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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적혁명.

삶의 모든 것을 내던지고

처음으로 돌아갈 용기


위대한 자의

경이로운 내적 혁명


산타클라라 체 게바라 기념관 앞 동상


쿠바에는 어느 곳이든 체 게바라가 존재한다. 벽화로서, 옷으로서, 액자로서. 특히 산타클라라는 그를 대표하는 도시이다. 모든 상점에 초상화가 걸려있다. 특유의 모자와 수염을 기른 사진은 한국에서도 가끔 봐왔던 것이지만 혁명가라는 점 외에는 제대로 알고 있는 것이 없었다. 혁명가라는 말도 잘 이해하지 못했다. 혁명이란 무엇인가. 단순히 정권을 뒤집은 것인지 아니면 새로운 사상에 입각하여 계몽한 것인지 혹은 경제적인 큰 성과를 이룬 것인지도 몰랐다. 쿠바로 향하는 비행기에서 뒤늦게 체 게바라 평전을 읽어보았고 한층 더 그를 가까이서 이해하기 위해 기념관까지 다다랐다. 동상 앞에서 잠시 눈을 감고 평전을 되새겨본다. 덥다. 햇빛이 뜨거워 혁명보다는 시원한 그늘막이 우선이지 않은가 불평해 본다.


많은 위인이 그렇듯 체 게바라는 대단한 업적 속에 부정적인 평가도 있었다. 이를테면 인종차별주의자, 혹은 그의 업적이 과장되고 미화됐다는 등의 논란이 함께했다. 고작 평전 한 권 읽고 기념관에 왔다고 한 위인의 명암을 혼자 판단할 수는 없었다. 다만 별개로 그의 열전에서 가장 감명 깊었던 점은 혁명이나 그 과정이 아닌 혁명 후의 행보였다. 쿠바에서 혁명을 성공시키고 다시 볼리비아로 새로운 혁명을 하기 위해 떠난 것이다. 목표를 달성하고 높은 위치에 오른 후에도 새로운 목표를 위해 쟁취한 모든 것을 버리고 떠났다. 당장의 햇빛이 뜨거워 그늘을 찾는 나약한 나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행동이다. 이것을 내적 혁명이라 부르고 싶다.


왕이 된 자가 다시 병사로 돌아가는 모습은 쿠바의 혁명보다 더 위대했다. 혁명가가 되지 못할 범부는 그늘 밑에서 콜라를 마시며 체 게바라를 칭송했다. 나의 작은 내적혁명을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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