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너지 vs. 백록동규

다름 속에서 창조되는 공동체

by 이재현

스티븐 코비의 여섯 번째 습관은 “시너지를 내라(Synergize)”이다. 코비는 진정한 성과와 창조는 동질성에서가 아니라 다양성의 충돌과 조화 속에서 나온다고 강조했다. ‘1+1=2’를 넘어, 서로 다른 존재가 만나 ‘1+1=3 이상’의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시너지의 핵심이다. 이를 위해서는 서로의 차이를 위협이 아닌 자원으로 보는 풍요의 사고(Abundance Mentality)와 상호 신뢰가 전제되어야 한다.


퇴계의 성학십도에서 이에 대응하는 도는 백록동규도(白鹿洞規圖)이다. 백록동규는 본래 남송대 주희가 제정한 학당 규범으로, 학문 공동체가 지켜야 할 생활 원칙을 담고 있다. 퇴계는 이를 성학십도의 한 축으로 포함시키며, 공동체적 삶 속에서 각자의 도덕과 학문이 조화를 이루어야 함을 강조했다. 백록동규도는 단순히 규칙을 나열한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사람들이 모여 하나의 질서를 세우고, 그 안에서 함께 성장하기 위한 규범이었다.


코비의 시너지와 백록동규도의 정신은 모두 “다름 속에서 창조되는 공동체”라는 관점에서 만난다. 코비가 개인·가정·조직의 차이를 존중하며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가자고 했다면, 퇴계는 학당 공동체와 사회가 신뢰와 협력의 규범 위에서 발전해야 한다고 보았다. 두 사상 모두 “경쟁을 넘어 협력으로, 갈등을 넘어 창조로” 나아가는 길을 보여준다.


AI 시대의 리더에게 이 통찰은 더욱 절실하다. 기술은 사람을 연결하지만, 동시에 차이를 확대하기도 한다. 다양성과 다름을 갈등의 원인이 아니라 창조의 기회로 전환할 수 있는 리더만이 진정한 공동체적 성과를 낼 수 있다. 이는 조직 운영에서도, 지역 사회에서도, 국제 협력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시너지와 백록동규는 리더십의 사회적 완성 단계를 상징한다. 자기 관리와 사명 의식을 넘어, 타인과의 협력 속에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리더십이다. 다름이 갈등을 낳는 시대일수록, 원칙과 신뢰 위에서 시너지를 만들어내는 리더가 공동체의 미래를 열 수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주도성 vs. 태극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