후 그를 따뜻하게 보살펴주는 인물이다.
런던 병원의 외과의사 프레드릭 트레비스는 서커스단의 기형인 쇼에서 말을 하지 못하는 존 메릭이라는 인물을 발견한다. 그는 온몸이 혹투성이로 마치 코끼리와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돈만 밝히는 잔혹한 인물인 서커스 단장 바이트는 메릭의 어머니가 코끼리의 습격을 받아 반인반수 괴물을 낳게 되었다는 끔찍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트레비스는 중요한 의학적 발견이라 판단하고, 바이트에게 돈을 지불한 후 메릭을 병원으로 데려와 검진을 받게 한다. 트레비스는 사람들이 메릭을 보고 놀라지 않도록 메릭에게 후드를 쓰도록 한다.
트레비스는 메릭을 종합적으로 검진한 후 그의 병에 대해 논문을 써서 학회에서 발표를 한다. 많은 의학자가 메릭의 연구에 관심을 보이면서 메릭은 동료 의학자들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는다. 트레비스는 동료 학자들에게 메릭의 신체적 기형을 발표하면서, 특히 메릭은 기형적인 두개골 때문에 똑바로 누우면 질식할 수 있어 앉아서만 자야 한다는 점을 설명한다.
바이트는 트레비스의 발표 이후 사람들이 메릭에 대해 관심을 갖는 것을 꺼려하여 몰래 병원에서 메릭을 빼내 온 후 구타를 하는 등 심하게 학대한다. 트레비스는 메릭이 사라진 것을 발견하고 바이트를 찾아가 메릭을 다시 병원으로 데려온다. 메릭은 당분간 병원에서 지내게 되었다. 간호사들은 흉측한 메릭의 모습을 보고 그를 두려워하고 피하지만, 수간호사인 마더스헤드 부인만은 그를 따뜻하게 돌본다. 그런 마더스헤드를 보고 다른 간호사들도 점차 마음을 돌린다.
트레비스는 메릭을 지적 장애인이라고 진단한다. 병원장인 카 고름은 트레비스의 진단이 맞다면, 병원은 규칙상 '불치병 환자'를 수용할 수 없으므로 메릭을 병원에서 내보내야 한다고 지적한다. 트레비스는 메릭을 병원에 두기 위하여 그가 지능이 높고, 말도 할 수 있다는 점을 증명하려고 한다. 이를 위해 트레비스는 메릭에게 성경의 시편 일부를 외우도록 연습시킨다. 그런 후 카 고름을 데려와 그의 앞에서 메릭이 시편 일부를 말하도록 한다. 그렇지만 메릭은 너무 긴장한 나머지 고름의 질문에 일관성 있게 대답하지 못하고, 카 고름은 결국 메릭이 지적 장애인이라 확신하고 그 자리를 떠나려 한다.
그 순간 메릭은 시편 23편 전체를 외운다. 그것을 들은 트레비스는 깜짝 놀란다. 메릭이 외운 성경 구절은 자신이 메릭에게 연습을 시킨 내용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메릭은 스스로 성경을 읽고 자신의 마음에 든 구절을 외운 것이었다. 이것으로 메릭은 신체적으로만 기형이며, 정신은 정상이라는 판정을 받고 병원에서 평생 머물 수 있게 되었다.
트레비스는 천천히 메릭의 세계를 넓혀준다. 그는 메릭에게 성 필립 교회의 모형을 만들 재료를 주고, 메릭은 교회 모형을 만들어 낸다. 트레비스는 메릭을 자신의 집에 초대하여 아내 앤을 소개해준다. 앤도 메릭을 따뜻하게 대한다. 메릭은 앤에게 자신이 어머니에게 실망을 안겨드렸을 것이지만, 어머니가 지금의 자신을 보게 된다면 틀림없이 자랑스러워했을 것이라며 감격한다. 그 말을 들은 앤은 눈물을 흘리며, 앤의 친절한 대우에 메릭도 감격의 눈물을 흘린다.
사교계에서도 많은 사람이 메릭에게 관심을 보인다. 유명 여배우인 미세스 켄덜은 그에게 『로미오와 줄리엣』 공연 티켓을 선물한다. 지금까지 한 번도 연극을 관람하지 못했던 메릭은 연극에 매료된다. 미세스 켄덜이 메릭의 뺨에 가볍게 키스를 하자 그는 감격한다. 이때 빅토리아 여왕의 딸인 알렉산드라 공주가 나타나 메릭이 평생 동안 병원에서 지낼 수 있도록 조치해준다. 그렇지만 다른 사교계 손님들은 메릭에게 노골적인 혐오감을 보인다.
병원에서 잡역 일을 하는 짐이 돈을 벌기 위해서 밤중에 사람들에게 돈을 받고 그들을 병원으로 데려와 메릭을 구경거리로 만든다. 바이트가 그들 구경꾼 속에 숨어들어 병원으로 와서 메릭을 납치하여 벨기에의 기형아 쇼로 데려간다. 다음 날 아침 이 사건을 알게 된 트레비스는 짐을 해고하고 메릭을 찾아 나선다.
바이트의 기형아 쇼에서 혹독한 처우를 받던 메릭은 건강이 급격히 악화되어 관객이 보는 앞에서 쓰러지고 만다. 한 관객은 노골적으로 혐오감을 표시하며 바이트에게 침을 뱉는다. 이 모든 것이 메릭 탓이라 생각한 바이트는 메릭을 벌주기 위해 술에 취해 메릭을 원숭이 우리에 가둔다. 메릭에 대한 바이트의 학대를 보다 못한 다른 기형아 쇼 단원들은 메릭을 탈출시켜 영국으로 보낸다.
리버풀 스트리트 역에서 세 소년이 메릭을 따라오면서 괴롭힌다. 메릭은 그들을 피해 도망치다 실수로 소녀와 부딪혀 넘어뜨리게 되고, 그 모습을 본 성난 군중들이 그를 쫓는다. 메릭은 무방비 상태에서 군중들의 폭행을 받으며 "나는 코끼리가 아니야! 나는 동물이 아니라고! 나는 인간이야! 나는 남자다!"라고 외치다가 기절한다. 경찰은 메릭을 병원으로 데려온다.
트레비스와 병원 직원들은 이미 메릭이 죽어가고 있다는 것을 알고, 그의 마지막 남은 날들을 편안하게 해주려고 노력한다. 트레비스는 메릭에게 그가 그동안 겪었던 시련에 대해 사과하지만, 메릭은 트레비스 덕분에 행복했다며 감사의 말을 남긴다. 트레비스는 메릭이 자신에게도 큰 도움이 되었다고 답한다. 알렉산드라 공주는 메릭을 로열 박스로 초대하여 생애 첫 판토마임 공연을 보도록 한다. 미세스 켄덜은 메릭에게 헌정하는 공연을 한다. 트레비스는 메릭에게 모든 사람에게 얼굴을 보여주라고 말하고, 메릭의 모습을 본 관중들은 그에게 기립 박수를 보낸다.
병원으로 돌아온 메릭과 트레비스는 서로 굿나잇 인사를 건네고, 메릭은 교회 모형을 완성한다. 메릭은 늘 똑바로 누워 잠을 자고 싶었다. 그날 저녁 그는 똑바로 누워 잠자리에 든다. 메릭은 죽어가면서 어머니의 환영을 본다. 어머니는 "아무것도 죽지 않는다"라는 시를 읊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