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외면한 자리에 남은 것들

1부를 마치며

by 이재현

1부에서 우리는 죽음을 이야기했다.

그러나 이 글들이 말하고자 한 것은 죽음 자체가 아니었다. 우리가 끝내 마주하게 된 것은, 죽음을 외면하며 살아온 삶의 얼굴이었다.


죽음이 격리된 시대의 풍경 속에서, 우리는 삶이 더 안전해졌다고 믿었다. 불길한 이야기를 피함으로써 일상이 가벼워졌다고 생각했다. 현재를 유예하고 ‘나중에’를 약속하며 더 현명해졌다고 여겼다. 그러나 그 결과로 남은 것은 묘한 공허와 설명되지 않는 불안이었다. 삶은 분명 편리해졌지만, 깊어지지는 않았다.


제1장에서 우리는 죽음을 밀어낸 사회가 무엇을 잃었는지를 보았다. 죽음이 사라진 자리에는 시간의 밀도, 관계의 진정성, 애도의 언어, 겸손, 그리고 의미를 묻는 질문이 함께 사라졌다. 삶은 가벼워졌지만, 마음은 더 무거워졌다. 끝을 잃어버린 삶은 방향을 잃기 쉽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제2장에서는 ‘나중에’라는 말이 만든 가장 큰 착각을 살펴보았다. 현재를 유예하는 습관은 미래를 풍요롭게 만들지 않는다. 오히려 오늘을 살지 못하게 만든다. 준비되지 않은 삶은 준비되지 않은 죽음으로 이어지고, 오늘을 살지 않는 사람의 내일은 늘 미완으로 남는다. 그리고 마침내 깨닫게 된다. 바르도는 죽음 이후에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우리의 삶 속에서 진행 중이라는 사실을.


제3장에서는 두려움의 정체를 파헤쳤다. 죽음이 두려운 이유는 사라질까 봐가 아니라, 내가 누구라고 믿어온 모든 구조가 무너질까 봐라는 점. 정체성은 역할과 이야기, 기억과 감정으로 엮어진 임시 구조물이며, 외면된 그림자는 결국 공포의 얼굴로 돌아온다. 두려움은 피한다고 사라지지 않는다. 통과하지 않은 두려움은 성숙으로 바뀌지 않는다.


이 세 장을 관통하는 하나의 흐름이 있다.
우리는 죽음을 피하려다 삶을 얕게 만들었고, 불안을 피하려다 두려움의 근원을 키웠다.
죽음을 말하지 않는 사회는 밝아진 것이 아니라, 질문을 잃었을 뿐이다.


그러나 이 깨달음은 절망으로 끝나지 않는다. 오히려 초대에 가깝다. 죽음을 외면해 왔다는 사실을 알아차리는 순간, 우리는 이미 다른 선택의 문 앞에 서 있기 때문이다. 삶을 다시 무겁게 만들 수 있는 가능성, 불안을 깊이가 있는 질문으로 바꿀 수 있는 가능성 말이다.


1부는 아직 답을 주지 않는다.
다만 독자를 깨어나게 한다.
“나는 지금, 정말로 살고 있는가?”
“무엇을 붙잡고 살아왔는가?”
“피해 온 질문은 무엇인가?”


이 질문들이 불편하게 남아 있다면, 이 책은 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우리는 다음 단계로 나아갈 준비를 한다.


2부에서는 죽음과 삶 사이, 그 ‘사이의 공간’—바르도를 통과하는 이야기가 시작된다.
외면이 아닌 알아차림으로, 회피가 아닌 전환으로 나아가는 여정이다.


죽음을 외면한 삶의 잠에서 깨어난 지금,
이제 우리는 묻게 된다.
그렇다면, 어떻게 통과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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