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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효민 Oct 19. 2021

연수문화재단 <Hidden Buddy, 숨겨진 존재>

연수문화재단 기획전시 리뷰

Hidden Buddy, 숨겨진 존재


 *이 글은 연수문화재단 기획전시 <Hidden Buddy, 숨겨진 존재> 전시를 관람한 후, 작성한 글입니다. 사진과 글에 대한 저작권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 무단으로 복제 및 사용을 금합니다.


Ⅰ. 생태계 위에 군림하는 인간 사회


 우리는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를 '인간 사회'라 부른다. 더욱 포괄적인 의미인 '생태계'라는 단어가 있지만, 생태계는 비인간적인 존재들의 총합일 뿐 인간들은 생태계의 일원이 아닌 관리자라는 교만함을 가지고 살아간다.

 인간은 최초의 인류가 등장한 이후, 계급을 나누고 지배와 군립으로 종족을 유지해왔다. 그 과정 속에서 힘이 약한 인간마저도 도태되어 왔는데 비인간적 존재들은 오죽했을까.


 우리 조상들은 자연과 교감하고 자연의 순리에 순응하는 무위자연의 삶을 살았다고 하지만, 꼭 그렇다고 말할 수 있는 근거는 그 어디에도 없다. 인간의 생존을 위한 의, 식, 주가 어디에서 왔는지를 생각해보면 간단명료한 답이 나온다. 인간은 자연을 헤쳐야만 살아갈 수 있는 존재의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상대를 헤쳐야만 살아갈 수 있는 존재는 인간이 유일한가?라는 질문을 던질 수 있다. 풀을 뜯어먹고 살아가는 초식동물, 그런 초식동물을 잡아먹는 육식동물 또한 상대에게 위해를 끼쳐야만 살아갈 수 있는 존재들이다.

 하지만 인간과 초식 및 육식동물의 가장 큰 차이는 자신 외의 존재를 재산화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것은 탐욕이라는 중요한 키워드와도 연결이 된다.


 인간은 소유의 동물이다. 초식 및 육식동물이 생존을 위해 필요한 만큼 채집하고 사냥하는 것에 비해 인간은 '채집, 사냥'의 수준을 넘어서 '보관'하고 '재배, 양식'하여 결국은 '유통'하기에 이른다. 비인간적인 것들은 인간의 탐욕 아래 '재산화'되었다. 인간의 눈먼 욕망은 결국 같은 인간마저도 '소유'하고 '제품화'하게 되었다.


 연수문화재단 기획전시 <Hidden Buddy>는 바로 이 지점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스스로 숨은 존재가 된 게 아닌, 인간의 탐욕에 의해 의해 숨겨질 수밖에 없었던 존재들 말이다.


<Hidden Buddy, 숨겨진 존재> 입구


 Ⅱ. 살아나고 다시 죽어가는 스물한 가지 존재(작가 : 김푸르나)

 

 <Hidden Buddy, 숨겨진 존재>는 '김푸르나' 작가의 작품으로 시작된다. 처음 마주하는 벽에 걸린 두 점의 작품은 암모나이트, 해초, 미생물 같은 존재들과 함께 무한히 연결되는 듯한 사각형과 선의 배열이 도드라진다. 마치 생물의 유전자 구조를 보는 것 같아 인간들이 '인간 사회'라 부르기 한참 전부터 이 땅의 주인은 그들이었음을 강력히 어필하고 있는 것 같다.


김푸르나 작가의 작품


 살짝 왼쪽으로 몸을 돌리면 2010년부터 2021년 현재까지 실제 송도에서 살아나고 다시 죽어가는 존재 스물한 가지 존재를 그린 타일 작품이 보인다. 숨겨진 존재들이 살아가고 죽고 다시 살아가고 죽어 켜켜이 쌓인 세월이라는 이름의 공간이 직관적으로 보여지는 의미 있는 작품이다.

 인간은 비인간적인 존재들이 죽어 쌓아 올린 땅을 디디며 살아가고 있고, 인간은 비인간적인 존대들이 살아가고 있는 터전을 메우고 다진 땅을 디디며 살아갈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인간도 언젠가는 스물두 번째 존재가 되어 타일 속에 영원히 갇히게 될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말이다. 


김푸르나 작가의 작품


 우리가 아는 보통의 전시는 외부와의 완벽한 차단으로 전시에 더욱 깊이 집중할 수 있도록 선택과 집중의 미덕을 가지고 오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이번 전시는 창문 밖으로 보이는 자연이 그저 풍경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전시의 일부가 되도록 확장하고 있다. 

 창문 옆으로는 새의 깃털을 형상화하고 있는 작품이 전시되어 있고 설치되어 있는 헤드셋을 통해서는 자연의 소리를 감상할 수 있다. 어쩌면 우리에게 가장 완벽한 전시는 자연에 내 몸과 마음을 온전히 내어놓는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김푸르나 작가의 작품


Ⅲ. 신도시 무리들(작가 : 황문정)


 다음 섹션으로 이동하면 신도시의 아파트 단지에 들어온 것 같은 공간적 체험을 하게 만드는 작품이 등장한다. 황문정 작가는 천장으로부터 길게 이어진 천으로 고층아파트를, 바닥과 수평하게 놓여진 천으로 자동차를 위한 대로를 형상화한다.


황문정 작가의 작품


 인간적인 것 곁에는 모터를 통해 앞뒤로 움직이는 비인간적인 갈대가 보인다. 갈대는 바다, 강, 하천, 연못 등의 가장자리 즉 물과 땅의 경계에 자라는 식물이다. 갈대가 모터를 통해 앞으로 나갔다 뒤로 돌아왔다 하는 것은 간척으로 인해 땅의 영역이 넓어지고 물의 영역이 좁아지는 것을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할 수 있다.

황문정 작가의 작품


 연수구 송도라는 도시는 일반 도시와는 달리 바다를 메워가며 도시를 확장시켜 나가는 매우 특수한 환경을 가진 도시다. 도시가 확장되어감에 따라 삶이 확장되는 것은 인간뿐만이 아니다. 갈대와 같은 식물도 이발소 간판처럼 돌아가는 작품에 그려진 양서류, 조류, 곤충, 물고기 등도 그러하다. 새로운 활동의 반경이 생겨남에 따라 그곳에서 활동하는 새로운 '신도시 무리들'이 자연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인간에게 죽음이 생의 마감으로 다가올 수 있지만, 죽음 저 편의 세계로 진입하는 무한한 확장으로도 볼 수 있듯이, 바다를 메꿔 육지를 만드는 것이 비인간적인 것들에게 축소인 동시에 확장이 될 수 있다는 새로운 시선을 이 작품을 통해 깨닫게 되었다. 


황문정 작가의 작품


Ⅳ. 모호함이 주는 새로운 발견(작가 : 전현선)


 세 번째 섹션으로 발을 옮기면 하나의 작품과 마주하게 된다. 전현선 작가의 <안개와 지평선>은 다양한 이미지들이 서로 상호작용하고 이를 통해 무한히 확장되는 '이미지 서사'를 가지고 있다. 작품 안에서 각기의 사물들은 가깝고 먼 정도를 알 수 없이 배치된다. 어떤 것은 하늘에서 내려다보듯이, 어떤 것은 서서 바라보듯이 어떤 것은 중앙을 관통해서 보듯이 규정된 질서 없이 자유로운 시선으로 생태계를 바라보게 한다.


 우리는 이 작품을 보고 있으면 깊은 모호함의 세상에 빠지게 된다. 모호함은 이윽고 우리를 각자 다른 새로운 이미지를 그리게 하고 각자 다른 이미지를 모아 하나의 생태계를 발견하게 만들어준다.

 우리가 사는 사회도 그렇다. 각기 다른 인격체가 모여 하나로 연결되지 않는 모호함을 만들지만, 그 모호함은 다양성으로 발현되어 우리 사회를 탄탄히 유지하게 만들어주는 깊은 뿌리가 되어주기 때문이다.


전현선 작가의 작품


Ⅴ. 당신의 발 밑에서(작가 : 김정모)


 <Hidden Buddy, 숨겨진 존재>의 마지막 섹션에 다다르면, 커다랗고 흰 캔버스 하나를 만날 수 있다. 멀리서 보면 여백과 흰 것을 좋아했던 조선의 정신을 떠올릴 수 있겠지만, 가까이 다가가 보면 우리가 미쳐 보지 못했던 것들을 발견할 수 있다.


김정모 작가의 작품


 김정모 작가의 작품은 설치 기반의 관객 참여 형태로 되어 있다. 하얀색 캔버스는 사실 전시장 입구 바닥에 놓여져 있었다. 사람들이 캔버스를 밟으면 밟을수록 숨겨져 있던 이미지들이 나타나는 형태로 구성되어 있다. 

 이는 연수구를 거니는 사람들의 발 밑에는 원래 갯벌이 있었고 그 갯벌에는 수많은 생물들이 살고 있었음을 간접적으로 알려준다. 


 캔버스는 웬만한 발자국에는 숨겨진 이미지가 잘 드러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바다에 뿌려지는 모래가 적을 때는 우리는 일어나고 있는 변화들을 쉽사리 눈치채기 어렵다. 

 하지만 발자국이 캔버스에 찍히면 찍힐수록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하고, 바다에 모래가 채워지면 채워질수록 보이던 것들이 보이지 않게 된다. 이것이 의미하는 것이 무엇일지는 전시를 보는 각자가 되새겨 보기를 바란다.

 

김정모 작가의 작품


Ⅵ. 또다시 비대면 전시

 

 <Hidden Buddy, 숨겨진 존재>는 전시 오픈을 앞두고 코로나 19 대유행의 직격탄을 맞아 '비대면 전시'로 전환되어 개최되었다. 

 2020년 <뜻밖의 연수 1 : 우리의 시선>, <뜻밖의 연수 2 : 우리 안의 송도 유원지> 그리고 2021년 <낯낯곳곳 : 낯익지만 낯선 연수구의 곳곳>, <Hidden Buddy, 숨겨진 존재>까지 연수문화재단에서 기획한 네 차례의 전시 모두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비대면/온라인 전시로 전환된 것은 두고두고 아쉬움으로 남는다.

 지역의 유무형적 가치를 예술로 승화하고 주민들이 직접 전시의 주체로 참여하는 형태로 기획되었기에 스마트폰과 PC를 통해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야속하게만 느껴진다. 


 정부는 11월 말이면 국민들의 백신 2차 접종이 상당 수준으로 완료되어 '위드 코로나' 체제로 전환할 수 있을 거라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여전히 어마어마한 수의 일일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는 영국이지만, '위드 코로나'를 외치며 5만 명 규모의 경기장을 가득 채우고 예전과 같은 모습으로 축구 응원을 하는 영국인들의 모습을 보면 하루빨리 우리도 일상을 회복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간절해진다. 그리하여 회복된 일상에서 마음껏 문화와 예술을 향유할 수 있게 되기를 기원해본다.

유튜브 온라인 전시 캡처



 <Hidden Buddy, 숨겨진 존재>는 아래 링크를 통해 온라인 관람할 수 있습니다.


① <Hidden Buddy, 숨겨진 존재> : https://youtu.be/G0zr4DBTDTw

② <Hidden Buddy, 숨겨진 존재> 작가 인터뷰

 김푸르나 : https://youtu.be/MeMFeuY4C1I

 황문정 : https://youtu.be/MsegqcjUIp0

 전현선 : https://youtu.be/7LvO3_KRCUQ

 김정모 : https://youtu.be/novNUM5juH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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