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과 인공지능 (3)
인공지능 바둑의 실력이 인간의 수준을 아득히 뛰어넘은 지금, 현존하는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 가운데 누가 가장 강할까? 바둑 팬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당연히 가져보는 의문일 것이다. 종합격투기의 UFC처럼 랭킹을 가릴 수 있는 공식 대회라도 있다면 간단히 해결될 문제지만, 인공지능 바둑 초창기에 제법 열리던 세계 인공지능 바둑 대회도 요즘은 거의 자취를 감춘 상황이다. 마치 사람들이 김두한과 시라소니 중 누가 더 센지 궁금해하면서도, 정작 둘이 맞붙은 적이 없어 알 수 없던 것처럼 말이다.
이 궁금증을 풀기 위해 필자는 챗GPT와 제미나이에게 바둑 팬들에게 잘 알려진 다섯 가지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의 실력을 비교해달라고 요청했다. 대상 프로그램은 다음과 같다.
① 알파고 리(AlphaGo Lee): 이세돌에게 4대 1로 승리한 알파고 초기 모델
② 알파고 마스터(AlphaGo Master): 커제에게 3대 0 승리, 알파고 리와의 비공식 대국에서 100전 전승
③ 알파고 제로(AlphaGo Zero): 알파고 마스터와의 대국에서 89승 11패
④ 절예(FineArt): 중국 텐센트사가 개발한 제한 공개 프로그램. 다수의 인공지능 바둑 대회에서 우승하며 중국 국가대표팀 훈련용으로도 사용됨. 알파고 은퇴 이후 현존 최강이라는 평가를 받음
⑤ 카타고(KataGo): 오픈소스로 지속적인 성능 향상이 이루어지고 있는 프로그램. 국내 대부분의 프로 기사들이 활용 중
아시다시피 알파고는 이미 공식 은퇴 상태다. 따라서 현재 우리의 관심은 절예와 카타고가 알파고 시리즈와 비교한다면 어느 수준이고, 둘 가운데는 누가 더 강한가에 모아진다. 그러나 이 두 프로그램에 대한 AI들의 답변은 일관되지 않고 오락가락했다. 어제는 절예가 우세하다고 하더니, 오늘은 카타고가 더 강하다는 식이다. 이유를 물으면 각각 다른 해석과 근거를 제시하며 변명을 늘어놓는다.
일반 바둑 팬들은 중국의 절예가 압도적으로 강하다고 보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챗봇들의 의견은 다소 다르다. 여러 번 질문한 결과, 챗봇들은 대체로 절예와 카타고의 실력을 대등하게 본다. 제미나이는 양측의 승률을 50:50으로 예상했으며, 챗GPT는 69:31로 카타고가 약간 우세할 것이라고 답했다. 그 근거로 절예는 2019년 이후 업데이트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은 반면, 카타고는 오픈소스 기반으로 지금도 꾸준히 성능이 개선되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이어서 "그렇다면 절예나 카타고는 알파고 시리즈와 비교하면 어느 수준인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처음에는 두 프로그램 모두 알파고 마스터와 비슷하거나 다소 뒤처진 수준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러나 질문을 거듭한 끝에, 대답은 조금씩 달라지면서 챗봇들은 대개 절예와 카타고 모두 알파고 마스터를 이미 넘어섰으며, 알파고 제로조차도 근소하게 추월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에 대해 왜 하루 만에 평가가 달라졌는지 추궁하자, 다음과 같은 답이 돌아왔다.
챗GPT: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의 실력은 두 가지 측면에서 평가할 수 있다. 하나는 알고리즘 구조나 기술 수준 등 이론적·기술적 측면이고, 다른 하나는 실제 대국에서의 성능이다. 절예와 카타고는 기술적으로는 알파고 마스터에 조금 못 미칠 수 있지만, 엘로 점수 등 실전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성능 측정에서는 알파고 제로를 능가할 가능성도 있다.
제미나이: 알파고 제로는 2017년 등장 직후 은퇴해 이후 기술 진보가 전혀 없었다. 반면 절예는 세계 인공지능 바둑 대회에서 지속적인 우승 실적을 올렸으며, 학습 데이터도 꾸준히 축적돼 왔다. 카타고는 절예보다 진화 속도가 훨씬 빠르기 때문에, 현재는 둘 다 알파고 제로를 넘어섰다고 본다.
이와 같은 설명을 종합하면, 현재 절예와 카타고는 알파고 제로에 근접하거나 그 이상일 가능성이 높고, 두 프로그램 간의 실력 차이도 크지 않다고 볼 수 있다.
이에 관해 중국에서 개발한 챗봇 딥싱크(DeepSeek)에 질문을 했더니 재미있는 대답이 나왔다. 절예의 초기버전은 알파고 제로와 비슷한 수준이며, 이후 절예는 지속적인 개발로 현재는 알파고를 넘어섰다고 평가된다. 카타고는 오픈소스라는 강점을 살려 프로그램의 효율성이 알파고나 절예에 비해 거의 20배 정도 높다. 따라서 빠른 속도로 발전을 거듭해 현재는 절예에 거의 버금가는 수준으로 성능이 높아졌다. 현재는 절예에 근소하게 못미치는 수준이지만, 곧 절예를 추월할 가능성이 크다. 현재는 절예가 최고라 할 수 있지만, 가성비 면에서는 단연 카타고가 압도적이다.
딥싱크에 따르면 2023에 중국에서 당시의 절예와 카타고의 최신 버전 사이에 미공식 대국이 벌어졌다고 한다. 승부는 55:45로 절예의 승리로 끝났다고 한다. 이 대국에서 두 프로그램 간의 특성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났는데, 절예는 안전한 반면 운영과 끝내기의 정확도가 돋보였으며, 카타고는 중반전투의 공격력에서 확연한 우위를 보였다고 한다. 중반까지는 카타고가 유리하였으나 끝내기에서 절예가 역전한 판이 많았다고 한다. 절예가 이긴 55승 가운데 40승이 반집승이며, 카타고가 이긴 판 중에는 대마를 잡아 불계로 이긴 경우도 여러번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들의 대결은 조건, 즉 컴퓨터 사양에 따라 다르다. 위의 대결은 아주 고사양 컴퓨터를 기반으로 이루어졌다. 컴퓨터 사양을 낮출수록 카타고의 승률이 올라갔다. 그리고 대국의 진행이 변칙적으로 될수록 임기응변이 강한 카타고의 우세가 확연해졌다고 한다. 이런 점에서 중국 전문가들조차 카타고가 절예를 추월할 날이 멀지 않았다고 추정하고 있다고 한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가정용 일반 데스크탑 컴퓨터 환경 하에서는 카타고가 절예를 추월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실력을 명확히 비교하기 위해서는 실제 대국을 통해 승부를 가리는 것이 가장 확실하다. 알파고는 은퇴했고, 개발사인 딥마인드도 더는 바둑 분야에 관심이 없어 보인다. 결국 관심은 절예와 카타고의 직접 대결로 모아지는데, 십여 년 전, 세계 최고 기사로 평가받던 이세돌과 구리 사이에 약 9억 원의 상금을 걸고 벌였던 10번기처럼, 절예와 카타고가 100번기가 공개적으로 열려 정확한 실력 차이를 계량적으로 확인하는 이벤트가 열리기를 기대해 본다.
(완)
※ 이 글은 <월간 바둑> 2025년 10월호에 실린 필자의 컬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