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를 읽
지난 12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 다녀왔다. 첫 미국 여행의 두 번째 행선지인 뉴욕. 미술관이 줄을 선 도시지만 제일 먼저 가기로 한 미술관은 단연 메트였다. 그곳에 매년 방문하는 7백만 명 중에 한 명이 되어 짧은 일정 중에도 하루를 온전히 보내기로 했다. 길고 긴 줄을 기다려 들어선 로비는 이미 작품이 시작된 듯 아름다웠고 보유한 유물만 2백만 점, 경비 인력만 600명에 달하는 규모는 상상 그 이상이었다. 아무리 돌고 돌아도 전시장이 미로처럼 이어지는 바람에 부족한 시간과 체력을 아쉬워하며 미처 돌아보지 못한 공간과 작품을 남기고 나와야 했다. 그래서 여행 후 이동진 평론가가 이 책을 추천했다는 걸 알고 무척 반가웠다. 메트의 구석구석을 책과 함께 다시 돌아볼 수 있단 생각에 기대가 무럭무럭 커졌다. 게다가 누구보다 그곳을 잘 아는 경비원의 안내라니, 여행의 여운을 함께 즐기기에 이보다 좋은 책은 없을 것 같았다.
그러나 메트의 작품 감상일 거란 내 예상은 빗나갔고 이 책 전반엔 작가의 개인적 아픔과 상실의 고통이 짙게 깔려있다. 기대가 크면 작은 이유 하나로도 실망이 쉽게 틈타는 법이라 예측을 벗어난 이야기의 전개에 책을 놓을 법도 한데 이 책은 개인의 이야기와 메트라는 공간이 가진 매력을 교묘하리만치 정교하게 직조하고 있어서 쉬이 놓지 않게 된다. 그 매력에 이끌려 읽다 보면 형을 잃은 작가의 개인적 아픔이 메트라는 공간에서 어떻게 채워지는지 알게 되고, 그것을 넘어 독자 마음 깊은 곳에 깔린 상처를 다독이는 손길 같은 게 느껴진다.
나는 그것이 작가의 문장과 아픈 경험이 준 공감 때문만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미술관이란 공간이 주는 고요와 인생을 바친 화가들의 작품, 그리고 그들의 인생이 우리에게 전하는 삶의 가치와 혹은 허무 같은 것들이 독자를 그 안에 푹 젖게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안전하고 아름다운 동굴에서 저마다의 매듭을 발견하고, 작품을 향한 길고 긴 응시 끝에 결국은 나의 삶을 바라보게 하는 힘. 그것이 미술관에 흐르는 공기가 아닐까 싶다. ‘치유’라는 말이 이제는 너무 흔한 말이 됐고 그 무게가 한없이 가벼워져서 이 책의 리뷰에 수없이 붙은 ‘치유’라는 말은 피하고 싶지만 이 책을 표현할 그보다 적절한 단어를 찾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