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의 들려주는 과학이야기 Ep 31
트라이아스기(Triassic Period)의 식물 생태계는 고생대 말의 대멸종 이후 살아남은 강인한 종들이 재건한 세계이다. 이 시기는 속씨식물(꽃 피는 식물)이 등장하기 전으로, 겉씨식물들이 육상 식물 군락의 주인공이었다. 그리고 오늘날의 소나무나 전나무와 같은 침엽수의 조상들이 이 시기에 본격적으로 자리를 잡았다. 고생대 때 크게 번성하였던 양치식물들도 여전히 존재하였으나, 서서히 위축되는 모습을 보였다.
트라이아스기는 고생대의 거대했던 양치식물 시대가 저물고, 겉씨식물(Gymnosperms)이 지구 육상 생태계의 절대적인 주인공으로 등극했던 시기이다. 겉씨식물이란 씨방이 없어 씨앗이 밖으로 드러나 있는 식물 집단을 의미한다.
겉씨식물은 꽃을 피우지 않고 대신 원추(Cone, 솔방울 모양의 생식 기관)를 통해 번식하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이들은 화려한 꽃잎 대신 암원추(수정을 통해 씨앗을 만들어내고 보호하는 곳)와 수원추(꽃가루를 만들어 내는 곳)를 형성하여 바람을 통해 수정하는 '풍매화'가 주를 이룬다. 초대륙 판게아의 건조한 기후에 적응하기 위해 씨앗을 보호하고 수분 손실을 막는 구조를 발달시킨 것이 번성의 핵심이었다.
겉씨식물은 대다수가 1년 내내 푸른 잎을 유지하며, 수분 증발을 막기 위해 좁고 단단한 바늘 모양의 잎을 가진다. 구조적으로는 물을 운반하는 통로인 물관 대신 조금 더 원시적인 형태인 헛물관(Tracheid)을 가지고 있다. 이 시기에 존재했던 겉씨식물은 대체로 다음의 네 가지 식물군으로 분류된다.
• 소철류 (Cycads): 줄기가 짧고 굵으며, 끝부분에 깃털 모양의 크고 딱딱한 잎이 둥글게 솟아오른 형태를 가진다. 현대의 야자수와 비슷해 보이지만, 꽃이 피지 않고 원추를 통해 번식한다. 소철류는 당시 초식 공룡들의 가장 중요한 먹이 중 하나였다.
• 은행나무류 (Ginkgoales): 현대에는 '은행나무' 단 한 종만 살아남아 '살아있는 화석'이라 불리지만, 트라이아스기에는 종의 다양성이 매우 풍부하였다. 오늘날의 은행잎보다 훨씬 깊게 갈라진 형태부터 좁은 형태까지 다양했다.
• 침엽수류 (Conifers): 현대 침엽수의 직접적인 조상들이 이 시기에 본격적으로 진화하였다. 아라우카리아류(Araucarians)는 숲의 상층부를 차지하는 거대 수목으로 자라났다. 볼츠아류(Voltziales)는 트라이아스기 초기에 번성했던 원시 침엽수군으로, 현대의 소나무나 전나무로 진화하는 징검다리 역할을 하였다.
• 씨앗고사리류 (Seed Ferns): 겉모습은 고사리와 같지만 포자가 아닌 씨앗으로 번식하는 독특한 집단이다. 딕로이디움(Dicroidium)은 당시 남극 근처의 온난한 숲을 형성했던 핵심 종이다. 베네티탈레스(Bennettitales)는 겉씨식물이지만 겉모습은 소철과 닮았고, 내부적으로는 꽃과 유사한 복잡한 생식 구조를 가졌다.
트라이아스기의 울창한 겉씨식물 숲은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석탄 자원의 중요한 기원 중 하나가 되었다. 식물이 단단하고 질겨짐에 따라 이를 소화하기 위해 초식 공룡들의 몸집이 커지고 이빨 구조가 변하는 등 동물 진화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쳤다.
트라이아스기의 침엽수 진화는 고생대 말의 혹독한 대멸종 이후 건조해진 지구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수분 보존 전략'의 결과였다. 이 시기에 현대 침엽수들의 직접적인 조상 집단이 확립되었다.
트라이아스기 초기에는 볼츠아류가 번성하였다. 이들은 고생대 석탄기의 초기 침엽수와 현대 침엽수를 잇는 징검다리 역할을 하였다. 판게아 초대륙 내부의 극심한 건조 기후에서 살아남기 위해 잎의 표면적을 줄인 '바늘잎'과 두꺼운 큐티클층을 발달시켰다. 볼츠아류의 암원추는 현대 침엽수보다 더 복잡한 비늘 구조를 가지고 있었으나, 점차 현대적인 단순하고 효율적인 형태로 진화하는 과정을 보여주었다.
트라이아스기 중기에서 후기로 넘어오면서 오늘날까지 명맥을 유지하는 현대적인 침엽수 가계들이 분화하기 시작하였다. 아라우카리아과는 트라이아스기 숲에서 가장 높이 자라는 상층 교목이었으며, 나한송과(Podocarpaceae)는 주로 남반구(곤드와나 대륙)를 중심으로 척박한 토양과 다양한 습도 환경에 적응하며 진화하였다. 씨앗이 외부 환경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도록 암원추의 실편(Scale)이 더 단단해지고 목질화되었으며, 풍매화를 통해 종자를 광범위하게 퍼뜨렸다.
트라이아스기는 고생대를 지배했던 거대 양치식물들이 몰락하고, 살아남은 무리가 변화된 환경에 적응하며 명맥을 유지한 '생존과 변화'의 시기이다.
고생대 석탄기에 수십 미터 높이로 숲을 덮었던 거대 양치식물들은 트라이아스기의 고온 건조한 판게아 대륙 기후로 변하면서 서식지를 잃게 되었다. 포자로 번식하는 양치식물은 수정 과정에서 반드시 물이 필요했기 때문에, 초대륙 내부의 사막화는 이들에게 치명적인 위협이 되었다. 결국 거대 양치식물은 건조한 환경에 특화된 씨앗 번식 방식의 겉씨식물이 등장하면서 숲의 주인공 자리를 내주게 되었다.
비록 거대 숲의 자리는 내주었으나, 일부 양치식물은 형태를 소형화하여 끈질기게 살아남았다. 수십 미터에 달하던 목본성 양치식물이 사라진 자리를 오늘날의 고사리와 비슷한 초본성 양치식물들이 채웠다. 이들은 건조한 시기에는 성장을 멈추었다가 비가 올 때 빠르게 번식하는 전략을 택했다. 속새류(Equisetales)도 변화를 맞이하여 고생대의 거대했던 칼라미테스(Calamites)는 멸종하고, 현대의 속새와 유사한 형태의 소형 속새류들이 강가 습지에서 잔존하였다. 씨앗고사리류인 딕로이디움은 양치식물 형태를 가진 식물이 생존을 위해 씨앗이라는 혁신을 받아들였음을 보여준다.
트라이아스기(Triassic Period) 식생의 지리적 분포는 초대륙 판게아(Pangea)의 거대한 지형과 그로 인해 형성된 극단적인 기후대에 의해 결정되었다. 당시 식생은 크게 북반구의 로라시아 군락과 남반구의 곤드와나 군락으로 나뉘어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북반구 로라시아(Laurasia) 식생대는 오늘날의 북미, 유럽, 아시아 지역을 포함하는 지역으로서, 주로 건조하고 따뜻한 기후의 영향을 받았다. 판게아 내부의 광활한 사막과 건조 지대에는 수분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는 침엽수(볼츠아류)와 소철류가 주로 분포하였다. 이들은 두꺼운 잎과 단단한 줄기를 가져 가혹한 환경에서도 생존이 가능하였다. 고위도 습윤 지역(현재의 시베리아 및 중국 일부)에는 은행나무류와 양치식물이 울창한 숲을 이루었다.
남반구 곤드와나(Gondwana) 식생대는 남미, 아프리카, 인도, 남극, 호주를 포함하는 지역으로서, 북반구와는 구별되는 독특한 식생을 보유하고 있었다. 곤드와나 대륙 전체를 상징하는 지표 식물은 씨앗고사리류인 딕로이디움이었다. 이 식물은 남반구 전역에 걸쳐 광범위하게 분포하며 생태계의 기초를 형성하였다. 당시 남극 지역은 현재와 달리 빙하가 없었고 온난 습윤하였다. 이곳에는 거대한 목본성 양치식물과 침엽수(아라우카리아류)가 자라나 울창한 고위도 숲을 형성하였다.
판게아 대륙은 위도에 따라 크게 세 가지 식생 구역으로 구분할 수 있다. 적도 및 저위도 구역은 극도로 건조하여 식생이 매우 희박하거나 건조에 강한 관목이 주를 이루었다. 중위도 구역은 온난 건조하여 몬순 소철류, 침엽수, 은행나무류의 혼합림이 번성하였다. 고위도 구역(남북극)은 온난 습윤하여 딕로이디움, 대형 양치식물 및 침엽수 중심의 울창한 숲을 이루었다.
판게아에서는 대륙이 하나로 뭉쳐 있었기 때문에 식물들은 대륙 안을 비교적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었다. 이 때문에 동일한 종의 식물 화석이 현재는 멀리 떨어진 남미와 아프리카, 인도에서 동시에 발견되는 현상이 나타난다. 이는 대륙 이동설의 강력한 증거가 되고 있다. 하지만 대륙 중앙의 거대한 사막 지대는 습기를 좋아하는 식물들에게는 넘기 힘든 장벽으로 작용하여, 남북 고위도 지역 간의 식생 차이를 유발하는 원인이 되기도 하였다.
요약하자면 트라이아스기 식생은 '중앙의 거대 사막'과 '양극단의 습윤한 숲'으로 양극화된 지리적 분포를 보였다. 이러한 분포 특성은 당시 초식 공룡들의 이동 경로와 서식지 선택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