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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효민 Aug 09. 2021

애니메이션 첼로 페스티벌 : 디즈니 vs 지브리

롯데콘서트홀 공연 관람 후기

애니메이션 첼로 페스티벌 : 디즈니 vs 지브리


<위대한 작곡가 쇼팽> 내가 공연장에서 본 마지막 공연이었다. 예술의 전당에서 쇼팽의 아름다운 선율에 가슴이 따뜻해졌던 경험을 한 후, 약 2년이 지나고서야 나는 다시 한번 공연장을 찾을 수 있었다.

 물론 연수문화재단의 <#플레잉연수 금요예술무대>를 통해 한 달에 한 번은 공연장을 방문할 수 있었지만, 일이 아닌 온전한 공연을 즐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예술의 전당에서 관람했던 <위대한 작곡가 쇼팽>


 공연에 앞서 티켓부스에서 예매정보를 입력하고 티켓을 수령했을 뿐인데, 마치 대단한 일을 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세상이 좋아졌기에 스마트폰으로 홈페이지에 접속해서 공연을 선택하고 결제만 하면 누구나 쉽게 문화예술을 향유할 수 있는 시대인데, 공연장을 찾는 일이 이렇게 어렵게 느껴졌다는 게 무척이나 슬프게 다가왔다.


2년 만에 찾은 공연장(티켓부스와 로비)


 기대되고 설레는 마음을 감출 길이 없어 입장을 알리는 안내가 나오자마자, 가장 먼저 공연장으로 들어섰다. 공연장으로 진입하는 7미터 채 안 되는 그 거리가 무척이나 길게 느껴졌다. 마치 기다리고 기다리던 해외여행을 떠날 때, 비행기로 향하는 게이트를 통과할 때의 마음과 비슷했다.


롯데 콘서트 홀의 모습


 유럽의 대성당을 떠올리게 만드는 콘서트 홀의 모습에 조금은 압도되는 느낌을 받았다. 특히 파이프 오르간의 모습은 기능은 차치하더라도 미의 극치를 보여주는 듯했다.

 도무지 진정할 수 없는 콩닥이는 가슴을 부여잡고, 괜찮은 척 오늘 볼 공연 내용을 다시 한번 살펴보았다.


 내가 <애니메이션 첼로 페스티벌>을 코로나 19 이후 첫 공연으로 선택하게 된 것은 두 가지 이유에서였다. 첫 번째는 클래식 악기 중 '첼로'를 가장 좋아한 다는 점에서였다. 회사를 마치고 집에 가면, 보통은 'AI 스피커'에 대고 "아리아! 클래식 라디오 틀어줘!"를 외친다. 그러면 잔잔한 클래식이 혼자 살아 조금은 차가운 집안 분위기를 따뜻하게 만들어준다. 라디오를 듣지 않으면 블루투스 스피커에 휴대폰을 연결해 유튜브 검색 창에 '첼로 연주 모음'을 입력한다. 낮지만 아름답게 울리는 진동이 하루의 피로를 씻겨주는 듯 마음이 편안해진다. 나는 첼로의 그 진동이 참 좋다.

 두 번째는 '디즈니'와 '스튜디오 지브리' 애니메이션의 OST를 사랑하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 디즈니 애니메이션 OST로 구성된 카세트테이프를 형과 함께 무한 반복해서 들었고, 2002년 월드컵과 함께 내 인생에 큰 영향을 준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개봉은 앞으로 만날 스튜디오 지브리 애니메이션들과의 첫 만남이 되었다.

디즈니와 지브리 애니메이션을 사랑하게 된 이유

 

 옛 추억에 빠져들어 옅은 미소를 띠고 있는데 공연의 시작을 알리는 종이 울렸다. 암전, 그리고 다시 밝아지는 무대. 10명의 첼리스트가 각자의 자리로 당당히 걸어 나왔다. 그들의 그런 당당한 걸음에는 이유가 있었다. 첫 곡이 <알라딘 OST : Prince Ali>였기 때문이다. 알라딘이 아그라바 왕국에 들어서던 장면에서 울려 퍼졌던 음악이 콘서트홀을 가득 메웠다. 부드럽지만 단호한 첼로의 선율이 코로나 19를 이겨내고 공연이 다시 시작됨을 알리는 선포식 같이 느껴졌다. https://www.youtube.com/watch?v=WMwUnczHGog

알라딘 ost : Prince Ali


 이어서 <타잔>, <인어공주>, <신데렐라>, <겨울왕국> 등의 OST가 나오며 첼로 특유의 잔잔한 음색이 귀를 호강시켜 주었다. 짝꿍과 나는 서로 다른 음악에서 눈물이 찡하고 돌았는데, 나는 <코코 OST : Remember Me>에서, 짝꿍은 <미녀와 야수 OST : Beauty and the Beast>에서 각자 다른 감동을 받았다.

 음악을 들으면서 눈물이 나는 게,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는 걸 함께 느낄 수 있는 사람이 내 짝꿍이라서 다시 한번 감사하게 되었다.

코코와 미녀와 야수


 디즈니 곡들의 연주가 끝나고 공연은 20분간 인터미션을 가졌다. 공연장에서 잠깐 벗어나 테라스로 나가 바람을 쐬었다. 입추가 지난여름의 저녁. 귓가를 스치는 바람에 기분이 좋았다. 바라다 보이는 '롯데타워'와 '석촌호수'의 대비되는 모습마저도 조화롭게 보였다. 음악은 이렇게 사람을 긍정적인 마음으로 가득하게 만들어준다.


공연을 그리워했던 사람들


 다시 들어선 공연장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자기 자리를 지키며, 옆사람과 행복한 표정으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물론 모두가 마스크를 쓰고 있어서 정확한 표정은 알 수 없었지만, 반짝이는 눈과 가늘어진 눈꼬리는 분명 미소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었다.

 2부의 시작은 <폼포코 너구리 대작전 OST : 언제나 누군가가>의 경쾌하고 발랄한 선율과 함께 시작되었고 두 번째 곡 <마녀 배달부 키키 OST : 바다가 보이는 마을>에서는 오보에가 등장해 곡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 주었다. 곡의 편곡이나 완성도는 이 곡이 가장 좋았던 것 같다.

 이어지는 '스튜디오 지브리'의 OST 중에는 <원령공주 OST : 아시타카의 전설>이 역시나 가장 깊은 울림을 주었다. 자연과 인간, 사람과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원작의 메시지가 첼로의 선율을 통해 그대로 전달되었기 때문이다. 만약 원령공주의 주 배경이 되는 산과 숲에 목소리가 있다면, 첼로의 소리와 닮아 있지 않을까 상상해보기도 했다. https://www.youtube.com/watch?v=GXkIQcqflfs

Princess Mononoke Soundtrack OST - Legend of Ashitaka [Live Orchestra]


 이어 <벼랑 위의 포뇨>, <하울의 움직이는 성>,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등 유명한 OST들이 지나가고 앵콜 곡으로 <이웃집의 토토로 OST : 이웃집 토토로>가 연주되며 콘서트는 끝이 났다.


커튼콜 장면


 이 콘서트의 제목에 맞춰 '디즈니 vs 지브리'에 대해 이야기하며 글을 마치려 한다. '디즈니 vs 지브리'를 나는 '꿈 vs 성장'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디즈니는 어린 시절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꿈' 그 자체였다. '하늘을 나는 양탄자', '고래 뱃속에서 살아남은 피노키오', '무도회장에서의 미녀와 야수의 아름다운 모습'. 디즈니는 끝없이 무언가를 상상하고 꿈꾸게 해 주었다.


 반면, 지브리는 나의 성장과도 같았다. '자신의 이름을 잊지 않으려 노력한 센', '자연을 파괴하는 인간에 대해 반성하는 아시타카', '진정한 아름다움에 대해 알아가는 하울'. 지브리의 캐릭터들은 환상의 나라에 있는 동경의 대상이 아닌, 나 자신의 모습이었고, 나와 함께 성장해 나가는 동반자였다. 


 결국, 디즈니와 지브리는 지금의 내가 존재할 수 있도록 많은 영향을 끼쳤다. 둘 중 어떤 걸 더 좋아하냐고 묻는 건 마치,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라고 묻는 무의미한 질문일 것이라 생각한다.

 디즈니는 상상하고 예술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을 가르쳐준 아빠, 지브리는 한 명의 인간으로 인생에서 어떤 희로애락을 겪으며 살아가야 하는지를 함께 고민해준 엄마이기 때문이다. (*실제 부모님이 각각 내게 이런 존재였다)


 2년 만에 어렵게 찾은 공연에서 이토록 행복한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 정말 좋았고, 선예매 후보고에 기분 나빠하지 않고 기꺼이 함께 동행해준 짝꿍에는 고맙다는 인사를 전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코로나 19의 무서운 확산세가 잠잠해져, 우리의 일상이 문화예술로 가득 찬 이전의 세상이 돌아오기를 간절히 소망하며 이번 관람후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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