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즈와 동성애에 대한 사회적 편견에 도전한 명작
■ 개요
영화 <필라델피아>(Philadelphia)는 에이즈와 동성애에 대한 차별과 편견을 주제로 하는 법정 드라마로서 1993년 미국에서 제작되었다. 유능한 변호사인 앤드루 베킷(톰 행크스 분)이 자신의 동성애 사실과 에이즈(AIDS) 감염 사실이 드러나 로펌에서 해고되는데, 이는 동성애와 에이즈에 대한 차별에서 비롯된 부당한 해고라는 소송을 제기하여 변호사 조 밀러(덴절 워싱턴 분)의 도움을 받아 법정 다툼을 벌인다.
이 영화는 에이즈와 동성애 혐오를 명시적으로 다루었을 뿐만 아니라, 동성애자들을 긍정적인 시각으로 묘사한 최초의 주류 할리우드 영화 중 하나로 평가되고 있다. 이 영화는 1993년 에이즈 프로젝트를 위한 자선 행사로 로스앤젤레스에서 시사회를 가졌고, 1994년 1월 전국 확대 개봉되었다. 전 세계적으로 2억 670만 달러의 흥행 수익을 올리며 1993년 세계 흥행 수입 9위를 차지하였다.
이 영화는 평론가들로부터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앤드루 베킷 역을 맡은 톰 행크스는 제66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으며, 브루스 스프링스틴의 노래 "Streets of Philadelphia"는 주제가상을 수상하였다.
• 앤드루 베킷(Andrew Beckett): 톰 행크스 분. 영화의 주인공으로, 촉망받는 엘리트 변호사였으나 에이즈 진단을 받고 병을 숨긴 채 일하던 중 로펌으로부터 부당하게 해고당한다. 자신의 권리를 찾기 위해 외로운 싸움을 시작한다.
• 조 밀러(Joe Miller): 덴절 워싱턴 분. 개인 상해 전문 변호사로, 동성애자와 에이즈 환자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있다. 처음에는 앤드루의 변호를 거부하지만, 점차 앤드루의 진실함과 로펌의 부당함에 공감하며 그의 변호를 맡게 된다.
• 찰스 휠러(Charles Wheeler): 앤드루가 일했던 대형 로펌의 대표 변호사이다. 앤드루를 해고하도록 지시한 인물이며, 소송에서 로펌 측을 이끌고 변호를 지휘한다.
• 벨린다 코닌(Belinda Conine): 휠러 로펌 측 변호사로, 앤드루 베킷의 해고가 질병 때문이 아닌 업무상 부주의 때문이라고 주장하며 치열하게 맞선다.
• 미겔 알바레즈(Miguel Alvarez): 앤드루 베킷의 연인으로서, 소송 과정에서 앤드루에게 정서적인 지지와 사랑을 보여준다.
• 사라 베킷(Sarah Beckett): 앤드루 베킷의 어머니로서, 아들의 투병과 소송을 곁에서 지지하고 용기를 북돋워 준다.
앤드루 베킷은 필라델피아의 '와이언트, 휠러, 헬러먼, 테틀로, & 브라운' 로펌의 선임 변호사이다.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앤드루는 장래가 촉망되는 변호사로서, 대표 변호사인 찰스 휠러의 신임을 받고 있다. 어느 날 앤드루는 휠러를 비롯한 이사회에 불려가 새로이 시작되는 중요한 프로젝트의 책임자로 임명되어 들뜬 마음으로 업무에 열중한다.
며칠 후 앤드루는 자신의 얼굴에 흰 반점이 생긴 것을 발견한다. 병원에 찾아가 검사를 하니 에이즈 판정이 나왔다. 그는 로펌에 그 사실을 숨기고 일에 열중한다. 그러던 중 로펌의 파트너 중 한 명인 월터 켄턴이 앤드루의 이마에 생긴 흰 반점을 발견한다. 앤드루는 이 반점이 라켓볼 부상 때문이라고 둘러대지만, 켄턴은 이것이 에이즈 감염을 나타내는 카포시 육종이 아닌가 의심한다.
앤드루는 병을 숨기기 위하여 10일 동안 회사에 출근하지 않고 집에서 서류 작업을 한다. 그는 법원의 서류 접수 마감 전날 자신이 완성한 서류를 사무실에 가져와 부하 직원에게 다음 날 법원에 제출하라고 지시한다. 그런데 다음 날 부하 직원으로부터 서류를 찾을 수 없으며 컴퓨터 하드 드라이브에도 사본이 없다는 전화가 걸려온다. 그의 서류는 결국 다른 장소에서 발견되어 서류 접수 마감을 몇 시간 앞두고 겨우 법원에 제출된다. 다음 날 아침, 앤드루는 임원 회의에 불려가 로펌 파트너들로부터 해고 통보를 받는다.
앤드루는 로펌의 누군가가 자신을 해고할 구실을 만들기 위해 의도적으로 서류를 숨겼으며, 자신의 해고는 에이즈 감염 사실과 동성애 성향 때문이라고 믿는다. 그는 자신의 부당 해고에 대응하기 위해 로펌을 상대로 소송을 벌이기로 하고 자신을 대리할 변호사를 찾지만 누구도 나서지 않는다. 앤드루는 마지막으로 개인 상해 변호사인 조 밀러를 찾아간다. 앤드루와 조는 이전에 법정에서 대결을 벌인 바가 있다. 조는 에이즈 환자가 자신의 사무실에 있다는 사실에 불편함을 느낀다. 조는 사건 수임을 거절한 후 즉시 의사를 찾아가 자신이 에이즈에 감염되었을 가능성이 있는지 확인한다. 의사는 가벼운 접촉으로는 에이즈가 전염되지 않는다고 설명해 준다.
자신을 변호해 줄 변호사를 찾지 못한 앤드루는 스스로 변호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조가 법률 도서관에서 조사를 하던 중, 근처 테이블에 앉아 있는 앤드루를 발견한다. 사서가 앤드루에게 다가와 에이즈 차별 사례를 찾았다고 말한다. 그 말을 들은 도서관의 다른 사람들이 앤드루를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기 시작하자, 사서는 앤드루에게 개인실을 이용하는 것이 어떠냐고 제안한다. 조는 에이즈 환자에 대한 차별이 인종 차별과 유사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그동안 앤드루가 모은 자료를 검토한 후 사건 수임을 수락한다.
본격적인 재판이 시작되었다. 로펌에서는 앤드루를 해고한 것은 에이즈 환자와 동성애자이기 때문이 아니라 그가 무능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그들은 앤드루가 자발적인 동성과의 성관계를 통해 에이즈에 걸렸으므로 피해자가 아니라고 거듭 지적한다. 또한 로펌 파트너인 켄턴은 자신이 이전에 수혈로 에이즈에 감염된 여성과 함께 일한 적이 있다는 점을 밝히며 에이즈 환자에 대한 차별은 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조는 로펌 측이 앤드루의 에이즈 감염 사실이 드러나기 전에는 그를 아주 뛰어난 변호사로 평가했음에도 불구하고, 에이즈 감염 사실을 확인한 후 그를 해고한 것은 분명히 해고 원인이 에이즈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조는 이전에는 동성애와 에이즈에 대해 심한 혐오감을 가지고 있었으나, 재판이 진행되면서 앤드루와 유대감이 깊어지고 동성애와 에이즈에 대한 편견도 사라진다.
앤드루는 어머니의 생일날 어머니 집을 찾아간다. 그곳에는 형과 동생, 누나, 자형 등 모든 가족이 모였다. 그들은 앤드루의 소송을 알고 진심으로 그의 용기를 칭찬하며 힘을 북돋워 준다. 가족들은 끝까지 앤드루를 지키겠다고 약속한다.
조는 앤드루의 집에서 함께 재판 대책을 논의한다. 조가 앤드루에게 해고 당시의 상황을 이야기해 달라고 하자, 앤드루는 그 질문에는 대답을 하지 않은 채 음악이나 오페라 이야기 등 엉뚱한 이야기만 한다. 그뿐만 아니라 음악을 틀어놓고 그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마치 환상의 세계에 빠지듯 황홀하게 음악에 몰입한다.
앤드루는 로펌의 대표 변호사인 찰스 휠러를 진심으로 존경해왔다. 그런데 그 휠러가 앤드루에게 결정적으로 불리한 증언을 하며, 그 충격으로 앤드루는 쓰러져 병원에 입원한다. 또 다른 파트너 밥 사이드먼은 자신이 앤드루가 에이즈에 걸렸다고 짐작했지만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으므로, 다른 사람은 앤드루의 에이즈 감염 사실을 몰랐을 것이라고 앤드루 측에 불리한 증언을 한다. 이렇게 재판은 흘러가고 마지막 평결 날이 다가왔다. 앤드루가 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 배심원단은 앤드루의 손을 들어주는 평결을 내린다.
배심원단은 로펌이 에이즈와 동성애를 이유로 해고했다고 규정하고 이는 차별적인 행위로서 앤드루에게 배상하여야 한다고 결정하였다. 손해배상액으로서 앤드루가 그동안 받지 못한 월급과 이자 14만 3천 달러, 정신적 피해 10만 달러, 징벌적 배상 478만 2천 달러를 지불하라고 결정을 내린다.
조는 평결 이후 눈에 띄게 쇠약해진 앤드루를 병원에서 방문한다. 가족들도 하나둘 앤드루를 찾아 마지막 작별 인사를 나눈다. 가족들이 모두 떠난 후 앤드루는 연인인 미겔 알바레즈에게 담담히 “난 이제 준비되었다”라는 말을 남긴다. 그날 밤 늦게 조는 미겔로부터 걸려온 전화에 잠이 깨고, 미겔은 앤드루가 사망했음을 알린다.
앤드루의 집에서 추모식이 열리고, 밀러와 그의 가족을 포함한 많은 조문객이 행복했던 어린 시절의 앤드루 동영상을 보면서 그의 죽음을 애도한다.
이 영화는 에이즈와 동성애를 이유로 해고당한 앤드루가 자신을 해고한 로펌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법정 드라마이다. 미국 법은 에이즈와 성적 취향을 이유로 사람을 차별하는 것은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로펌은 사실 에이즈와 동성애를 이유로 앤드루를 해고하였지만, 명목상으로는 그의 업무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해고하였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앤드루와 조는 로펌이 에이즈와 동성애를 이유로 앤드루를 해고했다고 주장하며, 이는 부당한 차별행위로서 이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그러므로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로펌이 앤드루를 해고한 이유가 무엇이냐를 밝히는 데 있다. 로펌의 주장대로 앤드루의 업무 능력이 부족하여 해고한 것이라고 인정되면 로펌의 승리이고, 로펌이 에이즈와 동성애를 이유로 그를 해고하였다고 인정되면 앤드루 측이 승소하게 된다. 재판은 앤드루 측의 승리로 끝나지만, 배심원이 무엇을 근거로 그런 결정을 내렸는지 영화에서는 분명히 드러나지 않는다. 법정 드라마라면 주인공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명백한 증거를 제시함으로써 재판을 승리로 이끄는 방향으로 스토리가 전개되어야 한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는 앤드루 측의 승리 근거를 확실히 보여주지 못한다. 이러한 점에서 이 영화는 법정 드라마로서는 한계를 갖는다고 생각된다.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앤드루와 조가 재판 대책을 논의하면서 조가 해고 당시의 상황을 묻는 질문에 대해 앤드루는 그에 대한 대답을 하지 않는 대신 음악 이야기를 하고 음악에 몰입하는 장면이다.
이 장면은 앤드루가 에이즈라는 천형에 고통을 겪으면서도 삶의 아름다움과 예술에의 열정이 병이나 성 정체성에 의해 훼손될 수 없음을 보여준다. 또한 자신의 변호사인 조와 더 넓게는 사회에 대한 무언의 반항의 표시이기도 하다. 앤드루는 조의 질문에 사무적인 답변을 하는 대신, 자신이 얼마나 섬세하고 열정적인 사람이며 다른 모든 사람과 마찬가지로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존재임을 보여줌으로써 조가 가진 편견의 틀을 부수고자 시도한다. 앤드루는 조가 자신을 변호인으로서만이 아니라 인간으로서 봐주기를 바라는 무언의 표시를 한 것이다.
이 영화는 소설을 기반으로 한 픽션이지만 실제 미국에서 발생하였던 사건에서 영감을 얻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첫 번째 사건은 제프리 바워스 사건(Geoffrey Bowers Case)으로, 뉴욕의 대형 로펌 '베이커 & 맥켄지(Baker & McKenzie)'에서 일하던 변호사 제프리 바워스가 에이즈 진단 이후 해고된 사건이었다. 바워스는 로펌을 상대로 부당 해고 소송을 제기하여 승소했지만, 승소 직후 합병증으로 사망하였다. 또 다른 사건은 클라렌스 케인 사건(Clarence Cain Case)으로, 필라델피아의 로펌에서 일하던 변호사 클라렌스 케인이 에이즈 진단 후 부당하게 해고된 사건이다. 케인은 소송을 제기하여 승소하였으며, 그가 소송을 통해 겪었던 경험과 감정선이 영화 속 앤드루 베킷의 이야기에 많이 반영되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