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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효민 Feb 27. 2023

23-6. 아이구 이게 이렇게 됐네

우고의 서재 _ Hugo Books

아이구 이게 이렇게 됐네


무박 혹은 누군가는 일박을 하여 이틀 만에 만들어지는 책.


준의 님이 처음 이러한 형태의 '북캠프'에 대해 자문을 요청해왔을 때, 무척이나 기대가 되면서 꽤나 걱정이 되었다.


우선 기대의 측면을 보자면, 글을 쓰고 책으로 만들어지는 경험은 그 진입장벽이 많이 낮아졌다고 해도 많은 사람들이 쉽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더군다나 캠프의 형태로 여러 사람이 공동으로 집필하기에 부담감도 덜 수 있고, 글이 막힐 때 이야기를 나누면서 내 사고를 정리할 수도 확장할 수도 있는 장점이 분명 존재했다.


그리고 각자의 글이 하나로 묶여져 나왔을 때, 이들이 누리게 될 유대감과 소속감은 분명, 이 프로젝트 구성원들을 더욱 단단해지게 만들어 줄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책이 만들어진다는 것은 누군가가 원고를 하나의 결로 편집을 해야 한다는 것(각기의 원고를 일률적으로 맞춘다는 말이 아니라, 전체적인 톤을 맞춰주는 작업을 말한다), 누군가가 표지와 내지 디자인을 해야 한다는 것, 누군가는 교정과 교열을 봐야 한다는 것, 누군가는 종이의 재질과 무게 등을 확정해야 한다는 것, 누군가는 인쇄소에서 가제본과 최종본을 감수 봐야 한다는 것을 말한다.


출판사가 있는 게 아니기에 책이 나오기까지 필요한 일련의 과정을 책임질 그리고 맡아 담당할 사람들이 필연적으로 존재해야 한다는 것이 가장 큰 걱정이라고 이야기 드렸다.


북캠프에 참여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수요가 있겠냐는 우려에도, 전혀 걱정하지 않아도 될 거라고 말씀드렸다. 책을 쓰고 싶은 욕구는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의 마음에 있으니, 그 욕구를 실천으로 옮겨줄 약간의 불꽃만 있으면 된다고.


그렇게 주제넘은(?) 자문(?)을 해드리고 나는 업무의 바다에서 익사할 뻔하다 겨우 살아났을 때, 이미 만들어진 책을 만나게 되었다.



책은 하나의 주제로 다양한 방식의 글로 구성되어 있다.

우선 책 제목 <아이구 이게 이렇게 됐네>을 보면, 우리 인생을 관통하는 말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간은 능동적으로 사는 것 같지만, 결과는 늘 수동형으로 남기 때문이다. 내가 한 것보다는, 되어 있는 게 훨씬 더 많다.

이 책이 프로젝트로 시작되었지만, 아마도 모두가 "이렇게 됐네?", "이게 되었네?"라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 조상들은 시작이 반이라고 했던 것 같다. 시작하면 어떤 식으로든 결과를 받아들게 되니까 말이다.

북캠프에서의 주제는 '살고 샆다' 였던 것 같다. 보통 "~하고 싶다"의 형태는 내가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욕구를 드러내는 말이다.

그래서 우리는 보통 '갖고 싶다', '보고 싶다', '먹고 싶다' 등의 욕구를 표현할 때 이 말을 쓴다.

하지만, 우리가 평소에 "살고 싶다"라는 말을 하며 살지는 않는다.

내일도 모레도 우리는 살고 있을 거라는 어쩌면 어리석는 확신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보통은 '살고 싶다' 앞에 '어떻게'에 해당하는 단어들이 붙게 된다. "건강하게 살고 싶다", "행복하게 살고 싶다" 등의 표현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살고 싶다'로 주제를 정한 건 참 좋은 기획이었던 것 같다.

하나의 생명체로써 '살고 싶다'라는 존재 근원적 고민을 처음으로 해본 사람들도 있었을 것이고, 마음속에 우울감과 슬픔이 가득한 사람들은 함께 이 주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일종의 위로를 경험했을지도 모르고, 또 다른 누군가는 오히려 자신의 어두운 동굴로 더욱 걸어가는 순간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모두가 동일하게 자기 자신의 감정에 충실히 몰입하고 각자의 모습에 집중했을 것임에 틀림없다.

그래서 책을 읽어 나가는 모든 페이지는 진솔했고 같은 공간, 바로 곁에서 이야기를 듣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각자의 '살고 싶은' 일상을 응원하게 되었고 또 내 삶도 돌아보게 되었다.



이런 좋은 기획들이 요즘 주변에 많이 보인다. 그럴수록 갇혀 있고 묶여 있는 나 자신이 너무 크게 부각되는 것 같다.

2023년의 극 초반기는 특히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고 있는 것 같다.

나도 정말 정말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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