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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효민 Jan 15. 2022

살바도르 달리전 : 인사이동의 혼란 속에 만난 예술가

살바도르 달리전 관람 후기

살바도르 달리전 : 인사이동의 혼란 속에 만난 예술가


 금요일에 '아트플러그 연수'로 고지(인사이동)를 받으면서 굉장히 큰 충격에 빠졌다. 내가 문화예술계 일을 해오면서 유일하게 잘하지 못할 것 같다고 느꼈던 분야였기 때문이다.

 이따금씩 내가 좋아하는 작가들의 작품을 꺼내보고 그 과정에서 감동을 받고 의미를 발견하는 향유의 차원에서는 누구보다 시각예술을 사랑한다고 자부할 수 있지만, 이건 그 차원의 일이 절대 아니다.

 예술창작 공간이자 레지던시 공간을 운영하고 그 안에서 기획과 행정을 풀어내는 것은 전문가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그런 점에서 보면 절대 전문가가 아니다.


인사이동이 이렇게 아플 일인가?


 인사이동은 예정되어 있었지만, 위와 같은 결과가 있을 거라고는 전혀 상상치 못했다. 이번 주말은 짝꿍의 생일이 있었기 때문에 토요일은 전시, 일요일은 뮤지컬 관람을 하면서 오랜만에 문화예술을 향유하는 주말을 보내기로 했던 행복한 주말이 예정되어 있었을 뿐이다.

 결과적으론 인사이동과 함께 평화로운 향유의 시간은 업무의 연장선이 되어버렸다. 일종의 출장 같은 느낌이었다.


살바도르 달리전 포스터


 내 머릿속은 매우 복잡했지만, 전시 자체는 너무 좋았다. '살바도르 달리'라는 인물에 대해서 많이 들어봤고, <마드리드 0km> 북 토크를 진행할 때도 그를 언급하지만, 사실 그의 삶과 작품에 대해 깊이 있게 공부한 적은 없었다. 이번 전시는 그런 나를 위해 준비된 전시 같았다.(이젠 이걸 내가 누군가를 위해 또 해야 하는 거지...? 미쳤네... 이걸 어떻게 해)

 전시는 달리의 작품보다 달리라는 인간에게 포커스가 맞춰져 있어서 더욱 좋았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하고 성장하는 인간 달리를 좇아가는 게 너무 재밌었다. 그리고 시기마다 특색 있는 모습으로 등장하는 그의 작품들 또한 너무 매력적이었다.


살바도르 달리전 입구


 모방이 없는 창조는 없다는 달리의 말처럼, 그는 때론 미켈란젤로였다가, 때론 벨라스케스였다가, 때론 밀레였다가, 때론 피카소가 되었다.

 하지만 잠시 그들이 되었을 뿐, 달리는 달리로 온전히 존재했다. 개미, 목발, 녹아내리는 시계, 줄넘기를 하는 여자, 신발, 사이프러스 나무가 바로 달리였다. 그는 이 여섯 가지의 소재로 무의식의 세계 즉, 그의 꿈을 현실 세계로 옮겨왔다.


(좌) 밀레의 만종 / (우) 달리의 만종


 달리의 이러한 철학과 작품 정체성에는 프로이트의 《꿈의 해석》이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꿈 그리고 무의식의 세계는 내게 있어도 중요한 요소다. 대부분의 창의적 사고는 여기서 나오고 내가 글을 쓰는 글감도 내부분은 꿈이나 언젠가 본 것 같은 기억 어딘가에서 갑자기 떠오르는 경우가 많다. 현실과 가상을 오가며 진실을 찾는 예술가. 달리의 모습이자 내가 바라는 이상향이다.


지그문트 프로이트


 사실 처음의 복잡했던 마음은 <살바도르 달리전>에 빠져들어가며 점점 사라졌다. 그리고 어느 문구 앞에 섰을 때, 마침내 마음을 다잡게 되었다.


 "평균 이상의 내가 되기 위해, 모든 사람의 기억 속에 남기 위해, 나는 계속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예술에서도 삶에서도 모든 것에 있어서 말이다!"


 나는 항상 지금의 나 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며 사는 사람들 중 한 명이다. 하지만 어떤 부분에서는 내 한계를 나 스스로 정해놓고 지레 겁을 먹고 피해 가려 하는 성향도 있다.

 이번 인사이동도 내게는 가장 피하고 싶었던 가장 두려웠던 대상이었기에 나는 도망가고 싶었던 것 같다. 하지만 달리가 말했듯, 평균 이상의 내가 되기 위해서는 꼭 넘어야 하는 하나의 언덕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내가 속한 조직에 예술창작공간, 레지던시가 있는 경우가 흔한 일도 아니고 그곳에서 근무할 수 있는 기회도 아무에게나 주어지는 것은 아니니까 말이다. 그리고 누군가는 간절히 들어오고 싶은 곳일 수도 있는데 내가 감히 이곳에서 근무하는 것에 울적해한다면, 그건 또 누군가에게 실례될 수 있는 일이기도 하니까 말이다.


살바도르 달리전


 인사이동 후 처음 다녀온 전시 <살바도르 달리전>은 예술이 실질적으로 삶에 어떤 영향을 주는가를 몸소 체험할 수 있었던 전시였다. 

 한 가지 꿈이 생겼다. 시간이 지나, 내가 기획하고 운영한 전시가 누군가의 삶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어 만족한 얼굴로 돌아가는 그 혹은 그녀를 바라보게 되는 그런 감사한 꿈 말이다. 그럼에도 때때로 "내가 왜 여기에?"라는 의문과 의심이 들겠지만, 그럴 때마다 새로운 꿈을 꺼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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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바도르 달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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