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셰익스피어 인 러브
불후의 명작 <로미오와 줄리엣>을 집필하면서 사랑에 빠진 셰익스피어
윌리엄 셰익스피어는 500년 전의 극작가이지만 그가 쓴 희곡들은 지금도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그는 아마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극작가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셰익스피어의 작품으로는 4대 비극이 유명하지만, 어느 작품보다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것은 아마 젊은 연인들의 아름다운 사랑과 죽음을 그린 <로미오와 줄리엣>이 아닐까 생각한다. 불과 5일간의 짧지만 불같은 사랑을 하고 세상을 떠난 이 젊은 연인들은 지금도 많은 사람의 가슴을 뜨겁게 하고 있다.
영화 <셰익스피어 인 러브>(Shakespeare in Love)는 명작 <로미오와 줄리엣>을 집필하면서 겪은 셰익스피어와 겪은 사랑 이야기를 그린 영화로서 1998년 미국에서 제작되었다. 이 영화는 매우 좋은 평가를 받아 골든글러브상을 비롯하여 아카데미상 7개 부문, 영국 아카데미상 4개 부문에서 수상하였으며, 그 외에도 많은 영화상을 받았다.
때는 16세기 말 엘리자베스 1세 통치 시절로서 이 시대는 영국의 국력이 크게 신장되고 예술이 꽃을 피우던 시기였다. 풍요한 생활과 예술에 대한 높은 관심으로 런던에서는 극단이 크게 번성하였다. 작가와 배우는 한정되어 있는데, 연극의 인기가 크게 높아지다 보니 작가와 배우를 서로 차지하려는 극단 간의 다툼이 치열하였다. 이 시기 촉망받는 신인 희곡 작가가 등장하였으니, 바로 윌리엄 셰익스피어이다. 그의 작품이 시민들 사이에 큰 인기를 얻게 되자 극단들에서는 그를 스카우트하려 분주하다.
그러나 그에 대한 이러한 평가와 달리 셰익스피어는 극심한 슬럼프에 빠져 있었다. 연애 소설을 구상 중에 있는데 도무지 글이 쓰여지지 않는 거다. 그러던 차에 진정한 사랑을 경험해보면 자신의 천재성이 발휘될 것이라는 조언을 받아 사랑을 찾아 헤맨다. 그러던 중 어느 날 그는 배우 오디션 심사위원으로 참석한 자리에서 뛰어난 재능을 가진 미소년을 발견한다. 그는 당장 그를 배우로 선발한다.
그러나 그 미소년은 남자가 아니었다. 부잣집 딸인 바이올라로서 그녀는 연극에 대한 열망을 못 이겨 남장을 하고 오디션에 참석한 것이었다. 이 시대 영국에서는 여자가 연극에 출연할 수 없었다. 여자가 연극에 출연하는 것은 음란한 일이라 생각하여 법으로 금지한 것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바이올라는 연극에 대한 정열을 누르지 못하여 남장을 하고 오디션 장에 나타난 것이었다.
셰익스피어는 바이올라가 여자인 것을 알고 바로 사랑에 빠진다. 바이올라 역시 셰익스피어를 사랑하게 되지만, 그녀에게는 이미 집안에서 정략결혼을 시키기로 한 상대가 있었다. 그녀는 셰익스피어를 사랑하지만 결국은 집안의 의도대로 정략결혼을 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바이올라와 사랑에 빠진 셰익스피어는 집필 중인 작품 로미오와 줄리엣을 술술 써 내려간다. 다만 당초 해피 앤딩으로 끝낼 예정이었던 로미오와 줄리엣은 자신의 사랑의 결말을 알고 있는 셰익스피어의 마음을 담은 듯 비극으로 마무리 짓는다. 바이올라는 열심히 줄리엣 역을 연습하지만, 결국은 부모의 명령으로 결혼 준비를 위해 극단을 떠난다.
마침내 희곡은 완성되고 공연의 날이 왔다. 이날은 바이올라의 결혼식 날이기도 하다. 그런데 공연을 얼마 앞두고 갑자기 주인공 역을 맡은 배우들이 출연을 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하였다. 극단은 대혼란에 빠졌다. 연극 대사를 알고 있는 사람이 로미오와 줄리엣 역으로 출연하여야 하는데 당장 그런 사람을 구할 수가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자신이 희곡을 썼기 때문에 대사를 알고 있는 셰익스피어가 로미오 역을 맡았다. 문제는 줄리엣 역이었다. 이때 결혼식을 몇 시간 앞두고 마지막으로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관람하려는 바이올라가 극장에 와있었다. 바이올라는 분장실에 달려 내려가 자신이 줄리엣 역을 맡겠다고 한다.
연극 로미오와 줄리엣은 대성공을 거두었다. 엘리자베스 1세 여왕까지 이 연극을 관람하고 극찬을 하였다. 연극이 끝난 후 바이올라가 줄리엣 역을 맡는 것이 알려져, 법을 어기고 여자가 연극에 출연하였다고 시끄러워졌다. 그러자 여왕이 개입하여 이 문제를 없었던 것으로 한다. 연극은 대성공을 거두고 아무런 문제 없이 무사히 끝나게 되었다. 그러나 셰익스피어는 사랑을 잃었다.
셰익스피어가 활약하였던 16세기 시대에 여자들이 배우로서 연극에 출연할 수 없었다는 것이 재미있게 느껴졌다. 여자가 연극에 출연한다는 것은 음란한 일이란 것이었다. 그러고 보니 우리나라도 비슷한 일이 있었던 것 같다. 법으로 금지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탈춤이나 남사당 패에서 공연을 하는 것은 모두 남자로서, 여자 역의 경우도 남자가 여장을 하고 여자 역을 맡았던 것이다. 일본도 그런 예가 있다. 일본의 전통 공연예술인 가부키(歌舞伎)의 경우, 여자는 출연이 금지되어 있으며, 남자들이 여장을 하고 여자 역을 맡는다. 어쩐지 동서양에 공통점이 있는 것 같아 재미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